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내가 선배” 토종 매운맛
얄궂은 만남이었다.
삼성-LG전이 열린 3일 잠실구장.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트리플A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LG 봉중근(28)과 삼성 톰 션(31)이 반갑게 인사했다. 2004년 애틀랜타에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봉중근은 당시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션과 안면이 있는 사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옛 동지였던 봉중근과 션은 ‘적’으로 대면했다. 제이콥 크루즈의 대체 용병으로 합류한 션은 국내 데뷔전에서 얄궂게도 봉중근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방망이가 좋은 선수였다”
봉중근과 션은 선발 등판을 앞두고 사적인 얘기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서로 알고 지낸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다.
특히 션은 봉중근에게 한국 타자들의 성향에 대해 질문했고, 봉중근은 지난해 실패한 얘기를 섞어가며 한국 야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두 선수는 선발 대결을 앞두고 LG 트레이닝장에서 함께 몸을 풀었다. 션은 신시내티 시절 봉중근에 대해 “마이너리그에서 같이 뛰었고 좋은 타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투수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잘 쳤다”고 봉중근의 방망이 소질을 높이 평가했다. 션은 봉중근의 피칭에 대해선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선배의 한수 지도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잠실구장에는 비가 흩뿌렸다. 봉중근과 션의 대결이 내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 시작 5분 전 비는 그쳤고 옛 동지 간의 대결은 불을 뿜었다. 2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한 봉중근과 션은 3회 1점씩 내주면서 ‘우정’을 과시했다.
두 선수의 희비는 4회부터 엇갈렸다.
변화구가 주무기인 션은 LG 타순이 한 바퀴를 돌자 안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4회 선두타자 페타지니에게 첫 홈런을 허용하는 등 4~5회에만 5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션의 한국 데뷔전 성적은 4이닝 8안타 5실점 2삼진 2볼넷 2폭투. 최고 구속은 144㎞를 찍었다.
션은 “처음에 집중력이 괜찮았는데 이닝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트러진 것 같다”며 “시차의 문제도 있었다. 아쉽지만 한국야구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션의 혹독한 신고식과는 달리 봉중근은 뛰어난 완급 조절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션이 무너진 4~5회 삼자범퇴를 시키는 등 7이닝 5안타 1실점 1볼넷 7삼진을 잡으면서 시즌 6승(5패)째를 사냥했다. 최고 구속은 147㎞.
봉중근은 “경기 전 팀 동료에게 션은 성격이 긍정적이고 제구력이 좋다고 말해줬다”면서 “오늘 경기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며 변함없는 우애를 과시했다.
봉중근은 “탈삼진 1위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며 “변화구를 결정구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