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삼별초 격전지’ 전남 진도

입력 : 2007.05.30 22:20

전남 진도는 고려의 자주를 꿈꾼 삼별초의 피맺힌 항쟁의 근원지다.

몽고와의 치욕적인 강화조약에 반발한 삼별초는 배중손을 지휘관으로 삼아 원종을 폐하고 왕족인 승화후 온을 새 왕으로 옹립, 반란을 일으킨다. 이후 강화도에 남아 있는 귀족과 고관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진도로 보내게 되는데, 이때 동원된 선박이 무려 1000여척에 이르렀다고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진도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적지 않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호국체험여행에 나서 볼 만하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에 위치한 용장산성(사적 제126호)은 벽파진을 통해 진도로 들어온 삼별초가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 삼별초는 이곳 용장산성에서 9개월 동안 머물면서 대몽항쟁을 위해 그 세력을 넓혀 갔다.

하지만 1271년 5월 화포와 화창으로 무장한 여몽연합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용장산성은 힘없이 무너지고 삼별초의 처절한 패퇴가 시작된다. 현재 용장산성에는 계단식으로 조성된 방대한 규모의 행궁지가 남아 있다. 또 배중손장군이 산성을 쌓을 때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용장사의 석불좌상(유형문화재 제17호)과 삼별초 관련 자료를 전시해 놓은 용장산성 홍보관이 조성돼 있다.

용장산성에서 탈출한 삼별초의 퇴로는 크게 두 갈래. 당시 삼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여몽연합군의 기세를 분산시키기 위해 승화후 온을 위시한 김통정과 유존섭 등은 남쪽 왕무덤재를 넘어 갑포로 향했다. 또 배중손장군 일행은 남도포로 방향을 잡았다. 승화후 온 일행은 지금의 진도군 의신면 침계리 부근에서 여몽연합군과 첫번째 격전을 치른다. 이 격전에서 승화후 온과 그의 아들 항이 몽고의 장군 홍다구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이곳이 바로 ‘왕온의 묘’가 있는 ‘왕무덤재’다.

왕무덤재에는 왕온의 묘 외에도 비교적 규모가 큰 5~6기의 묘가 더 있지만 온의 아들 항의 묘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승화후 온이 타던 말의 무덤으로 알려진 ‘말 무덤’이 왕온의 묘로 오르는 길 우측 숲에 있다.

승화후 온을 잃고 계속 남하하던 김통정 일행이 여몽연합군과 다시 맞닥뜨린 곳은 ‘돌아온 백구마을’로 유명한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 부근이다. 이곳에서의 격전도 삼별초에는 쉽지 않은 전투였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당시의 처참했던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을 앞 곳곳에 남아 있는 작은 봉분들이 바로 그것. 돈지리 마을 앞 들판에 흩어져 있는 이 작은 무덤들을 마을사람들은 ‘떼무덤’ 혹은 ‘대분통’이라 부른다.

진도군 신의면 돈지리에 위치한 ‘삼별초 궁녀 둠벙’도 돈지벌 전투 중 피란길에 나선 삼별초의 궁녀들이 만길재에서 우황천이라 불리던 웅덩이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지금은 우황천 대부분이 메워졌지만 마을 입구에는 아직도 ‘삼별초 궁녀 둠벙’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웅덩이가 남아 있다.

김통정 일행이 제주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쳐 간 곳은 금갑선착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진도군 의신면 금갑리 북문재 정상의 금갑진이다. 현재 이곳에선 김통정 일행의 최후 방어선이었던 금갑진에 대한 발굴공사가 한창이다. 금갑슈퍼 앞 공터에서 금갑교회를 끼고 도는 작은 길을 따라 오를 수 있다.

서쪽으로 퇴로를 잡은 배중손장군은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에 위치한 남도석성(사적 제127호)에서 최후를 맞는다. 남도석성은 삼국시대 쌓은 성으로 지금 남아 있는 남도석성은 조선시대에 왜구를 막기 위해 증·개축한 것. 둘레 610ｍ의 석벽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당시 남도석성 안에는 사람들이 살았는데, 지금도 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지산면 세방리도 필수 코스. 진도 서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세방리는 기상청이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올망졸망 바다에 떠 있는 다도해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고속국도(서울→대전→호남고속국도→광주)→목포IC→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우수영→진도/서울↔진도/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4회(5시간소요)

▲맛집:문화횟집(활어회, 061-544-6007), 옥향식당(설렁탕, 061-544-2061), 우래식당(해물탕, 061-544-2120) 등

▲축제:진도아리랑축제(11월)

▲주변 볼거리:신비의 바닷길, 운림산방, 첨찰산 봉수대 등

▲숙박:남강모텔(061-544-6300), 보은모텔(061-543-0123), 진도관광모텔(061-542-2123), 로즈파크모텔(061-544-7181) 등

▲문의:진도군청 문화관광과(061－544-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