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영화상 14편 출품 모두 고배
佛·伊 단골수상…내년 ‘크로싱’ 도전
김태균 감독의‘크로싱’(Crossing)이 내년 제 81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도전한다. 한국영화 가운데 이 상 후보에 선정된 작품은 아직 없다. 머나 먼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미국 4개 도시에서 시사회와 파티를 갖는 등 제작사는 ‘밀양’노출 빈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 10여편 노크, 무위에 그쳐
그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출품한 한국영화는 14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60~70년대에 5편, 90~2000년대에 9편을 출품했지만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첫 출품작은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다. 1963년 제35회 때 출품했다. 이어 65년 ‘벙어리 삼룡’(감독 신상옥), 68년 ‘카인의 후예’(〃 유현목), 70년 ‘독짓는 늙은이’(〃 최하원), 74년 ‘비련의 벙어리 삼룡’(〃 변장호)이 문을 두드렸다.
90년대 이후 첫 출품작은 ‘마유미’. 91년 제64회 때 신상옥 감독이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것을 필두로 95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정지영), 2000년 ‘춘향뎐’(〃 임권택), 02년 ‘오아시스’(〃 이창동), 03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04년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05년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06년 ‘왕의 남자’(〃 이준익), 07년 ‘밀양’(〃 이창동)이 입성을 시도했다.
내년 출품작 ‘크로싱’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김지운), ‘님은 먼 곳에’(〃 이준익), ‘추격자’(〃 나홍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등을 제치고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에 대해 ▲휴먼드라마로서 아카데미상의 특징과 부합할 수 있고 ▲미국 내에서의 배급 및 상업적 성공 가능성 ▲탈북자를 둘러싼 인권 문제 등 주제의 인지도와 보편성 ▲정치적 소재가 아카데미 회원들을 비롯한 미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큰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춘향뎐’ ‘왕의 남자’.
# 프랑스·이탈리아 독주
미국의 아카데미상은 1929년 5월16일에 첫 시상식을 가졌다. 외국어영화상은 47년 스페셜 어워드(Special Award)란 이름으로 개설, 56년 외국어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 Award)으로 개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47년에는 비토리오 데 시카(이탈리아)의 ‘구두닦이’, 56년에는 페데리코 펠리니(이탈리아)의 ‘길’이 수상했다. 이후 데 시카와 펠리니는 각각 3차례 더 수상, 이 부문 최다 수상자에 함께 올랐다. 이어 스웨덴의 잉마르 베르히만이 3번,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와 프랑스의 르네 클레망이 각각 2번 영예를 안았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가장 많은 13번을 받았다. 이어 이탈리아가 12번, 스페인 5번, 일본 4번, 스웨덴·네덜란드·러시아·독일이 3번, 헝가리·체코·덴마크가 2번 받았다. 이밖에 그리스·아르헨티나·스위스·대만·유고·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 등이 1번을 받았다.
# 20~40편 가운데 5편 선정
주최측에 따르면 ‘외국어 영화’는 대사 대부분이 영어가 아니고 미국 외에서 제작된 장편영화를 말한다. 완성작 대사는 출품국 공식 언어여야 한다. 단 스토리상 꼭 필요한 경우에는 출품국의 언어가 아니어도 된다.
세계 모든 나라는 자국의 영화를 아카데미상에 출품할 수 있다. 단 나라별로 공식 기관(기구)의 추천을 받은 1편만 가능하다. 출품작은 자국에서 통상적으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행하는 광고·선전활동에 이어 한 극장에서 최소 7일 연속 35㎜ 또는 70㎜ 필름으로 상영한 영화여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출품작은 20~40편이다. 주최측은 이 영화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각각 시사회를 갖고, 6000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가운데 출품작을 모두 본 사람에게만 심사 자격을 부여한다. 통상 1000명 미만이 참여, 5편을 선정한다. 심사에 참여한 회원 명단이나 이들의 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은 타 부문 특별규약(미국 내 극장에서 최소 7일 연속 유료상영 등)을 충족시키면 다른 부문상 후보·수상 자격도 갖는다. 일례로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99년 외국어영화상 외에 남우주연상과 작곡상도 받았다.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내년 2월22일에 열린다. 후보작은 시상식 1개월 전에 발표된다. 영진위 측은 “최근 3년간의 후보·수상작을 검토한 결과 미국 배급사, 장르·소재, 개봉 시기와 전후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크로싱’이 태평양을 건널는지, 나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는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