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이승엽 솔선수범 “단결력 WBC 능가”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두산 감독을 2003년 10월부터 맡았다. 당시 빈 두산 감독 자리를 메웠다. 김인식 전 두산 감독(현 한화 감독)이 두산의 선동열 감독 영입설에 감독직을 사퇴했는데 선 감독이 삼성으로 최종 행선지를 정해 두산 감독 자리가 비었던 것이다.
두산은 그때 감독 선정을 놓고 적잖이 고민했다. 복수의 후보를 두고 프런트 투표까지 거쳤다. 그 과정에서 선정된 수장이 김경문 감독이었다.
두산 프런트는 김경문 감독의 ‘형님 기질’에 높은 점수를 줬다. 리더십을 인정한 것이다.
김 감독은 팀이 졌는데도 4타수 2안타를 쳤다고 히죽 웃는 선수를 아주 싫어한다. 그가 강조하는 게 모 스포츠용품 광고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케빈 가넷(보스턴)이 외친 ‘형제애’와 비슷하다.
김 감독의 이런 성향은 ‘최고들만 모였다’는 야구대표팀에도 잘 녹아들고 있다.
베이징에 도착해 결전을 기다리고 있는 대표팀이 ‘형제애’로 뭉치고 있다. 김 감독은 11일 “팀에 끈끈함이 생기고 있다”고 자평했다.
#눈을 보면 외면 못해
김동주(두산)에게 이번 대회는 불편하다. 그는 요즘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김 감독과 함께 했던 지난 베이징올림픽 예선전 때도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김동주. 하지만 그는 베이징에 도착한 이상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후배들의 얼굴을 보면 싫은 내색을 할 수 있나요.”
김동주가 말하는 후배들은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프로선수들인 만큼 병역 혜택은 너무나 큰 자산이다. 후배들이 ‘야구 잘하는 형’을 바라보는 눈길…. 안 본 사람은 모른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승엽(요미우리)은 팀 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시즌 대부분을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있던 이승엽에게 대표팀 참가 자체가 ‘희생’을 강요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베이징 도착 후 첫 훈련에서부터 “전승, 금메달”을 외치며 팀에 기를 불어넣고 있다. 실력뿐 아니라 리더십까지 갖췄다면 후배들이 따르고 팀은 단결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규율이 더해지면 이번 대표팀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완성된다. 이번 대표팀은 이전 대회 대표팀보다 규율이 센 편이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었던 한 선수는 11일 “지난 WBC 때보다 규율이 좀 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압적인 것은 아니라고.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번 대표팀에 흐르고 있는 기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