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갈대 손흔들면 가을은 살큼 낯붉히고···](http://images.khan.co.kr/article/2006/10/11/6a1282a-center.jpg)
단풍의 때깔이 짙어진다는 한로(寒露)를 지나니 완연한 가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전남 순천 순천만과 곡성 겸면목화공원, 강진 병영마을, 경북 성주 한개마을, 강원 양양 미천골 등을 선정했다. 이들 5개 지역은 갈대와 돌담, 목화 등을 만날 수 있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가을볕에 짙어가는 단풍을 벗삼아 길을 나서면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외지인을 반긴다.
▲전남 순천 순천만=8백만평의 광활한 갯벌과 70만평의 갈대밭으로 이뤄진 순천만은 명실상부한 자연의 보고다. 가을이면 칠면초와 갈대가 장관을 이루는 이곳은 연안습지 최초로 국제습지조약인 람사협약에 등록돼 전세계적으로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순천만 여행의 으뜸은 다대포구 무진교를 건너 1,220ｍ 길이로 조성된 갈대숲길. 갈대가 서로 몸을 비비는 소리를 지척에서 들을 수 있는 이곳은 특히 겨울에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등 200여종의 철새를 만날 수 있다.
갈대숲길 끝은 순천만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용산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갯벌과 갈대의 풍경은 저녁이면 붉은 일몰과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배를 타고 순천만의 S자 물길을 가로지르는 것도 이색체험. 대대포구에서 출발하는 선상투어를 이용하면 40여분간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 가장 안쪽의 갯벌과 갯벌 생물, 철새, 칠면초 등 순천만의 다양한 경치를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자연생태관에서는 ‘순천만 사계’를 영상으로 볼 수 있고, 14~22일까지 순천만 일대에서는 갈대축제가 열려 분위기를 한층 돋울 예정이다. 순천시청 문화관광과(061-749-3328), 자연생태공원 (061-749-3006~7)
▲전남 곡성 겸면목화공원=흔히 가을하면 갈대나 단풍을 떠올리기 마련. 여기에 하얀 솜꽃을 소담스럽게 피어내는 목화도 가을의 서정을 담아내는데 한몫을 더한다.
2004년 6,000여평 규모로 조성된 겸면목화공원은 매년 10월께 열매가 부풀어 올라 거품같은 새하얀 솜뭉치를 물고 있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는 목화 군락지다.
목화꽃은 처음에는 연노란색이지만 이내 자줏빛으로 바뀌고, 만추에는 하얀 솜꽃이 눈꽃처럼 피어오른다. 10월께 방문하면 연노란색에서 자주색에 이르는 목화꽃과 열매인 다래, 다래가 벌어져 새하얀 솜을 뿜어내는 솜꽃 등 3가지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겸면 일대는 목화꽃 뿐만 아니라 코스모스, 야생화 등이 어우러져 꽃길을 이루고, 길 중간중간에는 토종 열매작물로 ‘울타리굴’을 조성해 놨다. 이곳에서는 조롱박, 길쭉이박, 여주, 수세미, 꽃호박 등 7~8 종류의 희귀한 토종 과실들을 관람할 수 있다.
겸면 목화공원의 목화밭은 최대 11월 중순까지 새하얀 솜꽃을 터뜨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곡성군청 관광홍보과 (061)360-8224
▲전남 강진 병영마을=마을 곳곳이 돌담으로 이어져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인 곳이다. 병영마을은 전라도의 군수권을 통괄했던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던 병영성이 있던 곳이다.
이곳은 네덜란드 사람인 하멜과 관련된 장소들이 제법 많다. 제주도에 표류했던 하멜은 선원 33명과 함께 효종 7년(1656)에 이곳 병영마을로 압송돼 현종 4년(1663)까지 8년 가까이 머물렀었다.
마을 한쪽으로는 제법 큰 개울이 지나는데 ‘적벽청류’라 새겨진 바위벽 아래에서 하멜은 천렵을 즐겼다고 한다.
병영마을의 자랑인 돌담은 당시 하멜이 전수한 네덜란드 방식으로 돌담을 쌓았다. 납작한 돌을 골라 15도 정도 눕혀 촘촘하게 쌓고 흙으로 고정시킨 후 다음 층은 반대방향으로 15도 정도를 눕혀 쌓는 것으로, 마을 사람들은 ‘하멜식 담쌓기’라 부른다.
이곳의 돌담은 다른 곳에 비해 담장이 높은 게 특징. 말을 타고 순시를 돌때 집안이 보일 것을 염려해 평균 2ｍ 정도로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224)
▲경북 성주 한개마을=한개마을의 ‘한개’는 ‘큰 나루’를 뜻하는 순우리말. 옛날 낙동강 물길을 따라 이동하던 나룻배가 백천의 물길을 거슬러 이 마을 앞까지 오르내렸다고 한다.
성산 이씨의 집성촌인 한개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이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은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였고, 이후 월봉 이정현의 후손들이 모여 살면서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한개마을의 큰길은 ‘Y’자 형태다. 갈림길 지점에 진사댁이 있고, 왼쪽 길로 들어서면 교리댁, 북비고택, 월곡댁이 차례로 나온다. 또 오른쪽 길에는 하회댁, 극와고택, 한주고택이 잇달아 나타난다.
왼쪽 길 첫 집인 교리댁은 영조 36년(1760)에 지어져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고, 북비고택은 이석문이 사도세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북쪽으로 사립문을 낸 집이다. 오른쪽 골목길의 맨 위쪽에 자리한 한주종택은 이진상이 고종 3년(1866)에 새로 고쳐지은 집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고택과 더불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고샅길. 이곳 고샅길의 담장은 흙과 돌을 섞어서 쌓은 죽담으로,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노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성주군청 새마을과 관광문화재 담당 (054-930-6063)
▲강원도 양양 미천골=전국 80여개의 휴양림 중 숨은 비경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곳이다. 백두대간 약수산(1,306ｍ)과 응복산(1,360ｍ) 사이에 놓인 미천골은 골짜기마다 폭포수를 만나고,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기로 유명하다.
미천골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선림원지. 미천골이란 이름의 유래가 된 곳이다. 9세기께 당대 최고의 선수련원이었던 선림원에서 한끼 쌀 씻는 물이 계곡을 가득 채웠다고 해서 미천골(米川谷)이란 이름을 얻었다. 현재 이곳에는 삼층석탑과 부도, 석등, 홍각선사탑비 등 보물 4점이 절터를 지키고 있다.
선림원지를 지나 2㎞쯤 오르면 토종꿀 채취소가 나타난다. 재래봉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송이버섯모양의 벌집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미천골에서 꼭 둘러봐야 할 곳은 계곡 상류 벼랑에 자리잡고 있는 불바라기 약수터. 불바라기는 ‘불바닥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물에 철분이 많아 샘 주위가 벌겋게 변한데서 나온 이름이다. 하얀 폭포수 옆에 벌건 불기둥처럼 약수가 흘러나와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722), 미천골 자연휴양림 (033-673-1806)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