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타법 안타 ‘뚝딱’
SK는 타순을 자주 바꾼다. 상대 투수에 따른 맞춤형 타선으로 경기에 나설 때가 많다. 왼손선발이 나오면 보통은 오른손타자들을 전면 배치한다. 상대적으로 왼손타자의 출전 기회는 줄어든다.
![[야구 IN]‘좌완 킬러’ 좌타자 박재상 비결은](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18/20080519.02500105000004.01L.jpg)
그런데 SK의 주축 왼손타자 중 하나인 박재상(26·SK)은 올시즌 들어 ‘SK의 타순법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왼손 선발로 누가 나오더라도 타순 한 자리를 굳게 지킨다. 다른 이유는 없다. 박재상이 왼손타자이면서도 왼손투수를 상대로 웬만한 오른손타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현재 왼손투수 상대 시즌타율이 3할9푼6리(48타수 19안타)로 거의 4할에 이른다.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 2할9푼7리(91타수 27안타)는 물론 시즌 타율 3할2푼2리보다 나은 내용이다.
그 가운데 국내 최고 왼손투수인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는 5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액면대로라면 8할의 확률이다.
#박재상의 첫번째 변화
박재상은 앞발인 오른발 움직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타격할 때 오른발을 앞쪽으로 내딛는 스트라이드의 변화다. 왼손투수가 나오면 스트라이드폭을 줄이고 반 박자 서둘러 이동하려는 위치에 갖다놓는다. 반 박자 정도 미리 옮겨 놓고 공을 기다리면 때리는 순간까지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오른발의 움직임을 줄인 탓에 공에 힘을 싣는 데는 약점이 생기지만 정확도만은 확실히 높일 수 있다.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게 약한 이유 중 하나가 타석과 가까운 쪽에서 피칭이 이뤄져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적인 면에서 손해보기 때문이다. 박재상의 대응법 또한 타격 준비시간을 줄인 것이다.
#발상은 삼진수 줄이기
처음 사냥감은 왼손투수가 아니었다. 박재상은 “삼진을 먹고 들어오는 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삼진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 가져갈 스트라이드의 변화였다. 투 스트라이크가 된 뒤 최대한 다양한 볼에 대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 하나는 그립의 변화다. 방망이를 짧게 쥐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방망이 그립 끝까지 쥐었으나 올해부터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남겨두고 잡는다. 이 또한 투 스트라이크 이후 공을 맞히는 데 유리하다. 왼손투수를 상대로 방망이를 정확하고 빠르게 돌리는 데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최고 무기는 자신감
박재상은 “달라진 게 있다면 오른발을 내딛는 시간과 거리의 변화에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 가운데서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시즌 들어 왼손투수를 상대로 안타가 쌓이면서 왼손투수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박재상은 “어떤 대상을 상대로 빗맞은 안타라도 치기 시작하면 그 대상 앞에서 자신감을 얻는 게 타자인데 올해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상은 투구 패턴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다. 왼손투수라도 선발과 중간계투에 따라서 볼배합이 다르다는 설명. 피칭내용에 대한 연구 또한 한몫을 했다. 박재상은 지난 17일 인천 한화전에서도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면서 류현진으로부터 2안타, 한화 왼손 마무리 토마스로부터도 1안타를 뽑았다. 왼손투수 잡는 왼손타자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