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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한국영화 영문제목, 명쾌한 ‘직역’ 기발한 ‘의역’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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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1.29 21:04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몰입 교육정책이 한바탕 소동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원스 어폰 어 타임’ ‘더 게임’ ‘라듸오 데이즈’ 등 영문 제목을 사용한 한국영화가 개봉된다. 한국영화 화제작의 영문 제목을 살펴본다.

# 명쾌한 직역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密陽) 영문제목은 ‘Secret Sunshine’이다. 다음달 7일 개막되는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은 ‘Night and Day’,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는 ‘Beautiful’이다. 2004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올드보이’도 ‘Old Boy’다.

이처럼 영문 제목 가운데에는 원제를 직역한 게 많다. 최근작 가운데 ‘어린 왕자’(Little Prince) ‘슈퍼맨이었던 사나이’(A Man Who was Superman) ‘마지막 선물’(His Last Gift) ‘6년째 열애중’(Lovers of six years) ‘추격자’(The Chaser) 등이 있다. 지난해 흥행작 중 ‘그놈 목소리’(Voice of a Murderer) ‘1번가의 기적’(Miracle of the 1st street) ‘바람 피기 좋은 날’(A Day for an Affair) 등이 직역한 영문 제목을 썼다. 역대 흥행작 가운데에선 ‘왕의 남자’(King and the Clown) ‘친구’(Friend) ‘살인의 추억’(Memories of Murder) ‘집으로…’(The Way Home) ‘어린 신부’(My Little Bride) ‘반칙왕’(The Foul King) ‘공공의 적’(Public Enemy) 등이 있다.

한글 제목을 소리나는 대로 영문으로 표기한 작품도 적지 않다.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Chihwaseon)을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Taegukgi) ‘실미도’(Silmido) ‘타짜’(Tazza:The High Rollers) 등이 있다.

# 의역이 좋아

요즘 각광받고 있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문 제목은 ‘Forever the Moment’다. ‘무방비도시’는 ‘Open City’, ‘식객’은 ‘The Grand Chef’, , ‘극락도 살인사건’은 ‘Paradise Murdered’다. ‘괴물’의 영문 제목도 ‘The Monster’가 아니라 ‘The Host’(숙주)다. 괴물 그 자체와 우리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괴물 같은 생명체 등 중의적인 의미를 지녔다.

의역한 제목 가운데에는 영화 내용에 맞춘 게 상당수다. ‘엽기적인 그녀’(My Sassy Girl) ‘동갑내기 과외하기’(My Tutor Friend) ‘조폭마누라’(My Wife is Gangster) ‘가문의 영광’(Marrying the Mafia) ‘두사부일체’(My Boss, My Hero) ‘선생 김봉두’(My teacher, Mr Kim) ‘너는 내 운명’(You are my Sunshine) ‘달콤 살벌한 연인’(My scary Girl) 등이 돋보인다. ‘범죄의 재구성’(The Big Swindle) ‘광식이 동생 광태’(When Romance Meets Destiny) ‘장화, 홍련’(A Tale of Two Sisters)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All for Love) 등도 한글·영문 제목이 조화를 이룬다. 이밖에 ‘황산벌’은 ‘Once upon a time in a battlefield’, ‘말죽거리 잔혹사’는 ‘Sprit of Jeet Keun Do-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Maunday Thursday) ‘음란서생’(Forbidden Guest) ‘피아노 치는 대통령’(Romantic President) 등도 영화 내용을 압축한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 상쾌한 상징

‘화려한 휴가’ 영문 제목은 ‘May 18’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Hell Cats’, ‘가면’은 ‘Rainbow Eyes’다. 각각 영화의 소재, 인물의 개성 등에 맞춰 상징적 제목을 썼다.

상징적인 제목 가운데에는 눈길을 끄는 게 많다. ‘미녀는 괴로워’(200 Pounds Beauty) ‘여자, 정혜’(This Charming Girl) ‘혈의 누’(Blood Rain) ‘귀신이 산다’(Ghost House) ‘몽정기’(Wet Dreams) 등이 있다.

‘광복절특사’는 교도소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들이란 뜻의 ‘Jail Breakers’를 썼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에 나선 주인공에 대한 공감 혹은 동정을 의미하는 ‘Sympathy for Lady Vengeance’로 정했다. ‘생활의 발견’과 ‘빈집’은 각각 영화상에 나오는 회전문과 골프채에서 따온 ‘Turning Gate’와 ‘3-Iron)을 사용했다. ‘색즉시공’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의미를 살려 ‘Sex is Zero’를 내걸었다.

영문 제목이 돋보인 작품으로는 ‘산부인과’(Push! Push!)가 대표적이다. 출산 때 산모에게 힘을 주라면서 하는 말을 차용했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From Bedroom to Courtroom. 침실에서 법정으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A Sparkle. 노동운동에 지핀 불씨) 등도 빼어나다. ‘킬러들의 수다’(Guns and Talks) ‘달마야 놀자’(Hi, Dharma) ‘신라의 달밤’(Kick the Moon) 등도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