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파일] 관객들 ‘입소문’이 흥행 좌우

입력 : 2007.06.19 21:06

영화 흥행은 입소문에 좌우된다. 대부분 첫 주말 성적이 가장 좋고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이같은 현상이 간혹 반대로 나타나고는 한다. 개봉 주말보다 다음 주말에 관객이 더 몰리는 것이다. 이처럼 관객이 나중에 더 드는 것을 놓고 충무로 일각에서는 ‘개싸가리’라고 한다. ‘끝이 올라가다’(けっさがり)는 뜻의 한국식 일본말로 흥행 성공을 의미한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밀양’은 지난달 23일에 개봉, 첫주에 34만9999명(이하 배급사 발표 기준)을 동원했다. 2주차에는 첫주의 약 2배에 달하는 63만2812명을 불러들였다.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과 관객들 사이에 나도는 호평에 힘입어 3주차에도 첫주보다 많은 37만7520명을 동원했다. ‘캐리비안의 해적3’ ‘슈렉3’ ‘황진이’ 등 국내외 화제작이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가운데 흥행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상영 스크린 수도 그간 큰 변화 없이 266개(첫째주), 321개(둘째주), 277개(셋째주), 238개(넷째주)에서 상영돼 왔다. 지난 17일까지 전국에서 153만8565명이 관람,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창동 감독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20일 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4회차 상영이 끝난 뒤(9시40분~11시)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최 측은 10명을 추첨해 이감독과 전도연·송강호의 사인이 든, 칸국제영화제 로고가 인쇄된 ‘밀양’ 포스터를 증정할 예정이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입소문에 힘입어 150만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7편이다. ‘그놈 목소리’(325만명) ‘1번가의 기적’(275만명) ‘극락도 살인사건’(233만명) ‘바람피기 좋은 날’(190만명) ‘복면 달호’(166만명) ‘마파도2’(156만명) ‘밀양’ 등이다.

7편 외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은 지난 3월29일 14개 극장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다. 개봉관 가운데 가장 객석이 많은 CQN명동의 경우 514명(첫째주), 760명(둘째주), 813명(셋째주), 1030명(넷째주)으로 관객이 증가하는 등 입소문 덕분에 17일 현재 총 3만3530명이 관람했다.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인 ‘비상’(3만9741명)에는 못 미치지만 이른바 ‘공동체상영’까지 포함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6월4일 현재 5만2000명이 감상한 것이다.

독립영화 배급의 새 물꼬를 튼 공동체상영은 제작사에서 각 동호인·단체의 요구에 부응, 현지에 가서 영화를 보여주는 걸 말한다. 공동체상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우리학교’가 처음이다. ‘우리학교’의 공동체상영 일정은 17일 현재 오는 8월 말까지 잡혀 있다. 이 작품을 2개월 동안 상영했던 서울 동숭동의 하이퍼텍 나다는 7월 초부터 2주 동안 앙코르 로드쇼를 가질 예정이다. 이 모두가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이다.

입소문 덕에 기사회생한 대표적인 작품은 ‘서편제’다. 1993년 4월10일 단성사에서 개봉된 ‘서편제’는 첫 주말에 6000여명(서울관객 기준)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객석점유율이 채 50%가 안 됐다. 다음주 월∼수요일에는 평균 2000명 정도에 그쳐 종영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목요일부터 관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둘째 주말에 7000여명이 봤고, 셋째 주말에는 1만여명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평일에도 매진되는 상황이 8월 말까지 이어졌다. 12월31일에 종영할 때까지 113만여명이 관람, 흥행신기록을 수립했다.

‘라디오 스타’ ‘살인의 추억’ ‘집으로…’ 등도 개봉한 주보다 다음주에 관객이 더 몰렸다. 2006년 9월27일에 개봉된 ‘라디오 스타’는 21만명(첫주), 64만명(둘째주), 36만명(셋째주), 31만명(넷째주)이 들면서 총 181만여명을 기록했다. 2003년 4월26일에 개봉된 ‘살인의 추억’은 31만명(첫주), 40만명(둘째·셋째주), 37만명(넷째주)이 관람하면서 총 510만여명을 동원했다. 2002년 4월5일에 개봉된 ‘집으로…’는 35만명(첫주), 61만명(둘째주), 66만명(셋째주), 55만명(넷째주)이 입장하면서 총 408만여명을 끌어모았다.

영화 흥행은 이처럼 입소문에 좌우된다. 그런데 입소문에 따른 흥행 과정은 제각각이다. ‘투캅스’는 첫 주말 초상을 치렀다가 기사회생, 86만여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처음부터 호응받았던 ‘비트’는 개봉 3주차에 최고성적을 기록하면서 대박이 예고되었지만 이후부터 급락, 34만여명을 모으는 데 그치고 말았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