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파일]하루·하룻밤 영화 열전

입력 : 2008.09.28 20:54

‘멋진 하루’ 하루 담는데 40일 걸려

‘트럭’은 전국 45곳서 찍어…차량장면 50% 넘어

하정우·이성재·유해진은 2편씩 출연 남다른 인연

‘GP506’은 여름 장면 겨울 촬영 덜덜떨며 생고생

‘멋진 하루’ ‘트럭’. 최근 개봉된 두 영화는 각각 주인공이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원한 제국’ ‘주유소 습격사건’ 등은 하룻밤 동안의 사건을 다뤘다. 하루 혹은 하룻밤 영화 뒷 이야기.

# 비 오는 게 반가워

‘멋진 하루’는 돈, ‘트럭’은 살인을 소재로 삼았다. ‘멋진 하루’는 희수(전도연)가 1년 전에 헤어진 병운(하정우)을 찾아가 350만원을 당장 갚으라고 요구하면서, ‘트럭’은 시체를 유기해야 하는 운전수(유해진)가 탈옥한 연쇄살인범(진구)을 태우면서 시작된다. ‘멋진 하루’는 까칠한 노처녀와 철없는 백수의 갈등, ‘트럭’은 두 남자의 생존본능과 살인본능의 충돌이 이야기의 기둥을 이룬다.

두 작품의 극중 시간은 12시간 안팎이다. 이를 위해 ‘멋진 하루’ 제작진은 40일 동안 서울시내 58곳에서 두 남녀의 동행을, ‘트럭’ 제작진은 37일 동안 서울과 지방 45곳에서 두 남자의 여정을 담았다.

‘멋진 하루’에는 희수가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병운이 한 마트의 여직원을 찾아가 돈을 빌릴 때 나오는 장면으로 전도연은 공교롭게 실제 엄마가 지나가는 바람에 엔지를 내고 말았다. 남자와 햄버거를 먹는 장면에선 계속 엔지를 내면서 과식, 나중에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트럭’은 밤에 비오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다른 영화와 달리 제작진은 비를 반겼다. 맑은 날에는 살수차와 강수기를 동원했다. 차량 장면도 50%가 넘는다. 서울~고성으로 설정된 도로 장면은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따라 가면서 강원도 화천까지 이어졌다. 트럭은 전체 촬영용과 슈팅카 위에 운전석만 얹어 특수제작한 트럭 2대를 사용했다. 전체 촬영용으로 구입한 낡은 트럭은 최고 속도가 80㎞밖에 안됐다. 게다가 1~2시간 운전하면 30분 정도 쉬어줘야 했다. 시체는 1000만원을 들여 1구만 만들고 다른 시체는 제작진이 대신했다. 오지 촬영 때 보조출연(엑스트라)은 제작진이 돌아가면서 했다. 연출부의 한명은 32역을 해냈다.

‘멋진 하루’(위)와 ‘트럭’은 차량이동 장면이 많다. 이 장면은 촬영용 슈팅카(Shootingcar)에 자동차를 올려 놓고 찍는 경우가 태반이다.

# 하정우·이성재·유해진 2관왕

‘추격자’도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에 정신이상 연쇄살인범으로 나온 하정우는 하루를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에 출연한 기록을 세웠다. 유해진·이성재도 마찬가지. 유해진은 ‘주유소 습격사건’과 ‘트럭’, 이성재는 ‘주유소 습격사건’과 ‘하루’에 출연해 하룻밤·하루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썸’ ‘눈부신 하루’ 등도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썸’은 마약사건에 용의자로 몰린 강력계 형사(고수)와 이 사건에 휘말린 리포터(송지효)의 사투를 그렸다. ‘눈부신 하루’는 옴니버스 영화로 각각 하루를 배경으로 한 ‘보물섬’ ‘엄마 찾아 삼만리’ ‘공항남녀’ 등을 통해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조명했다.

이밖에 ‘하루’ ‘아들’ 등이 있다. ‘하루’는 한 부부(이성재·고소영)가 결혼한 지 5년여 만에 어렵게 얻게 된 아기가 태어난 뒤 하루밖에 살 수 없는 데 따른 이야기를 그렸다. ‘아들’은 15년 만에 상봉한 무기수(차승원)와 그 아들(류덕환)의 하루를 담았다.

# 초여름 장면 초겨울에 촬영

‘주유소 습격사건’ ‘영원한 제국’ ‘그때 그 사람들’ ‘귀신이야기’ ‘죽어도 해피엔딩’ ‘GP506’…. 하룻밤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영원한 제국’은 왕권을 강화하려는 영조(안성기)와 이에 맞선 신하들의 암약, ‘그때 그 사람들’은 ‘10·26’의 전모, ‘귀신이야기’는 귀신 출몰지역에서 벌어진 해프닝, ‘죽어도 해피엔딩’은 한 여자와 그에게 청혼한 네 남자 사이의 잇단 살인소동, ‘GP506’은 비무장지대 내 경계초소에서 발생한 소대원 몰살사건의 진위를 엮었다.

이 가운데 최고 히트작인 ‘주유소 습격사건’은 분당의 한 주유소에서 밤마다 찍었다. 한여름이어서 밤이 짧아 촬영을 마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개발이 한창인 곳이어서 제작진은 주변의 빌딩 시공사 측에 연일 읍소를 해야 했다. 카메라를 돌려 주유소 주위를 찍을 때에는 대형 광고판을 만들어 설치했다.

네 주인공 중 유지태는 남다른 애환을 치렀다. 머리에 미색을 물들이는 게 어려워 탈색을 했는데 머리가 빨리 자라고 촬영기간이 늘어나면서 4번을 해야 했다. 탈색에 따른 고통 때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주유소 고객으로 출연한 차승원은 ‘눈만 나온’ 배우가 됐다. 그가 경찰서에서 항의하는 장면이 편집돼 주유소에서 차창을 조금 내리고 “만땅”이라고 외칠 때 보여준 눈만 나온 것이다.

‘GP506’은 제작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월에 시작한 촬영을 12월에야 끝냈다. 이 때문에 의상·소품 등은 물론 배우들의 분장 상태 등을 유지하는 게 고역이었다. 가장 중요한 초여름 장면을 초겨울에 찍느라 고역을 치렀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장면이 많아 계절이 겨울인 걸 감출 수 있었지만 다른 어려움이 많았다. 살수차에서 뿌리자마자 얼어버린 물과 갑자기 내린 눈이 녹기를 기다려야 했고, 추위를 견뎌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