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영덕 강구항, 추위먹은 대게‘살맛’나네](http://images.khan.co.kr/article/2006/12/27/6a2882a-center.jpg)
차디찬 북풍에 겨울이 깊어간다. 추위가 더할수록 맛을 키우는 것이 대게다. 쫄깃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한동안 입안을 맴도는 대게는 ‘게 중의 왕’.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경북 영덕의 강구항이다. 영덕으로 가는 7번 국도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를 잇는 길.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긴, 바다와 백두대간을 양쪽에 끼고 치닫는 아름다운 도로다. 그 길에 놓인 영덕은 대게의 본향이다. 연간 유통량 1336t, 국내 총생산량의 41%가 이곳을 거쳐 간다. 이즈음 강구항을 찾으면 대게의 별미를 맛보고 동해 일출의 장관을 가슴에 담아오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한문으로 ‘죽해(竹蟹)’라 부르고, 번식기를 제외한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잡는다. 대게는 칼바람이 거세고 날이 추워지는 이맘때부터 살을 찌우기 시작해 1~4월이면 그 맛이 절정에 이른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박달대게’도 이때 맛볼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오전 3시. 강구항은 부산하다. 2~3일 전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리기 위해 출항을 준비하느라 항구는 활기찬 모습이다. 그 배를 쫓아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다로 향했다.
육지로부터 33㎞ 지점. 뱃길로 1시간30분 거리의 해상에서 두 척의 배가 연방 그물을 건져 올린다. 수심 200ｍ가 넘는 바다 속 모래바닥에 깔아놓은 저망을 끌어올리자 그물 틈에 걸린 싱싱한 대게가 줄줄이 따라 올라온다.
그 사이, 수평선 저 멀리 동해바다가 붉은 해를 토해냈다. 싱그러운 아침햇살에 검은 바다는 이내 은빛으로 반짝이고, 만선을 기대하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대게는 수심 200~500ｍ, 2~5도의 수온을 유지하는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염분의 변화가 거의 없는 모래바닥에서 해조류와 갑각류, 연체류 등을 먹이로 삼아 살을 찌운다.
그물에 걸렸다고 해서 다 잡아오는 것은 아니다. 등딱지가 9㎝ 이하의 새끼는 ‘목숨’을 건질 수 있고, 잡으면 감옥에 간다고 해서 일명 ‘빵게’로 불리는 암컷은 어종보호 차원에서 잡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잡아 올린 대게 중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은 평균 30% 정도. 그만해도 괜찮은 편이란다. 이렇게 새벽부터 건져 올린 대게는 오후에 경매에 부쳐진다.
대게의 서식지는 구룡포에서부터 울진 해안을 중심으로 동해 전역. 하지만 영덕 게를 제일로 쳐주는 것은 완벽한 서식환경이 대게의 속살을 꽉 채워주고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니게 하기 때문이다.
경북 해양청 수산진흥과 김용태 선장은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3마일 연안 해저는 갯벌이 전혀 없는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져 고품질의 대게를 잡을 수 있다”며 “몸에 비해 다리가 길고 가는 것, 불그스름하거나 게 뚜껑에 검은 게딱지가 많이 붙은 것일수록 상품에 속한다”고 말했다.
영덕산 대게는 마리당 10만원 내외. 박달대게는 12만~14만원으로 워낙 값이 비싸다보니 ‘짝퉁’도 판을 친다. 대게와 홍게의 중간쯤에 속하는 너도대게도 그중 하나다. 금어기가 없어 사철 맛볼 수 있는 너도대게는 홍게보다는 비싸지만 대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
또 최근에는 북한과 러시아, 일본 등에서 잡힌 수입산이 들어와 ‘나도대게’임을 자청한다. 하지만 영덕의 그것과는 맛과 향, 영양분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했던 대게의 인기는 비단 맛 때문만은 아니다. 대게는 지방 함량이 적은 반면 단백질 함량이 높고, 그중에서도 필수아미노산(리신, 로이신, 메티오닌 등)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특히 좋은 영양식이다.
영덕은 대게 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게원조마을을 비롯한 강구항, 풍력발전단지, 삼사해상공원 등은 최근 ‘2007 경북도 방문의 해’ 특별기획영상물의 배경이 됐던 곳. 게다가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잇는 918번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로 꼽혀 서둘러 길을 나서면 동해 일출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영덕|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