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히터가 좌우타석을 옮겨다니는 것은 상대투수에 따른 선택이다. 왼손 투수가 나오면 오른손 타자로, 오른손 투수가 나오면 왼손 타자로 변신해 최대한 안타 생산확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올시즌 스위치히터로 나타난 SK 최정(21)은 조금 이상하다. 오른손 정통파투수를 상대로 왼손 타자로 나서기도 하지만 오른손 타자로 나설 때가 더 많다. 최정은 지난 15일 인천 삼성전에서 상대 선발로 오른손 투수 이상목이 등판하자 첫 타석에 왼손타자로 나왔다가 두번째 타석부터는 오른손 타자로 방망이를 들었다. 16일에는 삼성 선발로 나온 왼손투수 전병호와 구원 등판한 오른손 투수 정현욱을 상대로 줄곧 오른손 타자로 타석에 섰다.
#상대 무시 스위치히터
SK 스위치히터 최정이 17일 인천 삼성전에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면서 헬멧을 고쳐쓰고 있다. 인천 | 김기남기자
최정은 경기 당일 타격훈련을 하는 동안 김경기 타격코치와 상의해 타석을 결정한다. 상대 선발이 던지는 팔이 어느 쪽인지는 둘째 문제다. 타격밸런스가 좋은 타석을 해당 경기에 설 자리로 선택한다. 17일 삼성전에서도 상대 선발이 오른손 정통파투수 배영수였지만, 오른손 타자로 치는 것이 훨씬 밸런스가 좋다고 판단했다. 최정은 오른쪽 타석에 들어갔다. 1회 첫 타석에 좌중간 2루타를 쳐내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눈의 스위치
최정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왼손으로 수저를 든다. 원래 왼손잡이다. 그런데 오른손잡이로 야구를 배웠다.
다시 왼손잡이로 야구를 해볼 고민을 한 것이 입단 첫해인 2005년. 당시 김경기 코치는 최정이 왼쪽 눈으로 공을 보는 습관이 있는 것을 잡아냈고, 그를 스위치히터로 변신시킬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잠들어 있던 왼손잡이 본능이 깨어난 것이 바로 지난해 말이다. 최정은 왼손 타자로 훈련을 시작하며 자신이 이따금 왼쪽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의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었다. 이때가 바로 왼손 타자로 밸런스가 맞을 때다.
야구에서 눈의 생명인 것은 상식이지만, 양쪽 눈에 관한 것은 따져들수록 어려운 얘기였다. 최정은 갸우뚱하면서 변신을 시작했지만 지난 겨울이 지난 뒤로는 양쪽 눈으로 타석을 스위치하는 법을 서서히 익혀가고 있다.
최정은 “주로 오른쪽 눈으로 볼 때가 있고 왼쪽 눈으로 볼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을 알 것 같다”며 “점차 양쪽 눈으로 고루 잘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타석 선택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슬럼프기간 줄이기
스위치히터를 선택한 목적은 슬럼프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좋지 않을 때 밸런스가 더 나은 타석에 서서 타석을 까먹는 횟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30타석 연속 무안타가 될 슬럼프를 타석을 옮겨 30타석 5안타 정도로 조절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계산. 그 정도만으로도 시즌 타율 1푼 정도는 벌어들일 수 있는 수치다.
오른손 타자로 슬럼프가 장기화될 때는 왼쪽 눈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시기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왼쪽 눈으로 공을 오래 볼 수 있는 왼쪽 타석으로 이동하는 게 답이다.
최정은 17일 현재 타율과 최다안타 등 공격 각 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왼손타자로는 6타수 3안타에 2루타와 3루타 1개씩이다. 신개념 스위치히터의 첫 시즌은 당연히 연구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