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genre). 영화의 성격·형태를 말한다. 세월의 흐름과 경제·기술·문화·소비적 관점 등에 따라 만들어진 갖가지 하위 장르(sub genre)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영화 또한 태그라인(tagline)을 장식하는 별의별 신종 장르를 내놓고 있다.
‘캐릭터 코미디’ ‘희망 다큐’ ‘생활누아르’. 개봉을 앞둔 ‘이장과 군수’ ‘우리학교’ ‘우아한 세계’의 장르다. 최근 개봉된 ‘수’는 ‘하드보일드 클래식’을 표방했다. ‘그놈 목소리’는 ‘현상수배극’,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막강 스리펀치 코미디’, ‘바람피기 좋은 날’은 ‘섹시 코믹드라마’였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건 ‘생활누아르’다. 평온한 느낌을 주는 생활과 범죄·폭력의 세계를 그린 필름 누아르(film noir)를 접목시켰다. ‘조직에 몸담은 가장의 꿈’이라는 태그라인과 더불어 ‘우아한 세계’가 어떤 영화인지를 읽게 한다.
‘하드보일드 클래식’도 눈길을 끈다. 하드보일드(hard boiled·비정한) 액션영화의 고전이라는 제작진의 자부심을 엿보게 한다. ‘하드보일드 리얼액션’이라고 내건 ‘폭력서클’과 비교된다. 참고로 하드코어(hard core·노골적인)는 포르노, 하드고어(hard gore·잔혹한)는 공포·스릴러를 설명하는 데 곧잘 활용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는 코미디가 주류를 이뤘다. 코미디 영화 제작진과 홍보·마케팅 회사들은 다른 영화와의 차별화를 위한 장르 명명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례로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설경구·염정아 주연의 ‘싸움’은 ‘하드보일드 로맨틱코미디’라고 내걸었다.
이밖에 그간 선보인 코미디로는 코믹 서스펜스(잔혹한 출근) 생사코믹극(무도리) 코믹버스터(원탁의 천사) 퓨전 역사코미디(황산벌) 범우주적 코믹납치극(지구를 지켜라) 화끈＆통쾌 코믹 반란극(대한민국 헌법 제1조) 풍기문란 섹시코미디(색즉시공) 후끈!발끈! 쌕쌕코미디(몽정기) 복고불량 코미디(품행제로) 프리미엄 코미디(피아노 치는 대통령) 사생결단 코미디(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2003 대국민 선동 코미디(불어라 봄바람) 등이 있다. 운수대통 코믹액션(광복절특사) 코믹 디스코액션(해적, 디스코왕 되다) 365일 빈둥빈둥 프로젝트(위대한 유산) 열혈 아줌마 남편 구출기(굳세어라 금순아) 스리 제이家의 못 말리는 인륜지대사(가문의 영광) 필살의 36계 명랑 스피드 액션(일단 뛰어) 2003년 최강의 명랑과외 프로젝트(동갑내기 과외하기) 등도 이에 속한다.
멜로·액션영화 가운데에도 새로운 장르 규명이 잇따랐다. 섹시하고 특별한 퀴어멜로(후회하지 않아) 휴먼멜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동상이몽 로맨스(해변의 여인) 통속사랑극(너는 내운명) 심장 뭉쿨 해피 신파(사랑하니까, 괜찮아) 프리 스타일 액션로망(뚝방전설) 류승완 정두홍의 액션활극(짝패) 등이 선보였다.
현대 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장르 혼합이다. 이에 따라 각종 장르를 혼합한 신종 장르도 속속 탄생했다. 팬터스틱 코믹호러 뮤지컬영화(삼거리극장) 엽기 뮤지컬 코미디(구미호가족) 명랑섹시 학원드라마(소녀×소녀) 미스터리 섹스 스캔들(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이 대표적이다.
충무로에서 신종 장르로 태그라인을 장식한 최초의 영화는 ‘조용한 가족’이다. 이 영화는 ‘코믹 잔혹극’을 표방, 화제를 낳았다. ‘비만소년 성장비극’(신성일의 행방불명) ‘연쇄살인실화극’(살인의 추억) ‘가족괴담’(장화, 홍련) 등도 주목받았다. 그런가 하면 ‘코믹 발악극’(최후의 만찬) ‘100% 프레시 양아치무비’(정글 쥬스) 등은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르를 보면 영화를 가름할 수 있다.
〈배장수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