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현아, 너 그렇게 말하면 잘라 쓰기 힘들어.”
출연자에게 ‘방송용 멘트’를 부탁하는 PD의 말이 아니다.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가 대표팀 후배 설기현(27·레딩 FC)에게 던진 충고다. 이영표는 7일 오전 소속팀 복귀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 설기현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영표는 인터뷰에 앞서 에이전트가 기자들에게 “인터뷰 시간은 20분”이라고 말하자 “너무 길어요”라며 투덜(?)거렸다. 어차피 편집된 상태로 방송뉴스나 신문기사로 나갈 텐데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 특유의 달변으로 인터뷰를 하던 이영표는 방송환경을 잘 모르는 설기현이 길게 인터뷰를 하자 후배를 보며 슬쩍 말했다.
“야, 잘라(편집해서) 쓰기 힘들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이것저것 다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방송용 멘트’로 나갈 수 있게 핵심만 전하라는 조언.
이영표는 인터뷰 도중 신문기자들을 위한 ‘기삿거리’도 줬다.
“요즘 영국에서 TV를 보면 기현이 얘기만 나와요. 아시죠? ‘스카이TV’와 ‘BBC’. 거기서 기현이 특집을 했어요. 프리미어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고.”
선배가 에이전트로 돌변하자 설기현은 옆자리에 앉은 이영표를 보면서 낯간지럽다는 듯 ‘형, 왜 그래’라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었다.
이영표는 인터뷰 후반 카메라 기자들이 설기현과 ‘다정한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하자 빙긋이 웃으며 제대로 된 한마디를 던졌다.
“편집 좀 힘들어도 잘해 주세요. 사진 잘 나온 건 E메일로 보내주시고요.”
〈인천국제공항|전광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