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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장흥 탐진강, 淸流 100여리… 낭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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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6.20 21:27

전남 장흥군 탐진강.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3대 강’ 중 하나다. 영암군 금정면에서 발원해 남동쪽으로 굽이치는 강줄기는 장흥 시가지를 적신 후 강진을 거쳐 남해로 흘러든다. 총길이 55㎞. 하지만 장흥군 유치면에 댐이 들어선 후 더 이상 호탕한 물줄기는 볼 수 없게 됐다. 그 ‘덕’에 새롭게 들어선 것이 물 문화공원과 생태문화공원, 탐진호. 장흥군에 새로운 명소가 탄생한 셈이다. 강 중류 가지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보림사가 연꽃에 안기듯 고즈넉이 자리하고 수변 곳곳에는 정자가 줄줄이 들어서 있어 강줄기를 따라가는 여정이 살갑다.

장흥은 문인의 고장이자 천혜의 자연조건을 두로 갖춘 고장이다. 인근 보성과 강진의 유명세에 가려 혹자는 장흥을 ‘은둔의 땅’이라 부른다. 하지만 산과 바다, 계곡과 강이 조화롭고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댐이 들어선 유치면은 탐진강 상류지역으로, 수몰지구다. 반대편 부산면에는 수자원공사와 군이 새롭게 조성한 물 문화공원과 생태문화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장흥군의 새로운 명물인 셈이다.

200여ｍ에 이르는 생태공원교를 건너면 물 문화공원. 맑은 바람과 청아한 물소리가 가득한 공원은 물과 바람,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쉼터다. 1만7000여평의 부지 한쪽 언덕 위 거대한 물방울이 눈길을 끈다. 양손으로 받쳐 든 16.7ｍ짜리 물방울은 물 문화공원을 대표하는 상징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안쪽 계단을 오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발아래 유리바닥이 천천히 회전한다. 공원을 삥 둘러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공원은 인공폭포, 벽천분수, 바닥분수를 비롯해 쉬어갈 수 있는 원두막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에는 맥문동, 석창포, 꽃창포, 섬기린초, 범부채, 지면패랭이꽃, 애기원추리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외지인을 반긴다. 실개천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와 돌다리도 정겹다. 낮 3~4시, 밤 8~9시 2차례에 걸쳐 벌어지는 분수쇼가 장관. 물과 빛의 조화가 신비롭다. 인공폭포도 이때 장쾌한 모습을 드러낸다. 조만간 청소년야영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다리 건너 생태문화공원은 천연잔디 축구장을 비롯해 중심광장, 어류서식지, 전통문화공간, 생태연못 등이 조성돼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안성맞춤. 510년 된 지동마을의 느티나무도 볼거리다.

여기서 화순·광주방면 23번 국도를 따라가면 보림사다. 길은 산허리를 꿰차고 10여㎞를 치닫는다. 울창한 숲을 양쪽에 둔 이 길은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탐진강 상류에 위치한 보림사는 동양 3보림(인도, 중국, 한국) 중 하나. 해동선종 종찰이다. 보림사는 연꽃 잎 모양의 가지산 자락이 절집을 둘러싸 연꽃에 들어앉은 모양새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문에 들어서면 ‘선종대가람(禪宗大伽藍)’이란 글자가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온 가람임을 알리는 편액이다.

사천문 좌우측 사천왕상은 1515년에 나무로 조각한 것.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됐다. 1995년 사천왕상의 팔과 다리 부분에서 금강반야바라밀경 등 불서 200여권이 나와 보물 제1254호로 지정됐다.

사천문을 지나면 맞은편이 대적광전. 그 사이에 삼층석탑 2기와 석등이 있고 오른편이 대웅보전이다. 대적광전에는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자나불 좌상이 모셔져 있다.

보림사는 한국전쟁 당시 외호문과 사천왕문을 제외한 모든 전각이 소실됐으나 현 주지인 현광선사가 1982년부터 대웅보전과 대적광전, 선원 등을 차례로 복원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보림사에는 국보 2점, 보물 8점, 전남도 문화재 13점을 보관 중이다. 전국 사찰 중 최대 규모다. 또 보림사에는 선승들이 즐겨 마시는 작설차가 특산품으로 전하고 비자림과 약수를 비롯해 산림욕을 겸한 등산로가 제법 많다.

‘장흥의 젖줄’인 탐진강변에는 과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정자가 곳곳에 남아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해 망명길에 잠시 머물렀던 사인정을 비롯해 부춘정, 용호정, 동백정, 창랑정, 수녕정, 흥덕정 등 경관이 수려한 정자가 수변을 따라 이어진다.

한적한 산골 풍치와 유유히 흐르는 강, 정자의 낭만적인 풍경은 그 옛날 글과 운치를 벗하던 이들이 왜 이곳을 그토록 아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장흥(전남)|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 : 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29번 국도 화순→2번 국도 보성→장흥→23번 국도 장흥댐 방향→물문화공원&장흥댐→23번 국도 화순·광주 방향→보림사

▲주변 볼거리 : 천관산, 제암산, 유치·천관산 자연휴양림, 수인산성, 정남진, 정남진 천문과학관, 부춘정, 억불산 산림욕장, 소등섬 일출, 영화 ‘천년학’ 세트장, 토요시장 등

▲체험 : 청정자연도시를 표방하는 장흥은 그만큼 자연을 대상으로 한 체험거리가 많다. 그중 호박나라 진목마을(011-9430-5712 이황우)을 비롯해 쇠똥구리 생태체험(011-619-3746 고환석), 장수풍뎅이 체험(011-9604-1287 장광자), 지렁이 생태체험(011-607-4947 유금렬) 등이 대표적이다.

▲맛집&숙박 : 명동가든(061-863-8797), 신녹원관(061-863-6622), 바다하우스(061-862-1021) 등/진송관광호텔(061-864-7775), 옥섬 워터파크(061-862-2100), 탐진각(061-863-5566) 등

▲문의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061－86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