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낙산사, 미소찾은 해수관음 변함없이 반기네](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2/7h2382a.jpg)
오봉산 끝 자락에 고즈넉이 안긴 낙산사는 관동팔경 중 하나. 28개월 전 절을 휩쓸고 간 화마의 흔적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 5월 주법당인 원통보전의 기둥에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을 가졌다. 원통보전은 낙산사 복원의 핵심. 오는 11월께 제 모습을 찾는다. 주변 산림도 소나무를 새로 심어 제법 초록이 울창하다. 신록의 때깔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듯 그렇게 옛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는 낙산사를 찾아봤다.
1차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원통보전
낙산사는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산불로 한 줌의 재가 됐다. 화재 당시 일주문과 홍예문, 원통보전 등 15채의 건물 중 11채가 전소됐다. 조선시대에 걸작으로 꼽혔던 ‘동종’도 이때 녹아버렸다. 이후 2년4개월이 지난 현재 낙산사는 옛 모습을 하나둘씩 되찾고 있다.
낙산비치호텔 앞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마무리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홍련암, 요사채가 복원됐고 7층 석탑(보물 제499호)도 보존처리를 끝마쳤다. 홍예문 왼쪽에 스님의 수행공간이, 오른편에는 템플스테이를 위한 체험공간이 새롭게 들어섰다.
지난 2년간 복원불사에 매진한 결과다. 낙산사는 사찰복원이 마무리될 때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다례헌 앞 공양간에서는 무료로 국수 공양을 제공하고 있다.
의상기념관을 지나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의상대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바위언덕에 온전한 모습의 의상대가 반갑다. 바닷가 벼랑 끝에 세워진 정자는 일출과 월출 명소. 정자 아래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인상적인 곳이다. 정자를 둘러싼 아름드리 노송들이 불길을 막아준 까닭일까. 링거를 꿰차고 붕대를 두른 모습이 안쓰럽다.
단청을 곱게 입은 연화당이 동해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국내 4대 관음기도 도량인 홍련암도 용케 불길을 피했다. 홍련암 입구에는 요사채 연화당이 새롭게 들어섰다. 단청을 곱게 입은 연화당은 동해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홍련암은 다행히 산불피해는 면했지만 지난해 태풍 ‘에위니아’에 치명타를 맞았다. 이때 무너진 축대를 보수 중인 홍련암은 1000일 동안 24시간 관음기도가 올려지고 있다.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소나무 1500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 또 건물 주변에는 산철쭉과 진달래를, 능선에는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 등을 심어 놨다. 산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지대를 만든 셈이다.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우뚝 선 해수관음상은 여전히 미소가 자비롭다. 화마를 피해간 관음전도 태풍은 피하지 못했다. 길이 20ｍ, 높이 7ｍ 정도의 축대가 무너져 내려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해수관음상 좌측 ‘원통보전 가는 오솔길’이란 팻말을 따라갔다. 능선을 따라가는 길에는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2년 전 화마의 잔해들이다. ‘오솔길’이라는 팻말이 무색하지만 그 사이사이 어린 초목들이 여린 잎을 틔워낸 모습이 정겹다.
원통보전을 둘러싼 담장은 아직 보수가 덜 된 까닭에 허물어진 채 그대로다. 건물 복원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2개의 기둥에 마룻대를 올리는 상량식을 끝낸 원통보전은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를 밑그림으로 103.64㎡의 면적에 정면 3칸, 측면 3칸, 배흘림기둥의 팔작지붕으로 복원된다. 1차 복원 준공은 오는 11월16일.
산불 당시 폐허가 됐던 원통보전과 달리 사천왕문은 제 모습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불과 20여ｍ 떨어진 거리에서 화마를 피해간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낙산사는 산불의 폐허 속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4월, 낡은 사리탑을 보수하던 중 명주솜에 담긴 불사리 1과를 얻었다. 원형이 잘 보존된 진신사리는 신라 때부터 봉안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제일의 일출명소인 낙산사는 지금 동해의 아침 햇살에 포근하고 넉넉한 느낌으로 옛 조상들의 자취와 정신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다.
〈양양|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서울→6번 국도→양평→홍천→44번 국도→인제→한계령→양양→낙산사/서울→영동고속도로→강릉 분기점(주문진 방면)→현남 나들목→7번 국도 양양 방면→남애항→하조대→양양→낙산사. 현재 국도 44호선 강원 인제-양양 간 한계령 구간 차량운행이 통제돼 9월21일까지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특산품&먹을거리:낙산배, 송이, 오색한과, 옹심이, 양양한우, 인진쑥엿 등/바다를 낀 덕에 어느 해안가 마을에서든 신선한 생선회를 즐길 수 있다. 또 단백질이 풍부한 메밀국수도 맛있고, 남대천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매운탕으로 내놓는 뚜거리탕도 별미다.
▲주변 볼거리:하조대, 오색약수, 진전사지, 어성전, 미천골 자연휴양림, 구룡령, 용소폭포, 법수치계곡 등
▲산사체험:낙산사에서는 불교학교 ‘영어랑 한자랑 놀자’를 운영 중이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불교학교(033-672-4123)는 월~금요일까지 저학년(1~3학년)은 오후 3시, 고학년(4~6학년)은 오후 4시에 영어와 한문 각각 40분씩 배우며 이외에 산사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숙박:대명 솔비치 호텔&리조트(1588-4888), 낙산비치호텔(033-672-4000), 양양낙산콘도민박(033-672-1023), 스위트호텔낙산(033-670-1100),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 등
▲문의:양양군청 문화관광과(033－670-2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