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인기 작가 최인호씨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영상화했다. 영화를 보면서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쏟은 최작가는 “내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가운데 가장 진실하다”고 극찬했다.
올들어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 잇따르고 있다. ‘오래된 정원’ ‘천년학’ ‘날아라 허동구’ ‘밀양’ ‘황진이’ ‘검은집’ 등에 이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12일 개봉된다. 이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국영화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 최인호를 잡아라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2004년에 출간된 최인호씨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따르면 최인호씨의 작품은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등 19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가 각본을 쓴 작품도 19편이다. ‘불새’는 80년에 이경태 감독, 97년에 김영빈 감독에 의해 두번 영상화됐다.
최작가의 작품이 가장 많은 이는 배창호 감독이다. ‘적도의 꽃’(83) ‘고래사냥’(84) ‘깊고 푸른 밤’(85) ‘천국의 계단’(91) 등과 최작가가 각본을 쓴 ‘황진이’(86)와 ‘안녕하세요 하나님’ 등 6편을 연출했다. 이경태 감독이 ‘도시의 사냥꾼’(79)과 ‘불새’(80), 최작가가 각본을 쓴 ‘별들의 고향3’(81) 등 3편을, 이장호 감독이 ‘별들의 고향’과 ‘어제 내린 비’(75), 김수용 감독이 ‘내 마음의 풍차’(76)와 ‘사랑의 조건’(79) 등 각각 2편을 연출했다.
하명중 감독 집안도 최인호씨의 작품과 인연이 깊다. 하감독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하감독의 형인 고(故) 하길종 감독이 ‘바보들의 행진’(75) 외 최작가가 각본을 쓴 ‘속 별들의 고향’(78)과 ‘병태와 영자’(79), 하감독의 차남 준원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작품으로 최작가의 ‘유령의 집’이 원작인 단편 ‘One Fine Day’를 연출했다.
한편 최작가는 76년 자신의 소설 ‘걷지 말고 뛰어라’를 영상화, 각본·연출을 맡았다. ‘최인호의 병태만세’(80·김수형) ‘최인호의 야색’(82·변장호) 등 이름이 영화제목에 두번이나 사용되는 진기록도 낳았다.
# ‘춘향전’이 최다
‘황진이’(감독 장윤현·제작 씨네2000)는 북한 작가 홍석중씨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했다. 북한 소설이 적법 절차를 밟아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황진이’는 이에 앞서 ‘황진이’(1957·조긍하) ‘황진이의 일생’(61·윤봉춘) ‘황진이의 첫사랑’(69·정진우) ‘황진이’(86·배창호) 등 4편이 제작됐다.
가장 많이 영상화된 소설은 ‘춘향전’이다. KMDB에 따르면 일본인 조천고주가 감독한 ‘춘향전’(1923)을 필두로 이명우·이규환·김향·안종화·이경춘·홍성기·신상옥·이동훈·이성구·한상훈·박태원·앤디 김·임권택 감독 등이 연출했다. 필름이 보존돼 있는 작품은 6편에 불과하다.
‘한국영화사’(김미현 책임편집)에 따르면 이명우 감독의 ‘춘향전’(1935)은 한국영화 가운데 최초의 유성 영화다.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은 2개월간 장기상영, 18만명이 관람하는 한국영화사상 초유의 히트를 기록하며 1억환의 수익을 남겼다. 1961년에는 ‘춘향전’(홍성기)과 ‘성춘향’(신상옥)이 각각 1월18일과 28일에 개봉돼 뜨거운 대결을 벌였다. 1972년에는 이형표 감독에 의해 ‘방자와 향단이’가 선보였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밖에 ‘장화홍련전’과 ‘심청전’은 각각 6편이 제작됐다. 특히 정창화 감독은 56년에 ‘장화홍련전’, 62년에 ‘대장화홍련전’을 연출해 화제를 낳았다.
# 프랑스 소설도 영상화
KMDB에서 소설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142편이 나온다. ‘장군의 아들’ ‘춘향전’ 등이 빠진 걸 감안할 때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풀이된다.
142편 가운데 올해 개봉된 ‘날아라 허동구’는 대만 소설, ‘검은 집’은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이처럼 외국 소설을 국내 영화사에서 영상화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많은 건 일본 소설이다. 1980년대에 ‘빙점 81’(81·고영남) ‘수렁에서 건진 내딸’(84·이미례) ‘오싱’(85·이상언), 90년대에 ‘실락원’(98·장길수) ‘가족시네마’(98·박철수), 2000년대에 ‘파이란’(01·송해성) ‘도둑맞곤 못살아’(02·임경수) ‘싱글즈’(03·권칠인) ‘하늘정원’(03·이용현) ‘손님은 왕이다’(06·오기현) ‘플라이 대디’(06·최종태) 등이 선보였다.
외국 소설이 원작인 영화 가운데 돋보이는 작품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제작 봄)이다. 1782년에 출간된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흥행(전국 관객 352만2747명)은 물론 의상·가구·화장품 등 한국적 아름다움을 극대화, ‘코스튬 시네마(Costume Cinema·시대극)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