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제주 금릉석물원, 돌로 빚은 해학 절로 웃음

입력 : 2008.03.12 20:29 수정 : 2008.03.12 20:32

제주도는 ‘돌섬’이다. 화산폭발로 생겨난 현무암이 발길에 차일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무생물인 하찮은 돌이라도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 생명력을 얻게 마련. 북제주군 한림읍 금릉리에 자리한 ‘금릉석물원’은 돌 하나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제주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담은 석물(石物) 공원이다.

지난 50여년간 돌하르방을 조각한 명장(名匠) 장공익옹(77)이 자신의 작품 1만여점을 전시해 놨다. 검은색 현무암을 일일이 쪼아 만든 작품마다 풍자와 익살, 해학이 가득하다. 투박하지만 친근감이 넘쳐나는 돌조각 하나하나에서 제주의 온전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포근하고 정겹다.

한림읍 금릉리는 제주공항에서 1132번 일주도로를 따라 40여분 거리. ‘천년의 섬’ 비양도를 코앞에 둔 금릉석물원은 돈을 들여 예쁘게 포장한 공원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작품이 하나 탄생할 때마다 공터 한쪽 빈자리가 메워질 뿐이다.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정겹다.

입구를 지나 오른쪽 아래로 향하면 작은 연못이 나오고 돌계단을 내려서면 정여굴이다. 굴에는 불공을 드릴 수 있도록 암자를 만들어 놨다. 3만5000㎡ 규모의 전시장에는 ‘제주의 모습’이 빼곡하다. 이 모두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착과 옛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장인의 혼이 담긴 작품이다.

공원 초입에는 거대한 돌하르방과 관음상, 사천왕상 등 불교와 제주의 전설을 소재로 한 석상을 세웠다. 그 모습이 당당하다. 제주시 원당사 5층 석탑, 복신미륵 2기 등도 눈길을 잡아끈다. 돌하르방은 제주시, 정의, 대정 등지에 남아 있는 옛 돌하르방을 모델로 삼았다.

입구 쪽과 달리 안으로 들어설수록 작품은 색깔을 달리한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고 한번쯤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게는 30㎝부터 6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동자상과 해녀상, 밭을 가는 소와 할아버지의 모습, 물허벅을 지고 아이를 재우는 여인, 밭일을 나가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선 아이, 옷을 벗고 있는 여인을 몰래 쳐다보는 남정네, 제주의 전설을 표현한 ‘야생오축’, 볼일을 보는 아낙네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돼지, 마을에 불이 났을 때 맷돌을 옮기는 주민 등은 제주도에서만이 볼 수 있는 토속적이고도 해학적인 모습이다. 간이매점 탁자 앞에 갖다 놓은 ‘똥 싸는 의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골목’을 테마로 한 작품도 재미있다. 입구에 ‘헛깨비 골목’이라는 팻말이 붙은 미로는 도깨비 소굴. 곳곳에 갖다 놓은 익살스럽고 재미난 표정의 도깨비가 인상적이다. 코에 성기가 달린 ‘코부재’란 작품은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2개의 돌하르방을 만들어 하나를 선물하고 나머지 하나를 전시해 놓은 돌하르방도 수십개에 이른다. 작품의 규모도 놀랍지만 소재와 표현력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작품 재료는 모두 현무암. 용암의 잔재인 현무암은 투박하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그 투박함이 오히려 생동감을 전해준다.

공원 중간쯤에 자리잡은 ‘동심에 고향’이란 제목의 작품은 장옹의 어릴 적 마을과 삶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 ‘작은 민속촌’ 같다. 바람을 피우다 들킨 남정네를 벌주는 동네사람들, 새끼를 젖먹이는 어미돼지, 맷돌을 돌리는 아낙네들, 말똥을 그릇에 받는 여인네 등 모두가 해학적이다. 그 뒤로 제주설화에서 창조주에 가까운 ‘설문대할망’이 우뚝 선 모습은 왠지 장엄하기까지 하다.

모두 창작품이다.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과 광복전후의 생활문화 등이 그의 소재다. 심지어 꿈도 그의 소재가 된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그 끝에 작업장이 있다. 153㎝의 키에 왜소한 체구의 한 노인이 연방 정질을 하고 있다.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아 얼굴에 하얀 돌가루를 뒤집어쓴 노인은 1993년 노동부가 지정한 ‘석공예명장’ 장공익옹이다. 가난을 대물림 받아 먹고살기 위해 이 길로 선 지 만 50년. 8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힘에 부치고 지겨울 법도 하지만 여전히 망치질이다. “잠에서 깨면 돌이 있는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힘들기는커녕 지금도 돌을 다듬을 때는 가슴이 설레는 걸.”

매일 8시간의 작업을 통해 1년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80여점. 지금까지 제작한 돌하르방만 10만개가 넘는다. 제주도 돌하르방 제작의 살아 있는 역사다. 그가 만든 돌하르방을 선물로 받아간 국내외 국빈도 적지 않다. 캐나다 밴쿠버항 공원, 미국 샌타로사시, 중국 산둥성의 리이저우시에는 장옹이 제작한 대형 돌하르방이 자리잡고 있다.

거친 돌을 다루다 보니 상처는 기본. 왼손 검지 둘째 마디가 볼록하다.

“언제부턴가 왼손 검지가 볼록하게 튀어나오더라고. 평생 한 돌질 때문에 돌가루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 막내도 손이 이래.”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에도 장옹의 얼굴에는 어린아이의 천진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암울했다. 12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났지만 10세를 전후해 10명이 곁을 떠났다. 홀로 남은 누이동생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장옹도 10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5명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옛날에는 자고나면 아이가 생겨 열을 낳았는데 지금은 다섯 남았지. 업보인지 대물림인지.”

현재 장옹의 일은 막내인 운봉씨가 가업으로 잇고 있다. 이 땅에 하나뿐인 제주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가족이 나섰다. ‘줍는 손은 고운 손’이라는 제목의 석상 아래 노란 얼굴을 내민 한라구절초가 장옹의 얼굴처럼 해맑다.

- ‘모듬 흑돼지’ 맛보세요 -

금릉석물원 장공익옹.

▲가는 길:제주공항→1132번 일주도로→한림→금릉리→금릉석물원

▲주변 볼거리:한림공원, 비양도, 협재해수욕장, 빌레못동굴, 금산공원 등

▲맛집:이가네흙도야지가든(064-796-4705)은 제주도 특산물인 흙돼지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자체 운영하는 흙돼지 농장과 무농약 인증 야채농장에서 고기와 야채를 공급받아 제주도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오겹살, 삼겹살, 목살, 앞다리살, 항정살, 갈빗살 등이 나오는 모둠메뉴를 주문하면 어른 4명이 배불리 먹을 정도로 양도 푸짐하다.

▲여행상품:뭉치이벤트투어에서는 생태체험 관광 ‘디카 제주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스토리텔러가 동행하는 이 상품은 금산공원과 월령선인장 및 비치 트레킹, 수월봉, 버섯농장, 돔베낭골, 쇠소깍, 절물자연휴양림, 산굼부리, 환해장성, 철새도래지, 해녀촌 등을 탐방하는 2박3일 일정이다. 22만원. (064)724-6887

▲문의:금릉석물원 (064)796-2174, 3360

- 쪽빛 바다 연초록 선인장길 꿈같은 데이트 -

▲ 중문 제주신라호텔

호텔이 ‘진화’할수록 고객만족도는 높아지게 마련. 이제 더 이상 호텔을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텔 안팎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선진 체재형 리조트 호텔’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제주신라호텔은 최근 휴식과 레저, 관광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GAO(레저 도우미)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쿠킹 클래스

호텔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팀까지 구성했다. 현재 운영 중인 GAO 프로그램은 생태 및 자연체험, 관광지 탐방, 별자리 관측, 해양스포츠 등의 야외행사와 요가, 다이어트 강연, 수영강습, 키즈클럽 및 쿠킹클래스 등으로 구성된 실내행사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봄볕이 따사로운 이즈음 야외에서 접할 수 있는 행사는 유채꽃 및 녹차여행, 군산오름 생태체험, 제주 몰질 트레킹과 태우 낚시체험, 별자리 체험 투어 등. 또 쿠킹클래스와 갤러리 투어, 숨비 정원 유채꽃 야유회 등의 행사가 호텔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중 쿠킹클래스가 특히 인기다. 호텔 셰프와 레저도우미가 함께 하는 쿠킹클래스는 아이들이 직접 밀가루로 반죽한 쿠키를 오븐에 구워 완성품을 맛보는 것. 또 남제주군 대평리 앞바다를 무대로 한 태우(제주도 전통 배) 낚시체험과 몰질(말 길의 제주 방언) 트레킹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에 제격이고 호텔 내 ‘숨비 정원’에서는 ‘작은 농장 동물 먹이주기 체험’을 매일 진행, 잠시라도 호텔방에 머무를 틈을 주지 않는다. 이외에 제주여행과 관련 1대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TPO(Travel Plan Office) 서비스도 4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제주신라호텔에서는 이달 말까지 가족용 객실과 조식(2인), 렌터카 24시간 무료 서비스(3만원 추가 시), 신라테디베어인형 등이 포함된 패키지(22만~29만원)를 판매하고 온라인예약 시 1만원을 할인해 준다. 1588-1142

▲ 월령 선인장군락지

월령 선인장군락지 산책로

따사로운 봄볕 아래 이국적 풍광의 선인장 군락을 낀 해안가를 연인과 함께 거닌다면 아마도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일 것이다.

제주시 한림읍 원령리는 동남아시아의 어느 한적한 섬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풍경을 간직한 국내 유일의 선인장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29호)다. 멕시코에서 넘어온 선인장은 문주란, 파초일엽과 더불어 제주도 내 3대 외지식물 중 하나. 생긴 모양새가 꼭 손바닥 같다고 해서 주민은 ‘손바닥선인장’이라 부른다.

해안가 바위와 울타리, 텃밭에도 선인장이 지천인 마을은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산책로가 명물. 약 250 길이의 나무 데크로 조성한 산책로는 돌담과 용암, 바다를 양쪽에 두고 해안가를 따라간다.

‘천상의 다리’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현무암에 뿌리를 내린 연초록 선인장과 자줏빛 열매,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바다 때깔 또한 인상적이다. 코발트빛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 바다는 제주도에서도 우도의 서빈백사와 원령리 앞바다 단 2곳에만 있다는 산호사 해변인 까닭이다.

봄이 무르익는 5월, 선인장은 열매를 털어낸 자리에 노란색 꽃을 피운다. 원령리가 ‘별천지’로 변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