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렸다.
‘왕년의 20승 투수’ 정민태(38)가 18일 광주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현대가 우리 히어로즈로 재창단되는 과정에서 KIA로 새 둥지를 튼 이후 첫 등판. 평일 관중치고는 많은 5600여명이 응원을 펼쳤을 만큼 기대를 모은 등판이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3년차 기대주 김태완(24·한화)에게 무너졌다. 홈런 한 방이었다.
△8달 만의 등판
정민태가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해 8월25일 두산전이었다. 2.1이닝 만에 6실점하고 패전하면서 시즌을 마쳤고, 현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8달 만에 돌아온 정민태는 KIA 유니폼을 입었다. 예상보다 1군 인사가 늦었지만, 2군에서 2경기 선발 등판해 12이닝 3실점으로 방어율 2.25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고 첫 무대를 가졌다.
시작은 좋았다. 1회 2사후 3번타자 클락에게 내준 볼넷을 제외하면 3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구속도 2회 시속 143㎞를 찍었고,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제구하며 한화 타선을 잘 맞혀잡았다. 1회 2번 윤재국과 2회 7번 이여상에게서는 삼진도 엮어냈다. 3회까지 48개를 던졌다.
그런데 4회 투구 수 50개를 넘기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타자 윤재국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이후 3번 클락에게 볼넷을 허용한 데 이어 4번 김태균을 맞혀 내보냈다. 무사만루. 투수코치가 한차례 마운드에 올라와 다독였지만 정민태는 5번 이범호에게 곧바로 2구째 우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처음 실점했다.
△시범경기스타? NO!
김태완은 유명한 ‘시범경기스타’다. 2006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입단해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화력쇼를 선보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개막전 이후에는 부진했다. 결국 초반 선배들에게 다시 자리를 내주고 대타로 밀리면서 타율 2할4푼5리에 그쳤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이미 17일까지 홈런 3개를 터뜨리며 홈런 타자들의 경쟁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외야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태균-이범호를 잇는 한화의 새로운 거포다.
△결정타 한방
정민태는 결국 실투로 강판됐다. 김태완은 이를 잘 받아쳤다.
한화에 선취점을 내준 정민태는 이어진 4회 무사만루에서 김태완을 맞았다. 초구 139㎞, 2구째 137㎞. 모두 직구를 던진 정민태는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체인지업을 던졌다. 조금 높게 던지려던 것이 한가운데 낮게 떨어지면서 인코스를 노리던 김태완의 방망이에 그대로 맞았다. 타구는 왼쪽 펜스 위로 쭉 뻗어 장외로 날아갔다. 김태완의 프로 데뷔 후 첫 만루포.
그러나 정민태는 이후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다시 2루타 2개를 맞으며 0-6을 만들고 4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강판됐다. 3.2이닝 5안타 2볼넷 6실점. 4사구 3개에 투구 수는 81개였다.
정민태는 “편하게 던진다는 마음으로 등판했다. 100개까지 던질 계획이었는데 아쉽다. 생각보다 제구력이 괜찮아 다음 등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