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유명세 선명회합창단 감동 이야기 극화박제현 감독 제안에 ‘너도나도’ 십시일반 참여촬영 지연 새벽에 끝날땐 숨가쁜 수송 작전도
절친하게 지내던 소프라노 연주와 알토 계영은 합창대회 솔로 오디션 때문에 빚어진 오해로 간격이 벌어진다
‘보는 합창(合唱), 영혼을 울리는 음악영화’. 박제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유앤유’(You & You)가 화제다. 출연·제작진이 모두 개런티는커녕 자신의 돈을 써가며, 그리고 서로 재능을 나누고 보태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국내 최초의 본격 코러스영화 ‘유앤유’ 탄생 비화.
# “이상한 아이들 아냐?”
선행은 재능·물질 등을 나누자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국내 최초의 본격 코러스영화로 손꼽히는 ‘유앤유’(You & You)의 출발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박제현 감독이 기획했다. 기독교 NGO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제작했다. 월드비전이 1960년에 창단한, 영국 BBC 등 최고 권위의 콩쿠르를 석권한, 세계적 유명세를 자랑하는 선명회합창단 안팎의 이야기를 극화했다. 음악영화이자 성장영화다.
박제현 감독의 전작은 ‘단적비연수’ ‘울랄라 시스터즈’ ‘내 남자의 로맨스’ 등.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울랄라~ ’(2002)를 내놓기도 했던 박감독은 선명회합창단과 인연이 깊다. 선명회합창단의 김희철 음악감독과 대학 동문으로 18년 전부터 이 합창단의 공연실황 영상화 등을 도왔다.
박감독은 이때마다 노래가 뭇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열정을 지닌 단원들의 맑은 심성에 놀랐다. 한편으로는 요즘 아이들 답지 않은 ‘이상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중 2005년에 이들의 미주 공연에 동행했다. 이들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송받는 데 놀랐고, 공연에 자신의 돈을 들여 참여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데 가슴이 뭉클했다. 30일 정도의 일정을 함께 하면서 이들 역시 여느 10대와 마찬가지로 부모와의 갈등, 학업·우정 등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영화인으로서 이들의 놀라운 음악과 열정어린 삶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박제현 감독(가운데)이 메조 서영에게 촬영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 너도 나도 대가 없이 동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박제현 감독은 2007년 5월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면서 그간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렸다. ‘코러스’ 같은 영화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보자고, 개런티는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자기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초반의 우려와 달리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열심히 뛴 결과 박재형 촬영감독, 신준하 조명감독, 황상준 음악감독, 하상호 미술감독 등을 중심으로 30여명의 제작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블루캡(녹음), CJ파워캐스트(DI) 등도 참여해줬다.
이같은 ‘동참의 합창’은 제작기간에도 속속 이어졌다. 제작비에 써달라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연 사람들, 장소·장비 등을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이들의 행렬이 잇따랐다. 일례로 한 찜질방 사장님은 수십 스태프의 옷과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면서 곤히 잠든 손님들을 과감히 내몰아(?) 촬영을 할 수 있게 장소도 마련해 줬다. OST 작업에는 이 합창단 출신인 카운트테너 이동규씨가 동참했다.
# 연기·노래·공부 병행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은 곧잘 출산(出産)에 비유된다. 이렇다 할 투자자 없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물질과 재능으로 완성한 ‘유앤유’ 역시 혈전을 치렀다.
촬영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했다. 제작진은 학교는 물론 학원 수업까지 제각각인 아이들의 일상을 고려해야 해 촬영일정을 짜는 게 힘들었다. 이로 인해 촬영이 새벽에 끝나는 게 다반사였다.
세 주인공(박연주·최계영·박서영) 등 배우는 선명회합창단원들과 선생님들이 맡았다. 영화용어가 낯선 이들은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이들을 위해 제작진은 용어를 달리 사용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연기와 스태프를 병행했다. 아이들 스케줄 조정하고, 장소 섭외하고, 촬영장에선 장비를 나르고, 촬영 전후에는 아이들의 로드 매니저도 해냈다. 촬영이 지연, 아침이 다가오는 시간에 끝났을 때에는 아이들의 귀가와 등교를 위해 서울 전역으로 숨가쁜 수송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또다른 공신은 ‘아줌마 부대’다. 아이들과 제작진을 위해 김밥을 말고, 커피를 나르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학교·학원으로 데려가고…. 박제현 감독은 “어머님들에게 ‘학교·학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여기서 배우고 있다는 걸 아이들의 눈을 통해 확신했다’ ‘성적이 오히려 올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아이들은 하루에 몇번을 마주쳐도 인사를 하고,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와 와락 품에 안기기도 해 스태프진과 듬뿍 정이 들었다”면서 “모든 촬영이 끝난 날 새벽에 가진 작은 파티 때에는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박감독이 밝힌 에피소드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비오는 장면을 찍었을 때 일화다. 살수차가 뿌리는 물을 맞으며 두 주인공이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 촬영은 수차례 엔지를 거듭한 끝에 마쳤다. 물에 빠진 생쥐 꼴에 오들오들 떠는 아이들. 이때 촬영현장을 구경하던 동네 주민들이 달려와 아이들을 담요로 감싸주고 뺨과 손을 비벼주는 광경이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