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상큼하다. 따사로운 햇살에 온몸을 내맡긴 가을꽃이 싱그럽다.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볼 수 없지만 차창 밖 가을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서기 좋은 때다. 전남 고흥군 고흥호는 이즈음 파도처럼 넘실대는 갈대가 장관인 ‘새내기’ 인공호수. 가을을 벗 삼아 드라이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일상에 혹사당한 심신을 추스르고 싶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전남 고흥은 2600리에 달하는 해안선을 낀 천혜의 고장이다. 기름진 땅과 청정바닷가를 양쪽에 거느린 까닭에 먹을거리 또한 풍부하다. 게다가 나로도, 용바위터, 팔영산휴양림, 충무사, 소록도, 봉래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등 둘러볼 곳도 적지 않다.
2873ｍ 길이의 고흥만방조제는 확 트인 바다를 조망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 15년간 간척공사 끝에 3100ha의 간척지와 1701ha의 농경지, 280ha의 인공습지, 745ha의 담수호를 얻었다.
두원면 풍류리에서 시작해 도덕면 용동리로 이어지는 고흥만방조제에 서면 남쪽으로 광대하게 펼쳐진 호수와 농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조제 길은 휘어짐 없이 줄기차게 뻗어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득량만과 고흥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개운해진다. 방조제 서쪽 끄트머리는 고흥만수변공원. 고흥호 기념탑과 벤치, 지압로, 특산물판매장 등을 조성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공원을 나와 배수갑문을 거쳐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만나는 것이 담수호를 따라가는 호반도로다. 여기서 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간척지를 가로질러 비룡교를 지나 경비행장과 항공센터를 만난다.
비아도와 비아마을, 인공습지와 3개의 전망대를 거치면 고흥만방조제 동쪽 끝에 이른다. 방조제를 한 바퀴 돌아 고흥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는 셈이다. 고흥호는 물과 육지가 만나는 곳마다 갈대밭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의 향연이 감미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다양한 종의 텃새와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가 이곳 인근 농경지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철새관찰지로 손꼽힌다.
비아도 앞에서 간척지 중앙관리소로 이어지는 담수호 동편 도로변에는 3곳에 자연관찰용 데크를 만들어 놨다. 드라이브 도중 잠시 들러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수생곤충과 민물고기, 백로와 왜가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고흥반도 동쪽 해창만간척지도 갈대밭과 농경지, 담수호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두면 옥강리에서 오도를 거쳐 영남면 금사리까지 이어지는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2736ha의 간척지가 생겨났다. 이중 500ha가 담수호다.
해창만1방조제와 2방조제를 합한 길이는 3464ｍ. 간척지 안 농로 길이만 해도 171㎞나 된다. 황혼의 금빛 갈대밭 풍광은 순천만에 버금간다.
한반도 최남단 고장 중 하나인 고흥까지 와서 방조제만 보고 간다면 서운할 터. 해창만방조제에서 바라보이는 산이 고흥의 진산인 팔영산(608.6ｍ)이다. 산이 품은 8개의 봉우리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 정경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팔영산 북쪽에 자리한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고찰이다. 또 남양면의 우도도 둘러볼 만하다. 썰물 때 육지와 이어지는 섬이다. 남양리와 중산리를 잇는 해안도로에서 우도까지는 1.5㎞ 길이의 시멘트포장도로가 갯벌 위에 놓여 있다.
우도 진입로 출발지인 남양리에서 중산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낙조명소. ‘중산 일몰’은 고흥군의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고흥군의 또 다른 명찰이 바로 천등산 금탑사다. 사찰 주변 비자나무숲은 300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239호로 지정됐다.
고흥군에 속한 섬은 내나로도, 외나로도, 거금도, 소록도 등. 나로도항에서 해상관광을 위한 유람선이 출발한다. 염포 자갈밭 해변, 부채바위, 쌍굴, 여자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흔들바위, 카멜레온바위, 남근바위 등의 기암과 원추리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해벽, 나로우주센터 등 육지 못지않게 볼거리가 제법 많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주암나들목→27번 국도→송광사 입구→순천시 송광면→순천시 외서면→보성군 벌교읍→고흥읍→고흥호/대전·통영간고속도로 장수나들목→19번 국도→장수군 번암면→남원시 산동면→구례군 산동면→순천시 황전면→순천 청암대학 앞→2번 국도→벌교→고흥
▲맛집:바다마을(장어탕, 061-833-9192) 평화식당(한정식, 061-835-2358) 이조곰탕(설렁탕, 061-832-5855) 한우삼형제(불고기, 061-835-2707)
▲축제:나로도수산물축제(10월 하순, 봉래면 나로도항 물양장)
▲주변 볼거리:거금도, 소록도, 나로도, 팔영산, 적대봉, 천등산, 운암산, 마복산, 봉래산
▲숙박정보:그린파크(061-835-3364) 썬모텔(061-835-6604) 고흥각(061-835-0068) 스텔스모텔(061-834-4590)
▲문의:고흥군청 문화관광과(061-830-5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