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파일] 아역배우, 감초서 주역으로 속속 발돋움](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4/17/7d1884b-1.jpg)
서신애·안재성·최우혁 등 아역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신애는 ‘눈부신 날에’, 안재성은 ‘파란 자전거’, 최우혁은 ‘날아라 허동구’의 주인공을 맡아 각각 박신양·오광록·정진영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 가운데 서신애(10)는 오디션 과정에서 어린이다운 매력과 어른스러운 점을 겸비해 낙점됐다. 최종 후보에 오른 남자 1명과 여자 6명을 대상으로 의자를 6개만 준비해 놓고 마련한 아이들만의 자유시간에 다른 어린이들과 달리 차분하고, 의자를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등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최우혁(11)은 원래 동구를 괴롭히다가 도와주는 윤찬 역을 제안받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동구 역을 자원한 그는 뚱한 표정과 어수룩한 언행 등 지능은 떨어지지만 사랑스러운 동구 캐릭터에 어울리는 데에다 아버지로 출연하는 정진영과 닮은 점을 인정받아 주인공을 맡았다.
최우혁은 촬영에 앞서 주연 배우다운 집념을 보였다. 지능이 낮은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정진장애학교를 매주 1~2회씩 방문했고, 동구가 살이 통통히 찐 아이라는 점에 맞춰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체중을 8Kg 정도 늘이는 열정을 보였다.
이와 달리 서신애는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5개월여 촬영 당시 제작진은 서신애에게 어떤 연기도 요구하지 않았다. 서신애가 극중 상황에 대해 보고 느끼고 이해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데 역점을 뒀다. 박신양을 비롯해 제작진은 서신애와 온갖 놀이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등 친해지는 데 애썼다.
‘날아라 허동구’ 제작진도 마찬가지. 최우혁 등 아역배우 50명이 3개월여 동안 장기 결석을 해야 하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을 모두 촬영지인 전주의 진북초등학교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전학시켰다. 부모들에게 현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뒤 아이들을 깨우고, 등학교를 돕고, 숙제 검사도 하는 등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지난 3월 내한했던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의 아역에 대해 “캐릭터를 미리 설정하지 않았고 대사도 배우가 만들어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밝혔다. 아역의 극중 이름도 실명을 딴 헌터. 벤더스 감독은 “시나리오작가·배우 부부 사이에 태어난 헌터 카슨(당시 8세)은 즉흑성이 뛰어났고 두세번째보다 처음 찍은 게 항상 좋았다”면서 “그가 연기를 멈출 때까지 ‘컷’을 외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날아라 허동구’의 박규태 감독은 “어린이는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며 “신경을 조금만 다른 데 쓰다보면 어린이들은 배우, 촬영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005년 ‘투 브라더스’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은 “아역배우와 작업하는 건 동물배우랑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아역배우가 등장하는 영화 촬영은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언행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건 영화작업과 배우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에서는 아동·청소년 보호가 각별하다. 일례로 어린이와 청소년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촬영을 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촬영일정에 쫓긴 미국영화 ‘빅 대디’는 아예 쌍둥이를 캐스팅, 형제를 번갈아 출연시켰다.
네살짜리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프랑스영화 ‘뽀네트’의 경우는 더욱 이상적이다. 제작진은 하루 촬영 스케줄을 부모와 상의, 낮잠시간을 마련하는 등 철저히 어린이의 신체 리듬에 맞춰 ●다. 촬영 현장에는 항상 소아과 의사 등을 대기시켰다. 엄마가 죽은 극중 상황과 생존해 있는 실제 상황이 혼돈을 낳으면서 어린이가 입을 수 있는 정신적 피해가 없도록 수시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다.
제작진의 이같은 배려에 힘입어 극중 인물을 빼어나게 펼쳐낸 빅토리아 티비솔은 199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당시 티비솔은 5살이었다. 박지빈(13)은 2005년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안녕, 형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서신애와 최우혁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는지 주목된다.
〈배장수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