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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 리얼 섹스?…‘살결’은 No, ‘숏버스’는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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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5.15 21:15

안성기가 일본영화 ‘잠자는 남자’에 출연할 때 생긴 일이다. 카메라 앵글, 조명 등을 맞추는 작업을 할 때 안성기를 대신해 누워 있던 연출부의 한 스태프는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촬영기간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잠자는 연기를 했던 안성기는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실제로 잠을 자면 극중에서 요구하는 갖가지 잠자는 모습을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기는 이렇듯 ‘진짜 같은 가짜’이다. 연기는 배우가 극중 상황,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것. 실제로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잠자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 가운데 우선 손꼽히는 건 섹스신(sex scene)이다. 남녀 배우가 실제로 키스를 하고, 애무를 하지만 섹스 자체는 가짜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인은 “여배우의 교성은 창녀의 그것보다 더 거짓”이라고 말했다.

요즘 ‘살결’과 ‘숏버스’가 화제다. 화두는 섹스신. “남녀 배우가 실제로 섹스를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살결’은 한 사진작가가 사고로 죽은 여인과 우연히 만난 옛 애인의 살결을 통해 느끼는 삶과 죽음,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이성강 감독의 첫 실사영화다.

이 영화에는 섹스신이 5번 나온다. 민우와 재희가 여관을 전전하며 나누는 베드신이다. 7분 정도로 긴 첫 베드신을 비롯해 모든 섹스신이 강렬하고 실감이 넘친다. 두 배우가 진짜로 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성강 감독은 이에 대해 “리얼 섹스신이 절대 아니다”며 “공사(배우가 붕대·테이프 등으로 특정 부위를 가리는 작업)를 다 하고 했다”고 밝혔다. “베드신은 공공연히 만날 수 없는 두 남녀 관계의 특수성을 보여준다”면서 “시나리오와 미리 준비한 그림으로 잡아준 대로 배우들이 연기를 열심히 잘했고 카메라와 조명도 훌륭해 색다른 베드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섹스신은 사실 배우들이 고역으로 여기는 육체노동의 하나다. 사적인 섹스가 아닌 만큼 배우들은 얼굴, 손과 발, 엉덩이 등을 미리 설정한 각본대로 카메라 앵글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인’의 완성 과정은 이같은 실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균동 감독은 이 영화 촬영에 앞서 현대무용가 안은미씨에게 섹스안무를 맡겼다. 섹스는 쾌락을 얻기 위한 행위 이전에 서로의 감정을 나타내는 세밀한 언어이자 대화이고, 오감이 열리는 이때의 몸을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한 조치였다.

두 배우는 이에 따라 러닝타임(91분)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1440시간 동안 연습을 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놓은 영상을 분석한 뒤 960시간 동안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을 했다.

안은미씨는 리허설과 실제 촬영 당시 두 배우가 ‘살아 움직이는 몸과 선’을 보여주도록 지도했다. 섹스행위 그 자체보다 ‘아름다운 야함’을 강조했다. 두 남녀의 감정, 몸의 움직임과 선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두 배우는 훈련받은 대로 연기를 해야 했다. 촬영 전후 매번 ‘공사’를 하고 풀어야 했다.

‘숏버스’는 섹스 치료사 등 다양한 뉴요커들의 성과 사랑, 우정을 통해 진정한 소통에 관해 풀었다. ‘헤드윅’으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남녀 배우들은 섹스신을 실제로 소화해 냈다.

미첼 감독은 촬영기간이 길고 실제 섹스신을 소화해내야 하는 점을 감안, 스타 캐스팅을 피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응모한 배우들을 위주로 오디션을 봤다. 응모할 때 오디션 테이프에 의미 있었던 자신의 성적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이를 캐스팅과 촬영에 활용했다. 미첼 감독은 오는 24일 내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숏버스’ 외 배우들이 극중에서 실제로 섹스를 한 작품은 ‘감각의 제국’(감독 오시마 나기사) ‘폴라×’(레오 카락스) ‘백치들’(라스폰 트리에) 등이 있다.

모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화제작으로 관계자들이 섹스신 실연 여부에 대해 실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연인’ ‘투문 정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와일드 오키드’ ‘겟어웨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도 실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