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추석 흥행작은 ‘타짜’
한국영화 강세 … 올해도 ‘신기전’이 바통 이어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시리즈 남다른 인연
‘성룡영화’도 명절 단골… 90년 이후 15편 개봉
‘신기전’과 ‘맘마미아’, 한·미 영화 대결이 뜨겁다. 지난 4일 추석영화로 개봉된 뒤 가을극장가를 주도하고 있다. 매년 추석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강세였다. 올해의 결과는 어떨까. 추석극장가 흥행전 뒷이야기.
# 한국영화가 왕자
예년의 경우 추석 극장가 정상은 한국영화 차지였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공동경비구역JSA’(2000) ‘조폭마누라’(01) ‘가문의 영광’(02) ‘오! 브라더스’(03) ‘귀신이 산다’(04)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05) ‘타짜’(06)가 각각 흥행 1위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얼티메이텀’이 차지했다. 주진모·박시연 주연의 ‘사랑’이 뒤를 이었다.
올해의 경우 ‘신기전’과 ‘맘마미아’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배급사에 따르면 ‘신기전’은 16일 현재 224만8000여명, ‘맘마미아’는 215만5000여명이 감상했다. 이 가운데 추석연휴 3일 동안 관객수는 86만7000여명(신기전), 50만8000여명(맘마미아)이다.
추석 극장가 흥행 1위 작품 가운데 흥행성적이 가장 뛰어난 영화는 ‘타짜’이다. 조승우·김혜수 등이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684만7777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 역대 한국영화 흥행 톱10 중 9위에 올라 있다.
장르는 코미디가 가장 많다.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귀신이 산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등 4편이다. 3편이 이른바 ‘조폭 코미디’로 ‘가문의 영광’과 ‘조폭마누라’ 시리즈는 남다른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가문의 영광’은 시리즈 3편이 모두 추석극장가를 장식했다. 제 1·2편은 정상을, 제3편은 차석을 차지했다. ‘조폭마누라’에 이어 2003년에 선보인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은 전설을 구현하지 못했다.
‘신기전’(위)과 ‘맘마미아’의 흥행대결에는 한·미 영화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 흥행은 나의 것
흥행 주역 중 눈길을 끄는 배우는 김정은·이범수·신현준·김원희·김수미다. 각각 ‘가문의 영광’과 ‘오! 브라더스’로 각광받은 김정은·이범수는 ‘잘 살아보세’로 추석 극장가 2승에 도전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문의 위기~’로 난국을 정복한 신현준·김원희·김수미도 ‘가문의 부활~’로는 부활을 꾀하지 못했다.
외국배우 가운데에는 청룽(성룡)이 단연 돋보인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영화 31편 중 5편이 추석 극장가를 수놓았다. ‘폴리스 스토리3’(92) ‘성룡의 선더볼트’(95) ‘러시 아워’(98) ‘러시 아워2’(01) ‘BB 프로젝트’(06)가 상영됐다.
그런데 성룡 영화는 설에 더 많이 개봉됐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10편이 상영됐다. ‘취권2’(94) ‘홍번구’(95) ‘폴리스 스토리’(96) ‘나이스 가이’(97) ‘성룡의 CIA’(98) ‘성룡의 빅타임’(99) 저우싱츠(주성치) 주연의 ‘희극지왕’(2000) ‘엑시덴탈 스파이’(01) ‘샹하이 나이츠’(03) ‘뉴 폴리스 스토리’(05)가 상영됐다. 설과 추석을 합치면 개봉작이 15편, 청룽은 명실상부한 ‘명절 단골 배우’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영화 난타전
흥행대결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해는 2006년이다. 이 해는 추석 연휴가 장장 9일. 9월30일부터 10월8일까지 토·일요일(30·1일)과 개천절(3일), 이른바 샌드위치 데이(2일 월요일, 4일 수요일)와 추석(5~8일) 등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가문의 부활~’ ‘구미호 가족’ ‘라디오 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잘 살아보세’ ‘타짜’ 등 6편이 격돌했다. 1등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2~3등을 해도 다른 시기보다 나을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6편은 모두 9월28일에 개봉할 계획이었다. ‘우행시’가 2주, ‘가문의 부활~’이 1주일을 앞당겨 개봉, 고지를 선점한 뒤 추석 대목을 보자는 전략을 펼쳤다.
당시 충무로에선 흥행 결과를 놓고 갖가지 예측이 난무했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한판 대결, 김정은·이범수 및 신현준·김원희·김수미 등의 2승 도전, ‘우행시’의 이나영·강동원과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박중훈 등 신·구세대 간의 대결이 궁금증을 낳았다. 조승우·유해진·김혜수·백윤식, 박시은·박준규·주현 등 신·구세대가 고루 포진한 ‘타짜’와 ‘구미호 가족’의 성과도 주목됐다. ‘우행시’의 송해성,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타짜’의 최동훈 등 유명 감독의 한판 승부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축배는 앞서 밝힌 대로 ‘타짜’가 마셨다. ‘가문의 부활’(346만4516명) ‘우행시’(313만2320명) ‘라디오 스타’(187만9501명)는 성공을 거뒀지만 ‘잘 살아보세’(27만5759명)와 ‘구미호 가족’(20만2990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