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한테 주기에 찼어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22·제니트)가 주장 완장을 경험했다.
이호는 6일 벌어진 바레인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후반 도중 주장 완장을 건네받았다. 주장인 이천수가 후반 38분 왼쪽 다리 근육에 경련이 나 교체됐다. 이천수를 대신해 그라운드로 나온 조원희는 완장을 건네받은 뒤 이호에게 줬다.
이호는 주장 완장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팔에 찼던 것이었다. 이호는 경기를 마친 뒤 “(이)천수형이 나간 뒤 나한테 주장 완장을 주기에 그냥 찼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핌 베어벡 감독의 숨은 뜻이 있었다. 조원희가 주장 완장을 이호에게 건넸던 것은 벤치에서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에서 이호에게 주장 완장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만큼 베어베 감독이 이호를 신임하고 있는 뜻.
이호는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대표팀에 발탁된 뒤 태극호의 붙박이 멤버로 성장했고, 베어벡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뛰어난 체력과 저돌적인 플레이,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며 ‘제2의 김남일’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도 이런 이호의 플레이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이호는 베어벡 감독의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레인전 후반 베어벡 감독은 미드필더를 역삼각형 형태로 바꿨다. 이호 1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김두현과 오장은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워 전술의 변화를 줬다. 이호에 대한 베어벡 감독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도하|최용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