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고운식물원 ＆ 그림이 있는 정원

입력 : 2007.04.18 20:58

봄비에 젖은 산천초목의 때깔이 선명하다. 햇살은 따사롭고 귓불을 스치는 바람결도 살갑다. 야외로 나서기 좋은 이 계절, 수목원을 찾아보자. 푸른 나무와 들꽃, 살랑이는 봄바람에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신록도 제 빛을 발하기 시작해 온천지가 봄치장에 분주하다. 가족이 함께 나서면 더욱 즐거운 2곳의 수목원을 가봤다. 살아 있는 자연현장이자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 고운식물원 －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에 2003년 문을 연 식물원이다. 사계절 꽃을 피워 이름처럼 곱다. 총 11만평에 주제별 소원이 30여개에 이르고 6500여종에 달하는 꽃과 나무들이 산기슭을 따라 빼곡하다. 식재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금낭화, 붓꽃, 하늘매발톱, 앵초, 개족도리, 노루귀, 원추리 등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야 겨우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소나무, 벚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개옻나무, 병꽃나무, 누리장나무, 생강나무 등 온갖 침엽수와 활엽수가 ‘숲의 바다’를 이룬다.

매표소를 지나 우측이 단풍나무, 좌측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관목과 초본들이 돌담을 따라 이어진다. 그 길 끝 우측 무늬원은 식물의 잎이나 꽃에 무늬가 들어간 ‘특별한’ 종만을 모아 놨다.

꽃과 신록의 절정은 이달 말부터. 이름도 정겨운 아이리스와 모란, 작약을 필두로 철쭉, 영산홍, 붓꽃, 매미꽃, 처녀치마, 큰병풍쌈, 하늘매발톱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오솔길은 정원을 거닐 듯 편안하다. 자갈길과 흙길, 잔디밭은 맨발로 걸으면 피부에 와 닿는 ‘자연의 촉감’이 감미롭다. 그 길을 따라 깽깽이풀, 땅나리, 큰앵초, 백작약, 무릇 등의 야생화가 길동무가 돼 준다. 길가에 세워놓은 조각품들이 미술원에 온 듯 운치를 더해준다.

습지원과 동물농장은 아이들이 눈길을 줄 만하다.

13년 전까지만 해도 돌밭이던 이곳을 식물원으로 가꾼 사람은 이주호 원장. 조경용 묘목 생산농장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식물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족을 위한 숙박시설로 방갈로를 구비했다. 다음주 말부터 철쭉제가 열린다. (041)943-6245

－ 그림이 있는 정원 －

붉게 타오르는 영산홍 꽃향기에 정신이 몽롱하고, 벚꽃의 화려한 꽃잔치에 숨이 ‘턱’ 막힌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에 자리한 ‘그림이 있는 정원’은 이름 그대로 눈길 주는 곳마다 그림 같은 곳이다. 30여년 전부터 나무와 인연을 맺은 고가구전문가 임진호 원장이 10년에 걸쳐 정성스레 꾸몄다. 소나무를 중심으로 1500여종의 식물이 야산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풍광은 ‘홍성8경’에 속한다.

매표소를 지나 카페테리아 ‘메이’ 앞으로 내려서면 산책로를 따라 잔디화원이다. 키가 훌쩍 큰 소나무들의 자태가 늠름하다. 빨간 기둥의 반원형 온실화원에는 아열대식물을 전시해 놨고, 암석과 수목이 조화를 이룬 암석원은 전망대로 오르는 산책로 좌측에 조성돼 있다. 수목원 중심에 자리한 수생식물원에서는 연꽃과 수련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자생식물과 소나무로 이뤄진 자연생태원은 이곳에서도 가장 자연에 가까운 곳. 잡목제거와 토양개량만이 이뤄져 자연의 상호작용을 통한 순리적 아름다움이 한결 돋보인다.

험악한 악산을 꽃동산으로 탈바꿈시킨 데는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다. 20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들이 자연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농원을 정원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수목원 내 산책로는 죄다 포장길이다. 흙길이면 좋으련만, 장애인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을 비롯한 모든 부대시설에도 장애인 전용시설을 갖췄다.

시가로 1억원이 넘는다는 귀한 소나무의 ‘용틀임’ 모습이 신비롭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적송, 인공폭포, 분수대 등이 풍치를 더해주고 미술관, 전통가구전시관, 카페테리아 등의 부대시설도 들러봄직하다. (041)641-1477

〈홍성·청양|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고속도로→광천IC→광천방향→그림이 있는 정원/서울→천안→천안·논산간 고속도로→정안IC→청양→36번 국도 보령방면→송방삼거리→300ｍ 지나 매평리 방면→고운식물원

▲주변 볼거리‥홍주성, 용봉산 마애석불, 오서산, 여하정, 만해 한용운선생 생가, 김좌진장군 생가 등(홍성)/칠갑산, 장승공원(사진), 고추랜드, 천장호, 장곡사, 우산성, 청양석조삼존불입상 등(청양)

▲맛집‥홍성군 장곡면에 자리한 ‘예당큰집’(041-642-3833)은 옛 한옥집에서 전통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야채 등 신선한 재료만 사용해 맛이 한층 깔끔하고 조미료를 넣지 않아 건강에 좋은 웰빙 한정식이다. 청양군 칠갑산 장승공원 주차장 앞에 위치한 ‘맛있는 집’(041-943-5911)은 두부전문점. 손두부를 시키면 두부에 신김치와 산나물, 된장찌개가 따라 나온다.

▲체험‥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체험은 필수. 홍성과 청양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갈산토기(041-633-1711)의 전통옹기체험과 하누리마을(041-641-0262)의 녹색체험, 가파마을(041-940-2401)의 농촌 및 생태체험, 은골구기자마을(041-943-0670)의 한과 및 농촌체험, 고추랜드(041-944-0049)의 고추장담그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4000만이 살고 싶은 마을’로 지정된 은골구기자마을은 마을 내에 청정저수지와 1급수 계곡, 관산천, 수영장, 구기자 및 버섯, 고추재배단지, 밤농장 등이 있어 다양한 농촌체험을 접할 수 있다.

▲숙박‥홍성-그림이 있는 정원에서는 자체 펜션을 조성, 숙박이 가능하다/청양-호텔칠갑산샬레(041-942-2000)는 칠갑산 자락에 파묻혀 운치를 더해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관이나 실내 인테리어가 유럽풍으로 꾸며져 매력적이다. 칠갑산자연휴양림(041-943-4510)도 이용해 볼 만하다.

▲문의‥홍성군청 문화관광과(041-6301362), 청양군청 관광기획과(041-940-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