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할 실패 뒤 올 거포 변신
장성호(31·KIA)는 올시즌을 앞두고 ‘거포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해 10년 연속 3할 달성에 실패한 이후 “타율보다 홈런과 타점을 많이 올려 팀이 이기는 데 공헌하겠다”고 했다.
3할을 밥 먹듯 하던 교타자에서 주자 있을 때 홈런으로 타점을 올리는 장타자로 바뀌어보겠다는 뜻이었다.
개막 넉 달째. 장성호는 변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말했던 그게 아니다.
#56경기 12도루
![[야구 IN]장성호 발빠른 변신 ‘눈에 띄네’](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7/08/20080709.02500110000004.01L.jpg)
장성호는 8일 현재 1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15위다.
공동 15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최정(SK)·민병헌(두산)·박용택(LG)이다. 빠른 발로 소문난 선수들이다.
장성호의 기록은 무려 팀 내 3위에 해당한다. 팀에서 가장 빠른 이용규(23개)와 김원섭(14개) 다음이다.
장성호의 발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참 뜻밖이다.
지난해까지 12년을 뛴 장성호가 도루를 10개 이상 한 것은 단 2번이다. 2003년(13개)과 2004년(11개). 당시 모두 130경기를 뛰었다.
그런데 12도루를 한 8일 현재 56경기를 뛰었다. ‘페이스’가 말 그대로 장난 아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하면서 페이스가 떨어져 홈런은 5개. 본의 아니게 ‘변신 궤도’를 조금 수정했다.
#왜?
장성호의 대답은 너무 간단하다. “하고 싶어서”다.
장성호는 “원래 도루하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도루하다 실패할 경우 팀에 미치는 분위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한다.
장성호는 KIA의 오랜 중심 타자다. 그런데 KIA는 2005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도루를 특기로 하지 않는 중심타자로서 도루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팀 사정은 다르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뛰는 야구’를 팀 컬러로 정했다. 조범현 감독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선호한다.
최근 타선 집중력도 부쩍 좋아졌다. 톱타자든 중심타자든 일단 출루해 베이스를 훔치면 득점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성호는 내킬 때 마음대로 뛸 수 있는 그린라이트도 받았다. 올해 15차례 도루 시도 가운데 벤치 사인으로 뛴 적은 한 번도 없다.
조감독은 “발은 빠르지 않지만 센스가 좋다. 누구보다 투수 움직임을 잘 읽을 줄 아니 빠르지 않아도 도루가 가능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부상이 걱정이다. 장성호는 지난 5월1일 잠실 두산전에서 도루하다 왼쪽 늑골 타박상을 입고 약 3주 동안 재활군에 내려가 있었다.
조감독은 “장성호가 도루를 적극 해주니 팀에는 분명 좋은 효과를 주지만, 중심타자인데 그러다 다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장성호도 당분간 ‘조심’하기로 했다. 장성호는 “시즌 목표가 15개였는데 벌써 12개”라며 “당분간은 좀 자제해야겠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