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에이스는 컨디션 나빠도 승리
2~3년 꾸준히 지켜봐야”
후배를 지켜보는 선배의 눈. 어쩌면 그 누구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박경완(36·SK)이 지켜본 어린 후배 김광현(20·SK)은 어떤 모습일까.
박경완은 2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광현이를 괴물이다, 에이스다 하지만 조금 이른 평가 같다”고 말했다.
28일 두산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올린 김광현.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역투에 이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일본전에 두 차례 모두 등판해 특급피칭을 하며 ‘일본 킬러’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21·한화)에 이어 2007년 ‘거물 신인’ 바통을 이어받아 나란히 ‘괴물’로 불리며 라이벌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광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포수이자 팀내 최고참급인 박경완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한다. 2년차 김광현은 이제 걸음마를 뗐기 때문이다.
△에이스의 조건
박경완은 91년 쌍방울에서 데뷔해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수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말 그대로 진짜 베테랑 포수다.
박경완은 “내가 생각하는 진짜 에이스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뛰어난 경기 운영능력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투수”라고 설명했다.
박경완의 그동안 경험에 따르면, 선발투수는 보통 한 시즌 30경기 쯤 등판한다. 그 가운데 최고 컨디션으로 등판하는 것은 많아야 5경기.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5경기도 다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승부는 나머지 25경기에서 판가름 난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도 집중력을 통해 완급 조절을 하면서 경기를 잡는 것이 진짜 에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김광현의 경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한 시즌 십몇 승 했다고 해서 ‘에이스’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은 성급하다는 설명이다.
△류현진=김광현?
특히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고 했다.
박경완은 “류현진을 한화 에이스다, 괴물이다 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광현이를 류현진과 비교하며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신인이던 2006년 18승을 올리며 트리플크라운(다승왕·방어율왕·탈삼진왕)을 달성, 신인왕에 MVP까지 동시에 석권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7승, 올해도 10승을 올렸다. 이제 류현진이 없는 한화는 생각할 수 없고, 대표팀에서도 에이스 면모에 어울리는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적어도 3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부진하다 한국시리즈를 기점으로 올시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제 막 올라서기 시작했기에 평가를 하기엔 조금 이르다는 얘기다.
냉정한 평가 같지만, 어쩌면 올림픽 금메달로 잔뜩 들떴을 막내를 진정시키기 위한 사려 깊은 조언일지도 모른다.
박경완은 “(김)광현이도 분명 성장하고 있다. 구위도 좋고, 완급 조절 능력도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며 “단지 에이스라는 호칭은 앞으로 2~3년 꾸준히 지켜본 뒤 붙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