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양평 구둔역, 시간이 멈춰선 그곳 아련한 추억이 흐른다](http://images.khan.co.kr/article/2007/10/31/7k0182a.jpg)
간이역은 낭만과 추억이 머무는 곳이다.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일신리 구둔역은 문화재로 지정된 간이역이다. 양평시내에서 15㎞, 용문산관광지에서 12㎞ 거리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덕배기 외진 산골에 있다. 하루 90여대의 기차가 이곳을 거쳐 가지만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열차가 3번 정차할 뿐, 한적해서 여유롭다. 게다가 옛 시골 풍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추억 속의 여행을 다녀올 만하다.
수리봉(해발 400ｍ)과 고래산(542ｍ) 자락에 둘러싸인 구둔(九屯)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9개의 진지가 구축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구둔역에는 제법 사람들로 북적였다.
용문산 일대에서 약초와 취나물, 두릅 등을 채취해 경동시장으로 팔러나가는 노인들이 새벽부터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평에 장이 서면 장을 보러 가는 주민과 통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후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마을을 떠나고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이용객이 줄자 1996년부터는 기차표를 팔지 않는 간이역이 됐다.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둔역은 현재 한국철도공사에 속해 있다. 하지만 2010년 덕소-원주간 중앙선 복선화공사가 완료되면 그나마 통과열차도 다니지 않는 폐선 신세가 돼 문화재청으로 소관 부서가 바뀐다.
그래서일까. 구둔역을 바라보는 눈길은 더욱 애틋하다. 아담한 역사와 화단, 토끼장, 금붕어가 한가로이 노니는 연못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들고나는 사람은 적지만 아직도 따뜻함에 배어 있는 역이다.
구둔역 주변에는 과거 ‘명성’만큼이나 볼거리가 다양하다. 1925년에 문을 연 지제면의 지평막걸리는 막걸리 하나로 100년을 버텨온 술도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소주와 맥주에 밀려 전국 술도가의 70%가 문을 닫는 와중에서도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바로 ‘맛’에 있다. 뽀얗고 누릿하면서 달짝지근한 막걸리 특유의 맛은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 ‘술의 나라’의 배경이 되면서 한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까지 옛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빚는다. 80년을 넘긴 빛바랜 건물과 술맛도 예전 그대로다.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도 양평의 명소. 330도로 펼쳐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수령 400년 된 느티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이곳은 과거 나루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황포돛배가 외지인을 반긴다.
두물머리 맞은편은 세미원이다. ‘장자(莊子)’의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이라는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연못마다 가득한 연과 부들, 창포가 아름답고 실내온실 ‘석창원’에서는 연중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용문면 광탄리에 자리한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는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토종어종의 보호 및 번식을 위해 양식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생태학습관에서는 철갑상어, 황쏘가리, 쉬리 등 희귀 민물고기 60여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 열목어 등을 볼 수 있다.
또 민물고기 화석, 박제, 낚시, 가상수족관 등 23개의 체험코너와 영상학습실이 갖춰져 있고 야외터치학습장에서는 직접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다.
용문산 자락에 고즈넉이 안긴 용문사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명물인 천년고찰이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꽂아놓은 지팡이가 자라 은행나무가 됐다고 전해진다. 60ｍ 높이의 1100살을 바라보는 용문사은행나무는 아직도 10가마 넘게 열매를 맺는다. 반경 3㎞ 내에 용각바위, 마당바위, 정지국사 부도 등이 있어 가벼운 산행에 나서 볼 만하다.
연잎정식
- 연잎정식 혀끝에서 사르르~ -
▲찾아가는 길:서울에서 구리, 덕소, 양수리를 지나 양평으로 가는 6번 국도를 이용한다. 용문에서 우회전해 331번 지방도를 타고 지제 방향 일신교를 넘어 좌회전하면 구둔역이다. 청량리-구둔 하루 3회 운행(청량리발 07:00, 12:00, 19:00 구둔발 06:45, 12:15, 16:55)
▲맛집:당너머 한우(한우, 031-772-7723), 계정횟집(송어회, 031-773-1556), 용문산중앙식당(산채비빔밥, 031-773-3422), 양평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순대국, 031-772-8303), 연밭(연밥정식, 031-772-6200) 등
▲주변 볼거리:선바위 계곡, 양현수 장군묘, 청계산, 중미산 천문대 등
▲체험거리:산음자연휴양림에서는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2시간 동안 무료로 실시한다. 양평보릿고개마을에서는 산나물 뜯기, 메뚜기 잡기, 개울 물놀이, 전통음식 만들기 등의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숙박:양평한화리조트(031-772-3811), 양평리조트관광호텔(031-773-5225), 양평 맑은 물소리(031-773-5316), 꿈꾸는 왈츠 펜션(031-773-0525) 등
▲문의:양평군청 문화관광과(031－770-2061)
- 고한역·공전역도 분위기 최고 -
정선 고한역
▲일제의 수탈과 광복의 감격을 지켜본 ‘군산역’
1912년 익산과 전주를 잇는 군산선이 개통되면서 등장한 군산역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무대다. 일제강점기에는 호남평야의 곡식이 일본으로 공출되는 수탈의 현장을 말없이 지켜봤고 광복 후에는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지역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95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군산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오는 12월20일 내흥동에 군산신역이 들어서기 때문. 인근에 금강철새조망대와 채만식문학관, 월명공원, 해망동, 은파유원지, 동국사 등의 볼거리가 있다.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4554
▲영화 ‘박하사탕’의 배경처럼 순박한 ‘공전역’
조치원과 제천을 잇는 충북선 중 동량-삼탄-공전 구간은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힘든 오지다. 인근 진소마을은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했던 곳. 철로 옆 대형포스터가 당시의 영화 속 감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공전역은 상·하행선을 모두 합쳐 무궁화호만 6번 정차한다. 달랑 1명만 근무하는 역사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시골역사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인근에 의병장 유인석이 의병을 일으켰던 자양영당과 박달재, 배론성지, 탁사정 등의 볼거리가 있다. 제천시청 문화관광팀 (043)641-5142
▲석탄수송에서 사계절 레포츠의 관문으로 ‘고한역’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철도인 태백선의 19개 기차역 중 하나다. 1966년 1월 태백선의 지선인 고한선의 개통과 함께 무연탄 수송의 중요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인해 탄광이 폐쇄된 후 고한역에서는 더 이상 석탄가루가 날리지 않는다. 이를 대신해 강원랜드가 들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서울과 부산, 동대구역에서 고한역까지 스키전용열차가 운행돼 현재는 사계절 관광지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근에 정암사와 만항재, 함백산 등이 관광명소로 꼽힌다. 고한역 (033)591-7788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