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프로 ‘2년차’ 봉중근-김광현 명예회복 대결
30일 인천 SK-LG전의 선발 투수로 나선 LG 봉중근과 SK 김광현. 지난 시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봉중근은 미국에서 국내로 복귀해 기대를 잔뜩 모았고 김광현은 고교(안산공고) 시절 고교생 수준을 능가하는 투구로 프로 입단과 함께 ‘제2의 괴물 신화’를 쓸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둘 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봉중근은 5승7패 방어율 5.32로 전 메이저리거의 명성을 따르지 못했고, 김광현은 3승7패 방어율 3.62로 초고교급 이름값에 흠이 갔다.
둘 다 달라졌다는 올시즌. 봉중근은 투구패턴을 바꿔 돌아왔고 김광현은 기량이 부쩍 늘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완벽한 적응
봉중근이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프로야구 경기 중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기남기자
봉중근에게 1년의 시간은 적응하는데 충분했다. 한 시즌을 보내면서 미국 타자들과 한국 타자들의 성향 차이를 느꼈고 적응 방법을 찾았다.
한국 타자들의 적극성이 미국 타자들보다 적어 공을 기다리는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었다. 미국에서 타자들을 꾀어내던 그의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게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타자들은 봉중근의 체인지업에 스윙을 아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의 장기인 체인지업이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대안은 빠른 승부였다. SK전에 선발로 나선 봉중근은 볼카운트 2-1, 2-2에서 삼진을 다수 잡았다. 그가 잡은 삼진은 7개. 2회말 SK 모창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몸쪽 직구를 던져 바로 승부하는 모습은 달라진 봉중근의 투구패턴을 그대로 보여줬다.
7회 SK 박재홍에게 투구패턴을 읽혀 볼카운트 2-0에서 몸쪽 직구(시속 142㎞)를 던지다가 좌월 1점홈런(비거리 115m)을 얻어맞긴 했지만 봉중근은 투구수 104개로 7.2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직구 최고 구속도 시속 144㎞로 힘이 있었다.
SK전 3연승을 달린 봉중근은 경기 뒤 “의식하지 않았지만 문학구장은 홈플레이트가 가깝게 느껴진다”며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묘한 밸런스
SK 김성근 감독은 경기 뒤 김광현에 대해 “투구 밸런스가 좋지 못해서 올라갈 때부터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상의 컨디션이 100%라고 봤을 때 70%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성근 감독이 원하는 투구폼 수정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과 코나미컵,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대표팀 등에서 한국 좌완 대표 투수급 투구를 보인 김광현이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1회초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LG 김재박 감독의 어필 이후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엄격해지자 난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2.2이닝 동안 6안타 3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