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터지면 촬영 쫑
동물 영화보다 험난
‘아기와 나’. 오는 14일 개봉되는 영화다.
‘아기와 나’ ‘맹부삼천지교’(2004) ‘유아독존’(2002) ‘굳세어라 금순아’(2002) ‘베이비 세일’(1997) ‘미스터 맘마’(1992) 등 아기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 때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소통·통제 불능 아기 배우들
영화인들은 동물영화 촬영보다 더 힘든 게 아기들 장면을 찍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통·통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기와 나’(감독 김진영)는 열아홉 살 초보 아빠 준수(장근석)와 한 살 난 아기 우람(문 메이슨)의 험난한 동거생활을 그렸다. 촬영(1~4월) 당시 돌 전후였던 메이슨은 포장마차 장면 촬영 때 너무 많이 울어 제작진은 세트를 세 번이나 접었다 다시 설치하는 과정을 치렀다.
이 영화에서 우람은 모유만 먹는다. 그가 분유를 거부하는 장면은 촬영에 앞서 분유를 배불리 먹이거나 낚싯줄을 메이슨의 팔·다리에 묶은 뒤 잡아당겨 시선을 돌리게 했다. 낚싯줄은 후반작업 때 CG로 제거했다.
울지 않거나 웃어야 할 때에는 더러 엄마 혹은 아빠에게 장근석의 옷을 입혀 출연시킨 뒤 아기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준수와 보람의 얼굴이 모두 보이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과자·콜라·노래·빨대 등을 이용한 환심·환기책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한겨울 날씨를 감안,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먼거리 촬영 때에는 특수분장팀이 제작한 모형을 활용했다.
‘유아독존’(감독 홍종오)의 김희수는 낯을 가리지 않고 천부적인 연기력을 발휘했지만 울음보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생후 13개월인 그는 꽃미남 스태프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쳤다. ‘베이비 세일’(감독 김본)의 생후 13개월인 기민혁은 유달리 CF를 좋아했다. 제작진은 민혁을 위해 편집한 1시간짜리 CF로 울음을 그치게 하고 연기에도 활용했다.
‘미스터 맘마’(감독 강우석)의 김민형은 오히려 울지 않아 애를 먹었다. 울다가도 금방 그쳐 제작진은 민형을 울리기 위해 장난감을 줬다가 빼앗고 심지어 살짝 꼬집기까지 했다. 민형은 출연 당시 생후 8개월이었다.
▲‘아기와 나’의 문 메이슨은 낯선 환경과 혹한에 시달리면서 열연(?)을 펼쳤다. 그의 심경을 읽을 수 있는 목소리 연기는 방송인 박명수가 맡았다.
# 부모와 함께 오디션
‘아기와 나’ 제작진은 촬영에 앞서 대대적인 오디션을 가졌다. 200여명의 아기들 중에서 1차 후보를 선발한 뒤 2차 오디션에선 부모와 함께 있는 아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했다. 3명으로 압축시킨 뒤 이들 가운데 메이슨을 뽑았다.
메이슨은 2007년 3월생. 아버지는 캐나다, 엄마는 한국인이다. 잡지 ‘베스트베이비’ 표지모델 등을 했다. 혼혈아인 점이 부담됐지만 사랑스러운 외모에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고, 장근석을 빼닮아 최고점을 받았다.
‘유아독존’의 김희수는 촬영 개시 3일을 앞두고 본 마지막 오디션에서 낙점됐다. 그간 본 500명과 비교할 때 활동 경력이 전무했지만 깜찍한 미소와 낯가림 없이 누구에게나 잘 안기는 성격 덕분에 캐스팅됐다.
‘미스터 맘마’의 김민형은 강우석 감독의 옆집 아기다. 처음에는 유아용품전문회사의 전속모델이 캐스팅됐는데 촬영 초반 너무 울어 전격 교체됐다. 귀여운 외모에다 처음 보는 강 감독의 품에서 생글생글 잘 웃어 낙점됐다.
# 기록을 세워라
메이슨의 풀 네임은 무어 하우스 문 메이슨. 한국영화에 출연한 배우 가운데 가장 이름이 길다.
김민형은 출연 당시 한국기네스북에 최연소 배우로 등재됐다. 종전 주인공은 ‘황혼열차’의 안성기로 당시 그의 나이는 5살이었다.
‘맹부삼천지교’(감독 김지영)에서 돌잔치 때 마이크를 잡는 아기는 박정현이다. 그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처음에 캐스팅된 돌 전후의 남자 아기가 하도 울어 난항을 겪던 중 동석했던 누나를 출연시킨 것이다. 나이는 두 살이었지만 체구가 워낙 작은 데에다 돌맞이 옷을 입혔을 때 여자로 보이지 않아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굳세어라 금순아’(감독 현남섭)의 아기 이찬민도 여자지만 남자가 됐다. 캐스팅될 당시 생후 8개월인 찬민은 극중 설정이 ‘떡두꺼비 공주’여서 여자가 됐다. 한국영화 사상 최연소 여장남자 배우인 셈. 배두나가 그를 업고 뛰는 장면의 아기는 인형이다.
아기 배우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 ‘베이비 세일’의 민혁은 600만원을 받았다. 원래 400만원이었는데 촬영기간이 늘어나 추가됐다. 민혁과 주인공 부부(이경영·최진실)가 산책·쇼핑하는 장면에 나오는 50여명은 촬영지인 부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의 아기다. 일당 6만6000원을 받았다. 포스터에 나오는 30여명의 아기들은 10만원과 기저귀 선물세트를 받았다. 희수와 찬민이는 500만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메이슨의 출연료는 현역인 점을 고려, 비공개에 부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