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들러리가 될 처지다.

당초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 국가의 강세가 예상됐다. 

역대 월드컵을 보면 개최 대륙이 줄곧 강세를 보여온데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남아공을 비롯, 가나·나이지리아·코트디부아르·카메룬·알제리 등 아프리카 팀이 역대 가장 많은 6개팀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유럽·남미 양강체제에 대항마로 떠오른 아프리카 축구를 주목했다.

그러나 16강 윤곽이 드러나면서 아프리카에 먹구름이 끼었다. 자칫하면 16강 이후에는 아프리카 축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남아공·나이지리아·카메룬은 탈락했고, 코트디부아르·알제리는 실낱같은 희망만 남았다. 그나마 가나만이 조선두로 나섰으나 여전히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가장 큰 충격은 개최국 남아공의 탈락. 그동안 '개최국=16강'이라는 월드컵 공식이 처음으로 깨졌다. B조의 나이지리아는 단 1승도 못올린채 조 꼴찌로 탈락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카메룬은 E조에서 덴마크·일본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고, 강력한 '다크호스'로 거론되던 코트디부아르도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다. 

'죽음의 G조'에서 포르투갈·브라질을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한 코트디부아르는 최종전에서 북한에 10골차 이상으로 승리하면서 포르투갈이 브라질에 져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C조의 알제리도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무조건 승리하고, 슬로베니아가 잉글랜드를 꺾는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해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은 가나. 1승1무로 살얼음판 D조 선두인 가나는 '전차군단' 독일전서 비기기만 하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