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지켜야죠.”
지난해 K리그 정상을 밟은 성남의 김학범 감독이 ‘용병 감독’에게 선전포고했다.
매년 득점왕 타이틀을 놓고 용병과 토종들이 벌였던 치열한 경쟁이 올시즌에는 지도자 무대로 옮겨졌다.
‘학범슨’(맨체스터 유나이티트의 퍼거슨 감독과 비교해 붙여진 별명)으로 불리는 김감독은 “다른 팀은 몰라도 외국인 감독이 맡고 있는 FC 서울(귀네슈)·포항(파리아스)·부산(에글리)에만은 반드시 이겨 토종 감독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외국 감독의 성적이 좋아지면 결국 국내 지도자들이 설 무대가 더 좁아진다는 김감독은 “솔직히 큰 무대에서 뛰었던 외국 감독들이 이론적으로나 경험면에서 국내 지도자보다 한 수 위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토종 감독들도 이에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용병 감독들의 돌풍에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감독은 “용병 감독들은 새로운 출발선에서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만큼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분위기 반전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새롭게 FC 서울의 사령탑을 맡은 귀네슈 감독이 가장 경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과 부산의 파리아스 감독과 에글리 감독은 지난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용병 감독’들에게 고추장 같은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김감독의 각오가 올시즌 K리그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구마모토|문승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