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파일]“한국영화 좋아” 베니스영화제 단골초청

입력 : 2007.08.28 21:27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9일 개막, 다음달 8일까지 열린다. 한국영화(표 참고)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과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 전재홍 감독의 ‘물고기’가 초청받았다. ‘천년학’은 ‘베네치아 64’,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오리종티’, 전재홍 감독의 ‘물고기’는 ‘코르토 코르티시모’ 부문에서 상영된다.

# 베니스가 좋아

‘베네치아64’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핵심 부문이다. 이 부문은 ‘경쟁’과 ‘비경쟁’으로 나뉜다. 비경쟁 부문은 ‘마스터스’ ‘회고전’ 등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이 가운데 ‘마스터스’는 여섯 거장의 작품으로 엮는다. ‘천년학’ 외 우디 앨런(미국)의 ‘카산드라의 꿈’, 기타노 다케시(일본)의 ‘감독만세’, 훌리오 브레사네(브라질)의 ‘클레오파트라, 클로드 샤브롤(프랑스)의 ‘둘로 나뉜 여자’,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포르투갈)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수수께끼’ 등이다.

‘오리종티’(orizzonti·수평선)는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부문이다. ‘검은 땅의 소녀와’ 등 22편이 초청받았다. ‘검은 땅의 소녀와’는 강원도 폐광촌에서 꿈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9살짜리 소녀(유연미)의 시점으로 그렸다. 소녀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행인 역을 강수연이 맡았다. 전감독은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로 이 영화제 ‘새로운 영역’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코르토 코르티시모’(Corto Cortissimo·짧은 매우 짧은)는 단편 경쟁 부문이다. ‘물고기’ 등 총 18편이 초청받았다. ‘물고기’는 음식점 주방장인 한 청년(양민호)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 최고(最古) 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칸·베를린과 더불어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힌다. 지구촌의 숱한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32년에 시작, 34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열렸다. 이듬해 독립, 매년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2주 동안 열린다.

국제적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영화 ‘라쇼몽’ ‘우게츠 이야기’ 등을 발굴, 시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운영상 분쟁이 일면서 1969년부터 시상 제도를 없애고 비경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영화제 열기가 수그러들자 1974년에 경쟁 제도를 재도입했다. 오늘날 최우수작품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은사자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감독상·남녀주연상과 최고의 신인 남녀 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 황금사자상을 향해

예전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한 ‘한국영화자료편람－초창기부터 1976년까지’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제22회 때 ‘성춘향’(감독 신상옥)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69년까지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꿈’, 이만희 감독의 ‘열두냥짜리 인생’ ‘물레방아’, 김수용 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 ‘맨발의 영광’,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 ‘속 한’,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 정진우 감독의 ‘하숙생’, 이성구 감독의 ‘메밀꽃 필 무렵’ ‘지하실의 7인’, 조문진 감독의 ‘새색시’ 등 16편이 소개됐다. 상영 부문은 기록돼 있지 않다.

처음으로 수상한 작품은 1981년 38회 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이두용 감독의 ‘피막’이다. 경제·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주는 특별상(ISDAP)을 받았다. 이감독은 이와 관련, “외무부의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며 “행사장에 태극기가 걸렸다는 훈령을 받고 밀라노에 있는 총영사가 급파돼 왔다”고 회상했다.

경쟁 부문에서 본상을 받은 건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가 처음이다. 임감독은 영화진흥공사 직원과 함께 참석했다. 강수연은 공사로부터 권유조차 받지 못했고, 임감독이 떠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임감독은 한 심사위원의 언질에 조그만 상이라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일본에서 열리는 ‘임권택영화제’에 참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상식 이틀 전에 떠났다. 여우주연상은 공사 직원이 대신 받았다.

당시 강수연의 수상은 국가적인 경사였다. 3대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건 ‘씨받이’가 처음인 것이다. 관련 영화인들의 어깨가 으쓱해졌음은 물론이다. 이에 강수연은 각 스태프에게 그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이미테이션 상장을 만들어 증정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이 영화제 경쟁 부문과 인연이 깊다. 1999년 ‘거짓말’(장선우), 2000년 ‘섬’(김기덕), 2001년 ‘수취인 불명’(김기덕), 2002년 ‘오아시스’(이창동), 2003년 ‘바람난 가족’(임상수), 2004년 ‘빈집’(김기덕), 2005년 ‘친절한 금자씨’(박찬욱)가 초청받았다. ‘오아시스’가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국제 비평가 협회상·가톨릭 비평가 상·젊은 비평가 상 등을, ‘빈집’이 감독상, ‘친절한 금자씨’가 젊은사자상·미래 영화상·가장 혁신적인 상 등을 받았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