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3면이 바다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토 끝은 육지가 아닌 섬이다. 동쪽에는 독도, 서쪽에는 백령도, 남쪽에는 마라도, 서남쪽에는 가거도가 있다. 이른바 ‘한반도 4대 끝섬’이다. 이중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 섬. 제주도 남쪽 모슬포에서도 뱃길로 25분을 가야 닿을 수 있다. ‘섬 속의 섬’이라는 선입감 때문에 멀게만 느껴지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동화 속 풍경’이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여기 어때]자장면으로 뜬 섬? 볼 것도 많아!](http://images.khan.co.kr/article/2007/08/29/7h3082a.jpg)
사진작가 김영갑씨는 그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통해 마라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마라도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좋다. 섬 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어서 좋다. 10분만 걸으면 동서남북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보고 또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10여년 전 모 CF의 배경이 되면서부터 관광지화되기 시작했다. 동서로 500ｍ, 남북으로 1.3㎞에 둘레가 4.2㎞(면적 0.3㎢). 하늘에서 바라보면 모양새가 꼭 고구마 같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부터. 현재는 50여 가구 100여명이 터를 잡고 산다.
모슬포항을 떠난 여객선은 마라도 자리덕선착장에 닻을 내린다. 52개의 계단을 오르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자장면 광고. 오토바이 뒷자리 빨간색 광고판에는 ‘짜장면집이 세집 있습니다. 제~일 처음 생긴 원조집을 잘 찾아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국토 최남단비
‘방송의 위력’ 탓이다. 1997년에 자장면집이 처음 생긴 이래 다섯 집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세 집만 영업한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은 섬을 둘러보기도 전에 자장면부터 찾는다. 그중에는 배달을 시키는 ‘짓궂은’ 사람도 있다.
마라도는 발품을 팔아 둘러봐도 1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학교와 자장면집, 횟집, 민박, 교회, 성당, 기원정사, 등대까지 있을 건 다 있다. 즐기는 방법은 3가지. 연인이나 가족단위 관광객이라면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볼 만하다.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어르신’은 전동카트를 추천한다.
선착장에서 우측 자장면집을 지나면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야트막한 돌담에 둘러싸인 학교는 전교생이 1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명이었지만 그나마 올해 2명이 졸업하고 1명은 전학을 갔다. 유일한 재학생 이현진군(8)은 강성일 교사로부터 ‘1대1’ 수업을 받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폐교가 거론됐지만 ‘최남단 학교’라는 상징성 때문에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여기서 10여분 걸으면 기원정사를 거쳐 초콜릿전시장. 이국적 분위기의 아담한 건물에서는 제주감귤로 만든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선착장 반대쪽에는 국토 최남단비가 있다. 그야말로 국토의 끝을 알리는 마라도의 명물이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야만 마라도를 갔다왔다고 인정해 준단다.
장군바위
비석 뒤편 바닷가 쪽에는 마라도를 상징하는 장군바위가 버티고 있다. 하늘에서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향해 신사참배를 했던 곳이라 해서 바위에 오르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해마다 이곳에서 해신제를 지낸다.
여기서 언덕을 향해 조금 오르면 좌측 태양광발전소와 성당, 우측 선인장자생지를 지나 등대가 우뚝 서 있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하얀색 등대다. 짙푸른 남해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은 가히 마라도의 명소로 손꼽을 만하다.
자리덕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살래덕선착장을 지나면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애기업개당(할망당)을 만난다. 아기를 업어주는 여자아이(보모)가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주민들은 해마다 당제를 지내 ‘애기업개’의 넋을 위로해 주고 있다.
그 옛날 숲이 울창했던 마라도는 농사를 짓기 위해 불을 지른 후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뱀도 이때 사라졌다고 한다.
그 공간을 대신 메워준 것이 천연잔디. 무척 이국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맑고 푸른 바다와 귓전에 맴도는 파도소리,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아름답다. 늦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 마라도는 ‘동화 속 풍경’을 보듯 더없이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마라도|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