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덕유산 칠연폭포, 일곱 굽이 물의 노래

입력 : 2007.02.14 21:10

새하얀 포말로 몸을 부수며 내리꽂는 폭포. 그 물줄기가 장쾌하다. 비류직하삼천척의 거대한 폭포는 아니지만 7개의 못을 휘감아 돌아 장관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칠연폭포. 울창한 나무 사이, 비단결 같은 암사면을 타고내리는 물줄기가 7개의 못을 만들어 한 줄로 늘어섰다. 백옥같이 맑은 물이 잠시 못에 머물다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지마다 흰 눈을 뒤집어쓴 노송이 주위를 둘러싸 선경을 대하듯 신비로운 폭포는 덕유산 자락 눈 녹은 물이 모여 만들어낸 자연예술품. 겨울에 웬 폭포타령이냐고 반문하지 마라. 한여름에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이즈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칠연폭포는 전북 무주군 덕유산 능선 동엽령 서쪽 골짜기에 위치한 칠연계곡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산행은 필수.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산행이라기보다 트래킹에 가깝다.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주봉인 향적봉(해발 1614ｍ)을 중심으로 삼봉산(1254ｍ), 대봉(1300ｍ), 덕유평전(1480ｍ), 중봉(1594ｍ), 무룡산(1492ｍ), 삿갓봉(1410ｍ) 등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일명 덕유산맥으로 부른다.

덕유산은 남쪽에 있지만 눈이 많기로 유명한 설산(雪山)이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이 황해를 건너 덕유산맥과 부딪치면서 많은 눈을 뿌리기 때문. 겨울이면 능선을 따라 피는 설화가 장관이다.

칠연계곡은 칠연폭포를 품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심산유곡의 반석 위로 흐르는 계곡물이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 사이를 헤집고 흘러 칠연폭포, 용추폭포, 명제소, 문덕소, 도술담 등의 비경을 만들어 놓고 금강 상류인 구리향천으로 흘러간다.

구천동 계곡의 명성에 가려 발길이 뜸한 까닭에 원시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계곡은 발아래 눈을 깔고 오르지만 길이 넓고 잘 정비돼 있어 쉽고 편하다. 하지만 아직은 겨울. 곳곳이 빙판이라 아이젠을 챙기는 것이 좋다.

산행은 옛 매표소 자리인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등산로는 내내 산굽이를 여울져 흐르는 계곡물이 끊이지 않아 귓전을 때리는 물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유독 폭포를 찾아가는 길은 주변 풍광이 수려하기 마련. 왼쪽에 계곡을 두고 따라 오르는 길은 겨울의 끝자락에 선 이즈음에도 과장을 조금 보태 밀림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길이다. 계곡은 숲에 감춰져 그 모습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매표소를 지나 10여분을 오르면 문덕소다. 칠연폭포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 제일 먼저 만나는 비경이다. 제법 규모가 크고 못이 깊어 물빛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늦은 걸음으로 20여분을 걷다보면 갈림길이다. 왼쪽 나무다리를 건너면 동엽령과 중봉을 거쳐 향적봉에 이르는 산행코스. 나무계단을 오르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칠연폭포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넉넉잡아 왕복 30분 거리다.

숲길에 가려진 폭포는 표지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구천동 뒤편, 수줍은 새색시처럼 원시림 사이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이어져 내리는 자태가 아늑하고 여유롭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못과 못 사이가 완만한 폭포를 이뤄 ‘칠폭칠소(七瀑七沼)’의 모양새다. 아래로 내려서자 모든 욕망과 근심을 털어 버리고 오라는 듯 물소리가 장쾌하다.

계곡의 맑은 바람이 예까지 온 수고를 덜어 주고, 손을 담그면 온몸이 시리도록 차가운 폭포수는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울창한 숲과 바위 위로 부서져 내뿜는 물보라, 골짜기 가득한 물소리가 한 몸처럼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선계에 와 있는 듯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일곱 계단을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한여름에도 이만한 물을 볼 수 없다는 게 관리사무소 측의 설명.

돌아오는 길, 폭포 아래 일본군과 싸우다 숨진 의병들의 무덤인 칠연의총(七淵義塚)과 용추리마을 용추폭포도 둘러볼 만하다.

이왕 내친김에 향적봉까지 갈라치면 칠연폭포 삼거리에서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면 동엽령에 닿는다. 여기에서 주봉인 향적봉까지는 4.2㎞. 내려오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향적봉에서 설천봉까지 가벼운 산행을 즐기고 무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향적봉 부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과 고사목의 설화와 상고대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 설천봉 정상에서 설천하우스까지 내려오는 동안 곤돌라에서 내려다보는 덕유산의 겨울풍경도 장관이다.

〈무주|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