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골때려] 정상회담서‘축구장 좀 지어줘~’](http://images.khan.co.kr/article/2006/11/09/6a1076a.jpg)
“축구장을 짓는데 한국이 도와주시오.”
아프리카의 보니 야이 베냉 대통령이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베냉 청소년의 건강과 체육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며 축구장을 지어달라고 ‘돌발요청’을 했다.
정상회담은 일반적으로 양국간의 정치나 경제 문제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외교무대. 그걸 감안한다면 축구장 건설 지원 요청은 다소 이례적이다. 같은 날 노대통령을 만난 콩고공화국, 탄자니아, 가나 대통령들이 전부 자국의 인프라 투자 지원을 요청한 것과 비교할 때 생뚱맞은 요청을 한 셈이다.
야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데 지어줄 여건이 안된다.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해 ‘가난한 나라’의 절절함마저 느껴졌다는 게 회담 배석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야이 대통령의 돌발요청에 확답을 피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사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9월 말 방한한 베냉 외교장관도 반기문 외교장관에게 축구장 건설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절박한 문제이기에 한 나라의 외무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부탁한 것일까.
그러기에 우리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대외협력개발기금(EDCF)이 있지만 원금과 이자를 받는 차관 형식인 만큼 베냉의 상환 능력이 의문이다. 또 무상원조를 하려고 해도 정부의 대외무상원조 규모가 연 3000억원 수준인데다 중점 협력국 위주로 사용토록 돼 있다. 하지만 매정하게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나온 제안인 만큼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베냉은 1인당 GDP 530달러에 불과한 빈국(貧國)이다. 축구 실력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1위. 월드컵 본선에는 한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김광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