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장성 축령산휴양림

입력 : 2007.03.28 21:08

남녘 들판을 수놓은 봄꽃이 화사하다. 나뭇잎의 때깔도 하루가 다르고 봄볕에 물오른 침엽수림의 숨결 또한 싱그럽다. 숲은 세속에 찌든 때를 정화시켜주는 자연 청정기.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데 숲만한 것도 없다. 유난히 산이 많아 우거진 숲을 접하기 쉬운 우리 국토. 그중 전남 장성의 축령산 숲은 참빗처럼 가지런한 침엽수림이 빼곡해 삼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나무향과 신선한 바람은 숲이 주는 최고의 선물. 자연과 한몸이 되는 초록세상, 그 안에 참살이가 있다.

전남 장성은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곳. 방장산, 입암산, 백암산, 불태산, 축령산, 태청산, 병풍산 등 크고 작은 산을 수없이 품어 전체 면적의 70%에 달하는 산림에 튼실한 나무들이 빼곡하다.

이중 노령의 지맥에 놓인 축령산은 장성의 숲 중 으뜸이다. 산세가 곱고 야트막하지만 숲만큼은 여느 산 못지않다.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레 뻗어나간 편백과 삼나무, 활엽수가 망망한 수해(樹海)를 이뤄 장관이다.

이른 봄, 아침에 숲을 걷는다. 트레킹에 가까운 산행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영화촌에서 시작해 서삼면 모암마을로 내려선다. 등산로가 따로 없다. 나무를 심기 위해 만들었던 임도를 따라간다. 그만큼 훼손이 적어 자연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을 찾은 행운이다.

금곡영화촌은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 1950~1960년대 시골 농촌의 전형을 보여준다. 마을 입구 당산나무를 지나 돌담길을 따라 20여 가구 1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휴양림으로 들어서기 전, 좌측 목조건물이 눈에 띈다. 초가지붕을 얹은 아담한 한옥은 30여평 규모의 금곡 숲속미술관. 축령산 자락에서 세심원(世心院)을 운영하는 변동해씨(52)가 옛 마을구판장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서부터 산행은 넉넉잡아 2시간 코스다. 황톳길 좌우로 수령 20~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측백나무가 빽빽하다. 하늘마저 그 숲에 모습을 감췄다. 숲은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완만한 경사 길은 차가 다닐 수 있지만 걷는 게 상책. 이곳 나무의 수종은 편백과 삼나무가 대부분이다. 곧고 푸른 나무들은 하나같이 번듯해 이국적 풍치를 자아낸다. 숲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기운에 이내 정신이 맑아진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해충 등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에 발산하는 항생 물질. 사람에게는 항균과 진정,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지만 그 양에는 차이가 있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2배 이상 많고, 침엽수 중에서도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 전국의 삼림욕장 중 이곳을 첫번째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걷는 길 내내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내음에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연꽃처럼 맑아진다. 산바람에 팔랑이는 침엽수림의 푸른 손짓도 정겹게 다가온다. 숲길은 그 옛날 과거를 보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쳐 갔던 길.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 서너 곳 있을 뿐 단조로워 여유롭다.

축령산 숲은 자연이 만든 숲이 아닌 인공 조림지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은 독립운동가 출신의 고 임종국 선생. 1956년부터 1976년까지 사재를 털어 596ha에 253만그루의 편백과 삼나무만을 심고 가꿨다.

당시 임씨는 집과 논밭을 판 것도 모자라 빚까지 져가며 조림을 계속했다. 1968~1969년, 2년여에 걸쳐 가뭄이 들었을 때는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비탈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단다. 한 개인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을 후대가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은 임씨를 ‘숲의 명예전당’에 모셨다. 그가 남기고 간 숲에 기념비도 세웠다. 임씨는 죽어서도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축령산 중턱, 한 그루의 느티나무 아래 수목장 됐다. 30년간 군청에 몸담았던 변동해씨는 “임종국 선생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기 위해 현재 서명을 받고 있다”며 “현재까지 참여한 인원은 5만여명으로 오는 4월5일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초봄, 새순 돋는 축령산 숲은 날마다 새로워 휴양림 특유의 자연미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 귀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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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분기점→천안논산간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백양사IC→15번 지방도로→장성방향 모현리4거리→고창 방향 우회전→898번 지방도→개천교→금곡영화촌→축령산휴양림

▲특산품&먹을거리:사과, 단감&곶감, 솔잎차, 포도, 잔디 등/백양사지구 식당가(표고버섯&산채백반, 061-392-7427), 산골짜기(꿩샤브샤브, 061-393-0955), 건강식당(보리밥, 061-393-0420), 초야식당(메기찜&탕, 061-393-0734), 백양사 단풍두부(단풍두부, 061-392-1515) 등

▲주변 볼거리:홍길동생가, 필암서원, 장성호, 금곡영화촌, 백양사, 입암산성 등

▲숙박:백양관광호텔(061-392-2114), 모암 통나무집(061-393-4833), 백련동(061-393-7077), 추암골 산장민박(061-393-0960), 대지사슴목장집(061-394-3489), 하늘아래첫집(011-605-1230), 추암관광농원 (061-394-4600) 등

▲문의:장성군청 문화관광과(061－390-7224)

〈장성|글·사진·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