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선발 완벽피칭…퇴출? 생환? 아리송!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호세 리마(36·KIA)가 다 늦게서야 부활했다. 9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게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던 한국 데뷔 첫승이다.
△뜻밖의 완벽 피칭
리마는 경기 전 “오랫동안 쉬어서 어깨가 완벽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섯번째 등판이었던 4월20일 한화전을 마지막으로 2군에 내려간 이후 19일 만의 등판.
그것도 9연전 로테이션을 채우기 위한 ‘땜질 선발’ 차원이었지만 리마는 여유로웠다.
뚜껑을 열어보니 믿을 수가 없다.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하며 방어율 7.43으로 부진했던 리마 같지 않았다.
위기가 없었다. 7회까지 내준 것은 2안타 1볼넷뿐. 1회 2번 전준호에게 내준 우중간 2루타와 7회 4번 브룸바에게 맞은 중전안타가 전부였다. 3회 1사후 9번 조재호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을 때도 도루자로 아웃. 4번 클리프 브룸바에게만 삼진을 2개 잡으며 4탈삼진을 기록했다.
완벽한 피칭에 완봉승까지 바라봤다. 7회까지 투구 수는 89개. 최고구속은 시속 140㎞. 직구는 물론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싱커를 고루 섞어 낮게 제구했다.
매 이닝 세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특유의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친 리마는 “2군에서 지냈던 시간은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었다”며 “내 볼을 믿고 체인지업과 싱커 모두 최대한 낮게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다. 첫승은 12점을 뽑아준 타자들 덕분”이라고 기뻐했다.
홈팬보다 더 많았던 1루 내야의 KIA팬은 경기 후에도 “리마”를 연호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리마의 운명은?
정말 잘 던졌다. 그런데 시기가 참 묘하다.
리마는 사실상 퇴출이 확정된 상태였다. 현재 스카우트가 미국에 파견돼 있다. 시즌 초반이라 대체 용병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 ‘후임’만 결정되면 리마는 KIA를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런데 땜질 선발로 나서 완벽투를 펼쳤으니 분위기가 조금 애매해졌다.
일단 한 차례 등판 기회는 더 잡았다. 조범현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결과만 갖고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는 힘들다. 좀더 지켜보겠다”며 “앞으로 한 차례 정도는 기회를 더 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마가 다음 등판에서도 잘 던질 경우 KIA는 리마의 ‘생존’ 여부는 물론 용병 영입 계획까지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KIA는 그동안 투수와 야수를 1명씩 찾고 있었다. 그런데 리마가 계속 잘 던져 남게 되면 투수를 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KIA 구단 관계자는 “다음 등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리마가 잘 던져 상황이 조금 애매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 리마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LG에서 퇴출된 팀 하리칼라의 사례가 있기 때문. 하리칼라는 지난해 7월 사실상 퇴출이 확정된 이후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했다. 하지만 결국 마운드에 다시 서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