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외국인선수일수록 구단 관계자들이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진다.
입맛 까다로운 부잣집 아들을 위한 상차림 하듯 이것저것 괜히 걱정하게 된다.
![[야구 IN]LG 새 용병 페타지니의 ‘되고SONG’](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6/05/20080605.02500105000005.01L.jpg)
정감 있지만 열악하기로 소문난 청주구장에서 지난 주말 3연전을 치른 LG. LG 한 관계자가 로베르토 페타지니(37)에게 다가와 청주구장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혹시 불편함에 지장이나 받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페타지니의 대답은 180도 달랐다. “타자들에게는 정말 최고였다”는 게 페타지니의 말. 이 관계자는 민망해하면서도 ‘역시 페타지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연봉 자리까지 올랐던 페타지니. LG 4번 페타지니가 칭찬받는 이유는 지난달 17일 광주 KIA전에서 첫선을 보인 뒤 타율 3할4푼6리 등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것만 본다
지난 5월 LG 유니폼을 입자마자 광주구장부터 대구구장으로 이어지는 6연전. 시설만 놓고 보면 뒷순위에서 따지는 게 아주 빠른 구장이다.
페타지니는 마음 놓고 유니폼을 갈아입을 공간도 없었지만 광주와 대구의 볼품없는 라커룸 대신 뜨거운 관중석 얘기를 먼저 꺼냈다고 한다. 페타지니는 “한국야구 응원이 정말 재미있다”며 구장 환경에 대해서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인조잔디 구장이 전체 구장 가운데 얼마나 되느냐”고 물은 게 그가 조금 갸우뚱하며 내놓은 의문의 전부. LG 최고참인 김정민은 “신사 중에 신사”라며 “외국인선수가 새로 오면 친해지기 위해 오버하는 행동이나 말도 하는 게 예삿일인데 페타지니는 그럴 필요가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좋은 것만 먹는다
적응의 시작이자 마지막은 음식문화 적응이다. 대부분 외국인선수들은 입에 맞는 것을 먹기 위해 보통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찾는다. 구단 관계자들도 그만큼 바빠진다. 페타지니는 음식 투정이 없다. 음식점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사실은 생닭이나 소고기 등을 직접 사서 손수 음식을 해먹기 때문이다. 인공 조미료가 많은 음식을 원래 좋아하지 않아 천연 재료로 요리를 해먹는다고 한다. 입맛도 그렇지만 운동선수로서 몸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에서는 조리기구를 방망이 다루듯 한다. 페타지니의 가족은 6월 말쯤 들어올 예정. 셀프 서비스 덕분에 체력관리에는 걱정이 없다.
#좋은 생각만 한다 = 페타지니는 지난달 24일 잠실 KIA전에 앞서 훈련도중 왼손 중지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페타지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LG 관계자들은 ‘실금’이라는 소리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은 “모르긴 몰라도 실금이라면 뛰기 어려울 것”이라고 LG의 용병복에 다시 한번 시선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았다. 부상 부위가 마지막 마디여서 배트를 잡는데 덜 영향을 받은 때문이기도 했지만 워낙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덕분이라는 진단이다. 페타지니는 한 차례도 뛰지 못할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스카우트팀 나도현 과장이 사준 홍화씨 등을 열심히 복용하는 등 치료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는데 앞으로 중지 때문에 뛰지 못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 | 안승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