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대관령 삼양목장·양떼목장

입력 : 2007.05.16 21:09

초록융단 위의 젖소무리가 한가롭다.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눈처럼 방목장에 들어선 양떼의 모습도 앙증맞다. 이제 막 축사를 나선 봄나들이다. 봄볕에 눈부신 연초록 목초가 ‘이리 오라는 듯’ 바람에 넘실댄다. 바람은 맑고 신선하다. 남녘은 이미 여름의 길목에 들어섰건만. 하늘 아래 첫 초원 대관령 목장은 봄이 한창이다. 싱그러운 햇살에 들꽃도 화사하다. 향긋한 풀향기와 달콤한 꽃내음이 코끝에 맴돈다. 여느 계절보다 짧은 봄이지만 대관령 목장의 봄풍경은 드넓은 초원처럼 풍성하다.

강원도 평창은 ‘해피700’의 고장이다. 사람 살기에 가장 쾌적한 고도가 700ｍ라고 하니, 전체 면적의 65%가 해발 700ｍ 이상 고원지대에 자리한 까닭이다. 그만큼 기온이 낮고 여름이 짧다.

산지에는 너른 초지가 많아 가축도 많이 키운다. 목장이 많은 까닭이다. 그중 대관령을 낀 삼양축산과 양떼목장이 대표적이다.

해발 850~1470ｍ의 고원지대에 놓인 대관령 삼양목장은 동쪽으로 동해바다를, 서쪽으로 드넓은 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구름도 쉬어가는 드넓은 초록들판은 이국적 풍취를 자아내는 청정자연 그대로다.

1·2단지로 나누어 그 넓이가 600만평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다. 92년부터 일반인에 개방됐다. 주차장(해발 800ｍ)을 기준으로 오른쪽 동해전망대까지가 차량길이고 왼쪽이 황병산(해발 1470ｍ)으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다. 목장 내 도로는 총연장길이가 120㎞. 이중 외부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은 22㎞의 순환도로다. 걸어서 다니자면 버겁다.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 국민관광지로 자리잡은 목장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 가는 길 곳곳 ‘명소’마다 팻말이 걸려 있다. 오른쪽 차량길을 따라 급경사를 조금 오르면 길 양쪽으로 드넓은 초지가 시작된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준서나무’를 지나면 ‘연애소설나무’를 만난다. 드라마 촬영지다 보니 풍광이 특히 뛰어나다.

맞은편이 1단지 우사. 그 위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젖소의 모습이 풍차와 어우러져 그림 같다. 여기서 중동(해발 1100ｍ)을 거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를 지나면 동해전망대(해발 1140ｍ)다.

암반으로 이뤄진 평지에는 풍력발전기 1기가 우뚝 솟아 있다. 맑은 날이면 강릉시내와 동해의 푸른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다. 그 뒤로 초지가 광활하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이채롭다. 200ｍ 간격으로 세워진 총 49기의 풍차는 높이 40ｍ, 날개 반지름이 25ｍ에 이른다. 동해의 세찬 바람에 쉼 없이 돌아간다.

2단지 황병산 방향 트레킹 코스는 자연탐방길. 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준서 별장을 지나면 울창한 원시림과 계곡을 거쳐 원앙 서식지인 삼정호에 이른다. 목장 내에서도 외진 이곳은 자연과 한몸이 되는 ‘동화 속 세상’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나와 456번 도로를 따라 옛 대관령휴게소로 향하면 양떼목장이다. 총 6만2000평의 드넓은 초원에 200여마리의 양들을 10월까지 방목한다.

삼양목장처럼 광활하지는 않지만 고원언덕에 펼쳐진 초지와 양떼, 양생화가 어우러진 모습이 무척 이국적이다. 양들에게 직접 건초를 먹여주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겁 없이 건초를 받아먹는 순진한 양들의 모습이 정겹다. 입장료 대신한 건초를 사서 양들에게 먹이는 이색 체험이다.

이곳 양은 뉴질랜드 원산의 코리데일 종. 털과 고기 생산용으로 뿔이 없고 하얀 양털이 탐스럽다. 풀을 받아먹는 양들은 모두 수컷이다. 암컷과 함께 방목하면 수태시기를 조절할 수 없어서다.

목장은 서울에서 회사원 생활을 했던 전영대씨(56)가 88년부터 조성한 관광목장이다. 2003년 양의 해를 맞아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주말마다 2000여명이 다녀간다.

건초먹이기가 끝나면 산책에 나선다. 1.5㎞의 산책길은 느린 걸음으로 1시간 코스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세트가 이곳 명소 중 하나. 포토존이다.

목장은 대관령 정상과 맞먹는 높이에 조성돼 있다. 바람이 시원하다. 목장 정상부(해발 950ｍ)에 서면 대관령 주변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후련하다. 평창|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횡계IC→208번 도로 대관령삼양목장(456번 도로 양떼목장)

▲특산품&먹을거리:대관령황태, 곤드레밥, 송어회, 메밀막국수 등

▲주변 볼거리:예까지 왔으니 대관령 옛길을 들러봄직하다. 옛길 등산로는 성산면 어흘리(가마골) 초입 대관령박물관에서부터 반정까지 4.6㎞ 구간. 오르내리는 데 4시간 걸린다. 완만한 경사에 낙엽이 발목까지 차올라 아이들을 동반해도 무리가 없다. 산길 곳곳에서 선조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옛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권. 이외에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평창무이예술관, 이승복기념관, 효석문화마을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축제:대관령국제음악제(7~8월), 강원감자큰잔치·평창산꽃약풀축제(8월), 평창효석문화제·오대산불교문화축전·노성제(10월) 등

▲숙박:삼양대관령목장 콘도(033-336-0885), 용평리조트(1588-0009), 신세계대관령리조트(033-335-5011) 등

▲문의:평창군청 문화관광과(033-330-2399), 삼양목장(033-335-5044), 양떼목장(033-335-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