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월류봉, 그윽한 산수 풍광-달도 쉬어 가는 곳

입력 : 2008.08.19 20:54

봉우리에 걸친 달·달빛 품은 강

우암선생 즐겨찾던 숨은 명소

한나절 발품이면 한천팔경 한눈에

월류봉(月留峰·400.7m).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다. 백두대간 삼도봉 서편 민주지산에서 북상한 산맥이 황간면 원촌리로 내달리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다. 그 주변 풍광을 한데 묶어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 부른다. 그중 풍광이 으뜸인 월류봉은 이름 그대로 ‘달이 머무는 곳’이다. 행여 구름이라도 걸치면 선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다.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한천이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모양새나 수면에 비친 달빛도 보는 이의 넋을 빼놓는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생전에 즐겨 찾았던 명승지라는 사실이 괜한 말은 아닌 듯 싶다.

한천팔경은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 등 여덟 경치를 일컫는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렀던 한천정사(寒泉精舍)에서 이름을 따온 한천팔경은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 저마다 생긴 모습도 기묘하다.

봄꽃이나 가을단풍의 화려함을 뽐내는 월류봉을 화헌악, 월류봉 아래 소를 용연동,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벽이 산양벽이다. 우암이 월류봉을 감상하며 머물렀다는 한천정사도 8경에 속한다. 하지만 양산팔경의 유명세에 가려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접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월류봉이 한천으로 모습을 감추는 끝자락에는 기암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위에 단청으로 곱게 치장한 정자를 세워 운치가 한결 돋보인다. 태초부터 한 몸 같은 정경은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과 견줄 만하다.

정자 아래 우측으로 펼쳐진 모래톱에서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이나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촌로의 모습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한천정사

가파른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한천은 한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맑고 깊다. 물가의 나무가 푸른 까닭에 물빛도 짙푸르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는 돌다리를 놨다. 다리를 건너 정자에 올라본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한천, 백사장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월류봉을 이루는 6개의 봉우리를 바라보며 오른쪽 길로 가면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 놓은 광산 동굴에 부처를 모신 암자를 만난다. 그 길 끝에는 ‘달빛이 머무는 곳’이라는 하얀색 별장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마을 당산나무 맞은편이 한천정사. 1638년(인조 16년) 병자호란 후 속세를 떠난 우암 선생은 이곳에 머물며 글을 가르쳤고, 후세에 선생의 제사를 모시고 글을 가르치기 위해 한천서원을 세웠다. 하지만 고종 초 서원이 철폐된 후 1910년 유림에 의해 다시 세워진 것이 한천정사다.

당산나무 옆 구멍가게를 끼고 돌면 송우암 유허비가 나온다. 우암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가르쳤던 것을 알리기 위해 정조 3년(1779년)에 세운 것이다. 이 모두 관리가 허술한 까닭에 무성한 잡초만이 지난 세월을 증거하고 있다.

광산동굴

월류봉은 한천정사에서 보면 기암괴석의 암벽으로 이뤄진 영락없는 악산이다. 이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산행을 꺼리기도 하지만 반대편에 보면 산세가 유순한 토산이다.

월류봉 풍광의 절정은 단연 보름달이 뜨는 때다. 봉우리에 달이 머문다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한천정사 앞쪽이 관람 포인트. 달이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 봉우리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음력 보름을 전후해 이곳을 찾는 이가 제법 많다.

월류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산행에 나서 볼 만하다. 우천리(소내)를 들머리로 삼아 상봉(호랑이사랑바우), 평봉, 월류봉을 거쳐 원촌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 4시간 정도 걸린다. 월류봉에 오르면 한반도 지도를 빼닮은 원촌리 마을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한천팔경을 둘러보는 데는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하룻밤 묵어가는 게 좋다. 월류봉에 걸친 달과 달빛을 품은 강변, 유유히 흐르는 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의 풍경이 무척 낭만적이다. 바람에 밀린 안개와 구름이 산자락에 걸치기라도 하면 몽환적 분위기에 취해 날 새는 줄 모른다.

- 귀띔 -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 황간IC→추풍령·김천방향 우회전→마산삼거리에서 좌회전→원촌교→월류봉

▲주변 볼거리:황간IC에서 좌회전해 영동 방면으로 2㎞ 거리에 노근리사건 현장이 있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26일 미군이 피란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쌍굴다리 밑에 모아놓고 사격해 250여명의 사망자를 낸 양민학살사건. 콘크리트 다리에 아직도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외에 양산8경, 민주지산, 천태산, 옥계폭포, 물한계곡,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영화 ‘집으로’ 촬영지 등이 있다.

▲맛집:30여 전부터 한천에서 잡아 올린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내는 한천가든(043-742-5056)은 민물매운탕과 복요리가 유명하다. 또 황간면 마산리에 자리한 백두산식당(043-742-4364)은 생선국수가 맛있다. 이외에 개미식당(청국장·043-742-8030), 토방식당(한방오리백숙·043-745-5689) 등이 있다.

▲숙박:황간면에는 비취파크(043-742-6001), 힐탑파크(043-744-9172) 등의 모텔이 있고 이외에 원촌리 월유봉집(043-742-8652), 우매리 숲속민박(043-742-8118), 반야산장민박(043-744-6532) 등이 있다.

▲문의: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