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방마님 “봤지?”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랬다. 긴 인생 살다보면 길흉화복이 예기치 않게 바뀐다. 좋은 일이 있다 싶으면 또 불행이 예기치 않게 오고, 뜻밖의 행운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한다. 6일 인천 SK전에 나서는 두산 선발 라인업이 뜬 전광판 6번 타자 자리에 포수 홍성흔의 이름이 있었다. 지난 시즌 뒤 “포수로 뛰고 싶다”며 트레이를 요청해 큰 소용돌이를 겪으며 올시즌 험난한 행보를 보일 것 같았던 그가 예상보다 빨리 1군에, 그것도 포수로 복귀한 것이다.
△채상병에 울고 웃고
![[야구 IN]포수 조기 컴백 홍성흔](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4/06/20080407.02500105000004.01M.jpg)
두산 김경문 감독이 지난 시즌 홍성흔을 포수 대신 주로 지명타자로 쓴 이유는 채상병이 포수로서는 홍성흔보다 뛰어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홍성흔의 방망이는 인정하지만 송구와 투수 리드 등에서는 채상병이 낫다는 게 김감독의 평가였다. 올시즌도 김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채상병이 무난히 주전 포수 자리를 잡았고, 이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트레이드 선언 파문’을 겪은 홍성흔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2군에 합류했지만 그의 1군행은 기약하기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채상병 때문에 포수에서 밀린 홍성흔은 채상병의 부진으로 뜻하지 않게 빨리 1군행의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들어 채상병의 수비가 갑자기 불안해졌다. 6경기에 기록된 실책이 2개로 팀내 최다다. 특히 고교(휘문고) 선배인 김선우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2일 KIA전에서 잇단 폭투를 블로킹하지 못해 자책감에 시달리며 플레이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안방마님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게 마련. 김경문 감독은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포수에게 무조건 ‘괜찮다. 나가서 잘해 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감독은 또 4연패에 빠진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당초 8일께나 홍성흔을 1군에 불러올리려던 계획을 바꿔 이날 포수로 기용한 이유다.
△산뜻한 새출발
홍성흔은 한눈에 봐도 핼쑥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많은 훈련량으로 7~8㎏이 자연감량됐다는 그의 몸은 날렵해 보였다. 이를 악다물고 경기 전 훈련하는 홍성흔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일단 김감독은 홍성흔이 타격에서 보탬이 되길 바랐다. 경기 전까지 2할1푼6리로 팀 타율 꼴찌인 두산의 허약한 공격력에 기폭제가 되길 원했다. 2군 경기에서 타격감이 괜찮았던 홍성흔의 방망이는 김감독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9회초 투아웃 후 영봉패를 막는 1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팀내 최다인 안타 3개를 치며 맹활약했다. 4타수 3안타 1타점.
수비에서는 더욱 놀라웠다. 홍성흔은 3회말 SK 발야구의 선봉장인 1번 정근우의 도루를 빨랫줄 같은 송구로 2루에서 잡더니 7회말 2루 도루를 시도하는 모창민을 또 잡아 3루쪽 두산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홍성흔은 경기 후 “캠프에 가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훈련을 했다. 경기 초반에는 정신없었지만 3회쯤 되니까 감각이 돌아왔다. 훈련도 많이 했고 부상에서 벗어나 풋워크가 좋아져 송구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트레이드 요구는 내 욕심이 과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인생공부를 많이 했다. 팀이 다시 분위기를 탈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살아난 파이터’ 홍성흔이 당분간 두산의 안방마님을 무난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