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겨울횡성’은 썰렁하다. 으레 ‘횡성한우’만 떠올릴 뿐, 강원도답지 않게 사통팔달 도로가 뚫린 탓에 훌쩍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가만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고 듣고 즐길거리’가 제법 많다. 태기산·청태산 자락 휴양림과 고(古)성당, 3·1운동 근거지가 있고 허브마을과 참숯공장, 횡성온천은 웰빙여행지로 인기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추슬러 볼 만하다.
두메산골 외진 곳에 고즈넉이 자리한 풍수원성당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천주교의 산실이다.
▲볼거리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즈음 성당은 종교를 떠나 한번쯤 찾아봄직한 곳이다. 굳이 찬송이나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에 자리한 풍수원성당은 100년 역사를 자랑한다. 두메산골 외진 곳에 자리한 성당은 고딕·로마네스크풍의 외관이 멋스럽다.
성당이 품은 역사도 만만찮다. 1800년대 초 경기도 용인에 살던 40여명의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이 시초. 한국 천주교 최초의 신앙촌인 셈이다. 성당건물은 1888년 르메르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파견된 이후 정규하 신부가 2대 주임으로 재직하던 1907년 완공됐다.
정문과 양측 벽에 각각 1개씩 문을 낸 본당 건물은 아담하다. 내부는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6개씩 기둥이 서 있다. 예수 12사도의 상징물이다.
의자는 없다. 마룻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예배드린다. 10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성당은 옛 모습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건물 밖 왼쪽은 유물전시관. 1912년 사제관으로 사용하다 1997년 보수를 거쳐 유품과 물품 300여점을 전시해 놨다. 벽돌로 만들어진 2층짜리 사제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제관 왼편 오르막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판화작가 이철수씨가 예수 최후의 고난상을 동판화로 제작한 14개의 비석이 길가에 세워졌다. 그 길 끝은 묵주동산. 농구공만한 크기의 대리석이 빙 둘러 박혀 있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풍수원성당 현재 ‘바이블파크’ 조성이 한창이다. 내년 말 완공하는 공원에는 수목원과 피정의 집, 천국동산, 가마터, 미술관, 정규하 신부 동상, 지하성전, 휴양촌 등이 들어선다.
5일 후면 크리스마스. 주말이면 1000여명의 외지인의 이곳을 둘러보지만 신도는 70여명뿐이다. 성당 입구 크리스마스 장식이 소박하다.
국제 규모의 현대성우리조트 스키장은 올해 테마파크 ‘스노우 어드벤쳐’를 처음 선보여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놀거리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있어 즐겁다. 새하얀 순백의 눈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스키장이다.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에 자리한 현대성우리조트는 총 24면의 슬로프를 갖춘 국제 규모의 스키장이다. 캐나다 에코사인사가 설계 당시부터 스키어 위주로 치밀하게 구성해 코스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다.
스키장은 서울 강남지역을 기준으로 2시간 거리. 평일에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심야 및 철야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현재 개방된 슬로프는 총 8개 면. 이중 ‘브라보2’는 중·상급자 자세교정을 위한 최적의 슬로프다.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하프파이프와 보드워크는 물론 다양한 기물이 조성된 펀파크, 이색스키인 모글코스, 눈썰매장 등이 다양한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올시즌 첫선을 보인 ‘스노 어드벤처’가 압권이다. 3만5000㎡ 규모의 스노 어드벤처는 ‘눈’을 소재로 볼거리와 즐길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춘 테마파크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사계절 이용 가능한 스노 봅슬레이썰매. 세계에서 가장 긴 450ｍ 거리의 스노 봅슬레이썰매는 ‘빅 버스터’로 불리는 썰매를 이용해 실제 봅슬레이를 타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스노랜드와 아이스랜드로 구성된 놀이시설에서는 눈싸움과 미로 찾기, 전통썰매, 팽이치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지난 시즌 국내 스키장 중 가장 많은 27개의 행사를 열었던 현대성우리조트는 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더욱 업그레이드 된 공연 및 이벤트를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033)340-3000
박현자씨가 개발한 더덕밥은 한우와 더불어 횡성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먹을거리
횡성은 한우와 더불어 더덕이 유명하다.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횡성더덕은 제주도·울릉도와 더불어 ‘전국 3대 더덕’으로 인정받을 만큼 품질이 좋다.
횡성읍내 먹을거리단지에 위치한 ‘박현자네더덕밥’은 태기산 자락 청정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더덕으로 만든 ‘더덕밥’이 유명한 집. 전국에서 더덕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대표음식은 더덕밥정식. 더덕, 취나물, 들깨, 들기름 등 8~13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더덕밥은 묵은 된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더덕밥에 딸려 나오는 밑반찬도 입이 딱 벌어진다. 굴더덕, 고들빼기, 더덕간장장아찌, 더덕육수로 만든 순두부 등 총 23~26가지의 반찬은 상을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약방의 감초’처럼 더덕이 다 들어갔다.
이 모두 주인장 박현자씨(46)가 개발해낸 음식이다. 15년 전 고깃집을 운영하다 8년 전부터 더덕으로 ‘전공’을 바꾼 박씨는 ‘더덕요리박사’다. 더덕밥, 더덕찜, 더덕삼계탕, 더덕족발 등 특허를 받은 더덕요리만 4가지.
디저트로 나오는 더덕식혜도 별미. 곱게 간 생더덕에 꿀을 넣어 만든 더덕식혜는 더덕의 진한 향과 더불어 달콤한 맛이 ‘꿀맛’이다. (033)344-1116
〈횡성|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