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전북 순창 강천산, 초록에 반하고 꽃구름에 홀리고···

입력 : 2007.04.25 20:36

봄을 맞은 산빛이 화사하다. 신록이나 단풍과는 또 다른 맛이다. 연봉을 따라 농도를 달리한 초록의 스펙트럼이 신비롭다. 천지에 완연한 봄, 산에도 봄이 왔다. 전북 순창군 팔덕면에 자리한 강천산(해발 583.7m)은 이즈음 새순 돋는 숲의 맑은 모습을 보기에 좋은 산이다. 푸른 산세와 기암절벽, 소를 향해 내리꽂는 폭포수가 장쾌하다. 일찌감치 몸을 푼 계곡 물소리도 영롱하다. 산세는 낮지만 만학천봉의 절묘한 풍광이 산꾼을 불러 모은다. 걸어서 올라도 좋다. 봄볕에 꿈틀대는 산의 생명력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은 전북의 명산.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 접경에 위치한 백두대간의 호남정맥에 놓였다. 원래 이름은 용천산(龍天山).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인근 광덕산(565ｍ)·산성산(603ｍ)과는 능선으로 이어진다.

병풍바위·용바위·비룡폭포·투구봉 등 눈길 줄 만한 곳이 제법 많다. 게다가 선녀계곡·원등골·분통골·지적골 등 이름난 계곡이 10여개나 되고 크고 작은 폭포도 여럿 만난다. 길이가 76ｍ에 이르는 구름다리는 이곳의 명물. 그 덕에 국내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강천산은 순창에서 정읍 방면으로 8㎞ 거리다. 강천산 들머리 3㎞에 걸친 메타세콰이어 길이 예쁘다. 담양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 20ｍ를 훌쩍 넘는 가로수 터널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1월에 찾아도 좋지만 초록이 짙어가는 강천산의 이즈음 풍광은 맑고 건강해서 좋다. 그 사이사이 산벚의 새하얀 꽃구름이 운치를 더해준다.

강천산 산행은 정상까지 왕복 9㎞. 5시간 걸린다. 전망대가 있는 신선봉까지는 왕복 4.5㎞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 황토로 다져진 산책로를 따라간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이 길은 맨발로 걸으면 피로가 풀리고 피부염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연인이 손잡고 걸으면 사랑이 싹튼다고 해서 ‘러브산책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웰빙산책로’라 불린다. 그만 해도 산이 품은 절경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도선교 우측이 병풍폭포.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에서 쏟아내는 폭포수는 모든 근심을 털어 버리고 오라는 듯 장쾌하다. 절벽 아래 암반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높이 40ｍ, 물 폭이 15ｍ에 달한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지만 그 내력을 모르면 ‘자연산’이나 다름없다.

계곡물을 건너 나무데크를 따라가는 길은 산림욕장이다. 초입 좌측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투구봉. 산허리를 끼고 가는 산림욕장 길은 계곡물을 사이에 두고 원앙양식장까지 황톳길과 나란히 간다.

강천산 초입에도 메타세콰이어 길이 있다. 여기서 돌다리 하나를 건너면 강천문(剛泉門). 우측 꽃창포가 푸르다. 어미바위, 약수폭포, 부도전, 아랫용소 등 눈길 줄 만한 태곳적 풍경이 줄을 잇는다.

계곡을 따라 20여분 걸으면 강천사. 신라 진성여왕 1년(887년) 도선국사가 세운 고찰이다. 고려 충숙왕 때는 3개 불전과 각각 12개 승방과 암자를 갖춘 대규모 사찰이었다.

이후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선조 37년(1604년) 철종 6년(1855년)에 복원됐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전소돼 고려시대 덕현대사가 세운 오층석탑만이 옛 모습 그대로다. 현재의 건물은 1961년에 복원된 것. 대웅전과 요사채만 남아 ‘이게 절인가 싶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천년고찰이다.

강천사 맞은편 하얀색 아치교를 건너면 삼인대다. 조선 중종 10년에 순창군수와 무안현감, 담양부사가 중종의 폐비 신씨 복위와 박원종의 횡포를 알리고자 상소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장소다. 다리를 건너기 전 모과나무 한 그루가 300년째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천사를 지나 현수교 사이에 조성한 대나무 숲길도 운치가 있다. 여기서 5분 정도 걸으면 강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만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 현수교다. 지상에서 50ｍ 높이에 폭 1ｍ, 길이 76ｍ의 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흔들린다. 강풍이라도 불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려올 정도다. 구름다리를 건너 암릉길을 타고 오르면 신선봉 전망대다. 다리 아래 풍광이 아득하다. 연봉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연초록 물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시 철계단을 내려와 제2강천호 방향으로 간다. 10여분 걷자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좌측 구장군폭포의 자태가 장엄하다.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명소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쏟아내는 폭포수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좌우측 두개의 폭포는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 사랑의 설화를 품고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좌측이 선녀계곡을 거쳐 시루봉, 북바위로 향하고 우측은 제2 강천호를 지나 송낙바위로 간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인 셈. 갈림길 언덕에는 성을 주제로 한 공원조성이 한창이다.

강천산은 산세가 높지 않은 대신 오밀조밀 아름다운 풍광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즈음 찾으면 봄볕에 제 색을 바꾸는 산의 자태가 유혹적이다.

〈순창|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태인IC→30번 국도 회문 방면→27번 국도 순창 방면→24번 국도 우회전→3㎞ 직진→강천산

▲특산품&먹을거리:고추장, 상추, 매실, 배 등/장구목가든(매운탕, 063-653-3917)옥천골(한정식, 063-653-1008), 향가산장(민물매운탕, 063-653-6651), 연다라(전통순대, 063-653-5667), 한과(063-653-7710, 063-653-2150) 등

▲주변 볼거리:고추장 민속마을은 순창의 대표 명소. 전통고추장을 제조하는 60여 농가에서 각종 장류와 장아찌 등을 제조, 판매한다. 집마다 널려 있는 장독과 처마 끝에 매달린 메주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바로 옆 장류체험관에서는 고추장 담그기 및 각종 농촌체험과 숙박이 가능하고, 장류연구사업소에 들르면 첨단 설비시설과 연구과정, 영상물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섬진강 상류 동계면에 자리한 장군목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 맑고 깨끗한 강물 위로 용틀임을 하듯 살아 움직이는 듯한 형상의 기암괴석이 끝없이 이어져 장관이다. 특히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는 이곳의 명물. 이외에 회문산&자연휴양림, 산림박물관, 추령장승촌, 만일사, 구암사, 김병로 생가, 복분자단지, 향가유원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숙박:대규모 숙박시설이 없어 인근 모텔이나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강천산 입구 식당에서는 대부분 민박을 친다. 회문산자연휴양림(063-653-4779)도 이용해 볼 만하다.

▲문의:순창군 문화관광과(063－650-1424), 공원관리소(063－650-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