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리그 7연승 주역 3인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이 7연승으로 예선리그를 1위로 마감했다. 베이징 입성 때 “예선리그 4승을 우선 목표로 승수를 늘려가겠다”던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당초 계획을 뛰어넘는 빼어난 성적이다.
첫 경기인 미국전에서 극적으로 역전승한 대표팀은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우승권 전력인 일본과 쿠바를 차례로 꺾었다. 이는 대표팀이 완벽한 팀워크로 하나로 뭉친 결과지만 예선리그 7연승의 원동력이 된 주인공을 3명 정도 꼽을 수 있다.
이대호·정대현·윤석민으로 이들은 대표팀 선발에 있어 우여곡절이 있었던 선수들이어서 ‘김경문호’의 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대호
#“홈런왕 대신 누굴 뽑는 거야”
이대호(롯데)의 프로 동기생 김태균(한화)은 올시즌 홈런 26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가 올해 소속 팀에서 3루수로 뛰고 있지만 본래 포지션은 1루수로 김태균과 같고 대표팀 김경문 감독도 대표 선발 전 “올시즌 타격 컨디션으로만 보자면 김태균이 이대호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대호를 선택했다. 김태균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로 군 입대 혜택을 받았고, 이대호는 군 입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고려됐다. 또 이대호는 지난 베이징올림픽 예선전도 꾸준히 참가했다. 게다가 대표팀 주전 3루수 김동주의 왼쪽 팔꿈치 통증도 3루수를 백업으로 맡을 수 있는 이대호에게 점수를 줬다. 그래도 홈런왕을 뺀 대표팀 선발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대호는 베이징에서 그 논란을 제대로 잠재우고 있다. 미국전 2회 역전 2점홈런, 일본전 7회 동점 2점홈런 등 긴박한 순간마다 한국을 구했다. 이번 대회 홈런 3방에 타율도 4할2푼9리로 타격감이 매우 좋다.
정대현
#“아프다고만 하지 말아다오”
정대현(SK)은 국제대회 때 요긴한 잠수함 투수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 오른쪽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대표팀 선발 때부터 김 감독에게 걱정을 많이 안겼다. 김 감독은 정대현의 팔꿈치 통증은 고질적이어서 휴식 기간을 충분히 준다면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정대현은 대표팀이 이번 예선리그에서 가장 비중있게 준비했던 미국전에 중간계투로 등판해 2.2이닝을 던졌다. 홈런 한방을 맞기는 했지만 2안타 1실점으로 한국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일본전에서는 마무리투수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그는 5-3으로 앞선 9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나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윤석민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김 감독은 대표 선발 전 윤석민(KIA)에 대해 고민했다. 12승으로 다승 1위인 윤석민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송승준(롯데)·권혁(삼성)이 선택됐다.
하지만 대표팀 평가전 도중 임태훈(두산)이 자신감을 잃었다. 김 감독은 임태훈의 소속 팀 감독이기에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 임태훈 대신 윤석민을 베이징으로 데려왔다.
베이징에서는 김 감독이 믿었던 한기주(KIA)가 무너졌다. 그 공백을 윤석민이 잘 메우고 있다. 윤석민은 미국전 6-4로 앞선 9회에 한기주가 연속 3안타로 무너지자 구원 등판해 2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잘 던졌다. 또 일본전에도 김광현을 구원 등판해 홈런 한방을 맞았지만 2.2이닝을 잘 버텼다. 대만전에서는 1.2이닝 동안 한점차 리드를 무실점으로 지켰고 쿠바전도 1.1이닝을 던졌다. 대표팀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한국의 예선리그 7연승의 주역이 됐다.
<베이징 | 특별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