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광주광역시 5일장 ‘송정장’ “워매 싼그~”…후한 인심

입력 : 2008.02.27 20:42 수정 : 2008.02.27 20:43

새봄이 움트기 시작하는 3월. 전국 5일장이 북적이기 시작하는 때다. 각종 봄나물과 봄채소가 얼굴을 내밀고 이를 사러 온 손님들로 활기를 띠기 때문. 광주시 광산구 ‘송정장’은 장이 서는 날이면 옷가지와 신발, 생선, 과일, 야채 등이 좌판에서 새 주인을 기다린다. 대형할인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인정’이 넘쳐나던 5일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도심 속 틈바구니에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시골장터는 현대사회의 삭막함 속에서 그나마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인심의 집합소’. 일상에 지쳐 삶에 활력을 잃었을 때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다.

‘송정장’에서 죽상어를 들어보이는 상인

광주는 140만명 시민이 살고 있는 호남 제일의 도시다. 게다가 담양, 함평, 나주, 화순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이런 대도시 한복판에 옛 모습을 간직한 5일장이 선다면 과연 믿어질까.

하지만 광주공항 인근 광산구에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5일장이 선다. 하루 5만여명의 상인과 주민이 오가는 송정장의 규모는 9917.4㎡(3000평) 정도. 장날이면 광주 인근에서 재배한 각종 농작물과 영광 등 서남해안에서 온 해산물이 장터를 가득 메운다.

이곳에 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선암나루 인근 선암장이 모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선시대 서남해안에서 오는 물자는 황룡강을 타고 나주와 장성을 잇는 선암나루를 거쳐야만 했다. 거룻배를 통해 수많은 물자가 들고나니 자연스레 장이 생긴 것.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선암장은 그 옛날 광주권 서부에서 견줄 만한 장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고 한다.

이후 1913년 호남선과 경전선이 지나는 길목에 광주 최초의 기차역인 송정리역이 생겼고 황룡강을 오르내리던 거룻배는 점차 자취를 감춰버린 까닭에 시장은 역 인근으로 옮겨지면서 송정장이 생겨났다. 매월 6차례이던 장날을 12차례로 늘일 만큼 당시 송정장의 위세는 대단했다.

장이 서면 매생이, 감태, 파래, 김 등이 바다 내음을 물씬 풍기고 명절이면 제사상에 오를 죽상어가 넘쳐났다. 또 담양에서 건너온 죽순이 바구니 가득하고 나주, 함평, 영광, 목포에서 올라온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까지 듬뿍 담아갈 수 있어 일상에 지친 삶에 활력을 얻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송정장은 도심에서 열리는 장이라 시골장만큼 일찍 열지 않는다.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장을 둘러보기 전 용아박용철생가를 둘러보면 좋다.

용아 박용철은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1930년대 활약하던 시인. 1930년 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떠나가는 배’는 식민지현실과 3·1운동 실패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의 갈등을 표현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박용철 시인의 고조부가 지었다는 용아 생가는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막돌바른층쌓기를 한 2자 높이 자연석 기단 위에 덤벙 주추를 놓았다. 기둥으로 적당이 휘고 옹이가 보이는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송정 떡갈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광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5가지. 광주한정식과 오리탕, 광주김치, 무등산 보리밥, 송정 떡갈비 등이 바로 ‘광주오미(光州五味)’다. 이중 떡갈비는 송정장 옆으로 향토 떡갈비 거리가 조성돼 장을 둘러본 후 보면 좋다. 떡갈비에 딸려 나오는 갈비탕 맛도 일품.

광주의 대표적 볼거리는 무등산을 비롯해 국립 5·18민주묘지, 5·18자유공원, 김대중 컨벤션센터, 예술의 거리 등. 이중 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까지 이어지는 거리에 조성된 ‘예술의 거리’는 갤러리와 화랑, 화방, 소극장 등이 조성돼 전시회와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또 토요일마다 열리는 ‘개미시장’은 엽전, 복제 명화, 장구, 도자기, 향로, 민화, 목각품 등 선인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과 서책 등이 좌판에 쏟아져 나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등산으로 방향을 틀면 증심사로 향하는 길목에 인도박물관이 이색볼거리를 제공하고, 개울가를 따라가면 사군자와 묵향에 빠졌던 의재 허백련 선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재래시장 여기도 가보세요” 강추! 3선 -

▲ 전북 남원 ‘인월장’

인월5일장(3·8일)은 봄이면 산나물을 비롯해 묘목과 씨앗, 메주와 장류, 농기구와 골동품, 지역특산물, 흑돼지, 인월막걸리, 고로쇠약수 등이 장터를 풍성하게 해준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쪽 하동의 화개장터가 있다면 북쪽에는 인월장이 그에 버금가는 명성을 자랑할 만큼 규모가 큰 편. 오는 8월 새로운 장옥이 완공되면 토요상설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나 국악 및 약장수공연, 마술쇼 등의 행사도 열린다.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3

▲ 경북 상주 ‘중앙시장’

쌀·목화·누에고치로 유명한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는 과거 낙동강 수운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로 경상도 물산이 서울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큰 장이 섰고 오늘날까지 5일장(2·7일)이 유지되고 있다. 장날이면 청화산과 국수봉 등 백두대간 자락에서 재배된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고 특히 봄이면 냉이, 달래, 두릅, 쑥, 머위 등 신선한 봄나물이 넘쳐난다. 국내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따로 조성된 곶감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상주시청 새마을문화관광팀 (054)537-7208

▲ 충북 영동 ‘임산장’

임산5일장(1·6일)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만 나물이며 직접 만든 두부, 콩 등을 바구니 가득 짊어지고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답게 때 묻지 않은 시골풍경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임산장은 주요 특산물이 산나물. 민주지산과 비봉산, 천태산 등지에서 자란 고사리와 두릅, 참나물, 취나물 등은 중국산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맛이 좋다. 가을이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송이와 능이버섯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14

- 떡갈비 안먹으면 두고두고 후회 -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회덕IC→호남고속도로→서광주IC

▲맛집:명선헌(한정식, 062-228-2942), 고려조삼계탕(삼계탕, 062-371-8886), 상무정(오리요리, 062-376-5252), 수궁식당(보리밥 한정식&닭불고기, 062-222-5694), 송정떡갈비1호점(떡갈비, 062-944-1439), 형제송정떡갈비(떡갈비, 062-944-0595) 등

▲주변 볼거리:무등산, 증심사, 국립 5·18민주묘지, 5·18자유공원, 김대중 컨벤션센터(사진), 예술의 거리, 지산유원지, 광주국립박물관, 고싸움전수관 등

▲축제 및 행사:세계 차 전시회(5월22~25일), 제7회 광주비엔날레(9월5일~11월9일), 광주김치대축제(10월 중) 등

▲숙박:무등파크호텔(062-226-0011), 센트럴 관광호텔(062-383-7575), 호텔 프라도(062-654-9999), 싼타모 관광호텔(062-956-5000), 엠파이어 관광호텔(062-973-3400) 등

▲문의:광주광산구청(062-942-3011), 김대중 컨벤션센터(062-611-2000), 용아박용철생가 (062-944-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