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설’(사진 왼쪽)과 ‘댄서의 순정’(오른쪽) 등 이른바 댄스 무비는 뒤늦게나마 움튼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최근 ‘더티 댄싱’(Dirty Dancing)이 재개봉됐다. 개봉된 지 20년 만에. ‘더티 댄싱’은 전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댄스 무비 대표작. 한국영화는 ‘댄스 댄스’ ‘바람의 전설’ ‘댄서의 순정’ 등이 본격 춤영화로 손꼽힌다. 이전 작품으로는 춤바람을 소재로 한 ‘자유부인’ 등이 있다.
# 몸치가 춤꾼으로
주진모·이성재·문근영. 주진모는 문성욱 감독의 ‘댄스 댄스’(1999), 이성재는 박정우 감독의 ‘바람의 전설’(2004), 문근영은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2005)에 출연하기 전까지 춤과 거리가 멀었다. 주인공을 맡는 게 모험이었고, 그것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출연했다.
촬영에 앞서 이들이 우선한 건 춤 연마. 주진모는 약 2개월 동안 재즈댄스 연습을 했다. 이성재는 3개월간 자이브·탱고·왈츠·룸바·차차차·파소도블레 등을, 문근영은 6개월에 걸쳐 룸바·차차차·자이브·삼바 등을 익혔다.
이들 가운데 이성재는 몸치에다 박치, 그리고 평발이었다. 안무를 맡은 샤리 권이 첫 연습을 마친 뒤 박감독에게 “대역을 쓴다 해도 한계가 있다. 이성재는 아니다. 영화 제대로 만들려면 남자 주인공을 바꿔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을 정로로 춤실력이 형편없는 데에다 춤에 불리한 건 골고루 지녔다. 이성재는 이를 뛰어넘기 위해 박솔미·김수로 등과 함께 한여름 내내 ‘샤리 권 댄스 스포츠 스쿨’에서 살다시피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스스로 학원 문을 열고 닫으면서 스텝과 포즈 등을 익히는 데 전념했다. 그러느라 목 근육, 허리 경직 등 여러 차례 ‘춤 몸살’을 앓았다.
문근영도 마찬가지. 그는 데뷔 이래 고수해온 방학 때에만 활동한다는 원칙을 깼다. 옌볜 사투리를 배우면서 하루 최대 10시간씩 춤을 익히느라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고는 했다. 안무를 맡은 이건국·정은실씨로부터 “아마추어 스포츠댄스 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쌓았다.
# 20년간 장기 상영
‘댄스 댄스’는 한국에서 댄스무비를 표방한 첫 영화로 손꼽힌다. 이 영화는 시대별로 유행했던 춤을 엮은 CF형식의 티저(Teaser) 예고편과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황인영)에게 춤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본 예고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흥행에선 참패했다. ‘바람의 전설’은 댄스스포츠를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다. 이 작품도 흥행에선 재미를 못봤다. ‘바람의 전설’에 이어 댄스스포츠를 소재로 다룬 ‘댄서의 순정’은 219만7555명(영화진흥위원회 기록 기준)이 관람, 흥행에 성공했다.
외화 중에는 흥행작이 적지 않다. ‘토요일밤의 열기’(1977) ‘플래시 댄스’(1983) ‘더티 댄싱’(1987) ‘댄싱 히어로’(1992) ‘쉘 위 댄스?’(1996) ‘스텝 업’(2005)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더티 댄싱’은 87년 8월23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래 전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간 북미와 유럽에서 주당 평균 1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꾸준히 상영돼 왔다. 88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음악·주제가상 수상작으로 OST도 1000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선 88년 1월1일에 개봉, 9월9일까지 상영됐다. 전국 9개 도시 개봉관에서 50만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각광받았다. 중앙극장의 경우 1월1일부터 2월16일까지 매진을 기록했으며 설날 개봉작으로 상영된 ‘연산일기’를 밀어내고 2월27일부터 3월18일까지 다시 상영되는 진기록을 낳았다.
이 영화는 외국에 이어 최근 서울 서대문 드림시네마에서 재개봉됐다. 29일부터 CGV압구정에서도 상영된다. 디지털 복원판으로 화질이 선명하고 88년 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3500원에 볼 수 있다. 관내 매점에서는 88년 당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 키스 장면은 삭제
‘자유부인’(1956)은 당시 사회문제가 된 춤바람을 다뤘다. 서울신문에 연재(1954년 1월1일~8월6일)될 때부터 떠들썩한 화제를 낳은 정비석씨의 동명 소설을 한형모 감독이 영상화했다. 영화는 소설에 이어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키스 장면 때문에 상영금지 위기를 맞았다. 일간신문에서 찬반 양론을 크게 다루기도 했다. 소재와 더불어 문제가 된 건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김정림)과 옆집 청년 신춘호(이민)의 키스 장면이었다.
키스 장면은 ‘운명의 손’(한형모·1954)에서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작품 전반의 반공 메시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자유부인’의 장면은 도덕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결국 삭제된 채 상영됐다. 16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대성공, 한국영화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영화연구가 정종화씨의 ‘영화에 미친 남자’에 따르면 ‘자유부인’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김정림은 다방을 하다가 새 얼굴을 찾은 한감독에 의해 전격 발탁됐다. 춤을 잘 춘 그는 ‘자유부인’ 성공에 힘입어 1957년 김화랑 감독의 ‘속 자유부인’에서도 주인공을 맡았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자유부인’은 이후에도 4편이 더 제작됐다. 69년에 강대진 감독이 김지미, 81년에 박호태 감독이 윤정희가 타이틀롤을 맡은 ‘자유부인’을 내놓았다. 박감독은 86년에 이수진을 기용해 ‘자유부인2’도 선보였다. 90년에 박재호 감독이 고두심을 내세워 ‘1990 자유부인’을 발표했지만 모두 각광받지 못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