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日 후쿠시마현 하와이안즈, 놀러갈까 쉬러갈까

입력 : 2007.01.31 22:21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 코앞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기를 머금은 바람에 옷깃이 여며진다. 이 겨울, 혹한에 지친 심신을 온천욕으로 달랜다면 봄기운이 저만치 와있을 것만 같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10분,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자리잡은 ‘하와이안즈’는 1000년 역사의 전통 온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다건너 온천만 즐기고 온다면 아이들에게 야속할 터. ‘일본 속 하와이’라 불리는 대규모 워터파크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게다가 인근에서 즐기는 골프와 스키는 물론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가슴에 담아올 수 있어 매력적이다. 놀고 먹고 자고 즐기는 테마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니 일정 또한 여유롭다.

일본 내 43개 현 중 3번째로 큰 후쿠시마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산맥에 의해 아이즈, 나카도리, 하마도리 등 3개 지역으로 나뉜다.

하와이안즈는 남태평양과 마주하는 하마도리 내 이와키시에 있다.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해 외국에 덜 알려져 북적이지 않아 고향에 온 듯 편하다. 게다가 산과 바다를 양쪽에 끼고 있어 자연으로부터 받는 혜택도 적지 않다.

해안에 인접해 있다보니 물과 관련된 관광지가 제법 많다. 이중 ‘하와이’를 컨셉트로 꾸민 하와이안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하나의 거대한 돔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용지면적만 13만㎡. 도쿄돔의 6.5배에 달하고 이와키시에서 나는 온천수의 5분의1을 사용한다. 개장 이후 지난해 2월까지 남한인구보다 많은 5000만명이 다녀갔다. 가히 시설과 규모면에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원래 이곳은 유명한 탄광이었다. 당시 석탄 1t을 캐는데 110t의 온천수가 나올 정도로 물이 풍부해 지금도 하루 3t씩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총 6층에 걸쳐 24개에 달하는 욕조의 물이 전부 온천수다. 어디 그뿐인가. 이 물을 매일 갈아 치운다고 하니 일본 내에서도 수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탄광촌 출신 소녀들이 폐광의 운명을 맞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훌라 댄스쇼를 기획한다는 내용의 영화 ‘훌라 걸스’가 이곳에서 촬영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하와이안즈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 박찬엽 과장은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하와이안즈는 ‘일본 속 하와이’라는 별칭과 함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며 “영화 ‘훌라 걸스’가 한국에서도 3월 중 개봉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1966년 최초 개장 이래 꾸준히 시설을 확장한 하와이안즈는 워터파크를 비롯해 에도죠와 요이치, 스프링 파크, 스파가든 파레오, 비르포트 등 크게 5개의 테마로 조성됐다.

1층에 자리한 워터파크는 하와이안즈 관광의 출발점. 호텔 쪽 입구에서 들어서자 후덥지근하다. 1년 내내 28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이곳은 하와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이국적이다. 범선 모양의 파라다이스호 옆 대형풀을 중심으로 3개의 워터슬라이더와 유아를 위한 개구쟁이풀, 해변극장, 월드 매직홀 등을 갖췄다.

오후 1시30분과 밤 9시10분, 해변극장에서 열리는 폴리네시안쇼는 하와이안즈의 대표적 공연.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건너편 유수풀은 노년층과 여성,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최고시속 40㎞로 미끄러져 내리는 워터슬라이더 원더블랙은 짜릿한 스피드감을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다.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 구름다리를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스프링 파크, 왼쪽이 에도죠와 요이치다.

스프링 파크의 컨셉트는 남유럽풍이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온천과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꼭 들러야할 곳은 대욕장 팔레스 내에 마련된 히노키탕. 하와이안즈에 공급되는 온천수가 제일 처음 나오는 곳이다. 유황성분 그대로의 유황천을 만끽할 수 있어 그 효과를 보려는 이들로 항상 만원이다.

비르 포트는 건강과 미용 체험프로그램으로 온천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 여기서 한층 더 오르면 야외온천장 스파가든 파레오다.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등 4가지 색으로 테마를 구분해 크고 작은 스파시설을 조성했다.

위쪽 녹색공간에 마련된 발지압 산책로는 인공과 자연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입구 왼쪽길을 따라가면 페치카가 있고, 그 위쪽으로 자그마한 4개의 탕이 마련돼 있어 연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하와이안즈의 하이라이트는 에도죠와 요이치. 일본 온천 특유의 경관을 눈요기 할 수 있는 이곳은 에도시대의 욕조를 재현해 놓은 세계 최대 규모의 노천탕이다. 총 1000여평에 마련된 노천탕은 1500명이 동시에 입욕할 수 있어 98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에도시대부터 문을 열었다는 노천탕은 일본 전통가옥 모양으로 장식돼 꽤 운치가 있다. 옛 방식 그대로 운영돼 물 긷는 대나무 바가지가 유일한 목욕 도구다. 남탕 청소부도 일본 전통의상을 한 여자라 ‘초보자’는 흠칫 놀라기 십상이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고개를 들면 별이 비 오듯 쏟아지고 매일 밤 9시30분, 탕에 몸을 담근 채 일본 전통 그림자연극을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호젓이 휴식을 취하다 보면 이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진다.

<이와키(일본)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