2007년 12월, 한국 축구에 대해 쓴소리로 목소리를 높였던 허정무 전남 감독이 핌 베어벡(네덜란드) 전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대표팀을 맡았다. 

국내파 사령탑은 7년 만이었다. 허 감독은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허정무호는 2008년 1월3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의 평가전으로 첫 선을 보였지만 0-1로 패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지역 예선 3승3무로 최종 예선 출전권을 땄지만 주위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 원정 경기를 1-1로 비겨 최종예선도 시작은 불안했다. 

반전 계기는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예선 원정 3차전이었다. 

대표팀은 이근호·박주영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둬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전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고 도약을 준비했다. 

지난해 2월 '원정팀의 무덤'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치른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를 1-1로 비긴 대표팀은 4월에 북한(1-0 승)을 넘어 6월7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정경기까지 2-0으로 승리, 두 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대표팀은 지난해 8월 파라과이(1-0 승), 9월 호주(3-1 승), 10월 세네갈(2-0 승)을 차례로 국내로 불러 평가전을 치르며 기세를 올렸다. 11월에는 유럽 원정길에 올라 덴마크(0-0)와 평가전을 치렀고 이어 세르비아(0-1 패)와 상대해 대회를 준비했다. 

허정무호는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전 패배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4승4무 등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14승13무)를 이어갔다.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 이후에는 남아공 전지훈련으로 환경 적응에 나섰다. 

훈련 기간 동안 잠비아(2-4 패)와 남아공 현지 프로팀 등과 평가전을 치렀다. 

이어 스페인으로 캠프를 옮긴 대표팀은 핀란드(2-0 승), 라트비아(1-0 승)와의 평가전을 치르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그리스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2월 일본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중국에 치욕적인 0-3패배를 당해 주춤했지만 일본전을 3-1로 승리, 준우승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허정무호는 지난 3월 런던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치러 기분좋은 2-0 승리를 거둬 나이지리아전에 대한 대비도 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출정식은 5월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출정식을 겸한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2-0으로 승리한 데 이어 24일 일본과의 평가전까지 2-0으로 이기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5월30일 벨라루스(0-1 패)전, 지난 4일에는 아르헨티나를 대비한 스페인(0-1 패)과 평가전을 치렀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교토)가 벨라루스전에서 무릎을 다쳐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는 등 대표팀은 최종 23명을 확정하고 지난 5일 남아공에 발을 내려놓았다.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태극전사들은 마침내 지난 12일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벌어진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그리스전을 2-0으로 승리했다. 

이어 17일 아르헨티나전(1-4 패)을 치른 뒤 23일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