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적없고 변화무쌍 포수도 진땀나”
‘너클볼.’ 올시즌 프로야구 화두 중 하나다.
LG 외국인투수 옥스프링과 히어로즈 왼손투수 마일영이 던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구인들 사이에서 진위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야구 IN]김정민의 옥스프링 너클볼 체험기](http://images.khan.co.kr/article/2008/05/23/20080524.02500105000004.01L.jpg)
그만큼 낯설다. 메이저리그에는 팀 웨이크필드(보스턴)처럼 너클볼로 통하는 선수가 있지만 국내야구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옥스프링이 삼성전에 선발등판한 지난 22일 대구구장에서도 너클볼이 화제였다.
이병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경기 전 이날 LG 포수인 김정민에게 다가가 “옥스프링이 너클볼을 던지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경기 중에는 주심이 “이게 무슨 볼이야. 그 볼 맞냐”고 포수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역시 이 볼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할 만한 선수는 너클볼을 직접 받아본 포수들. 옥스프링은 6.2이닝을 5안타 2실점으로 막는 동안 7~8개의 너클볼을 던졌다. 김정민은 23일 “공의 궤적 자체가 달라 미트를 대놓고 기다리는 위치부터 신경써야 한다”며 전날 경기를 돌이켰다.
#“코스 사인이 없어”
김정민은 “포수가 너클볼을 제대로 받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경우는 공이 날아오는 기본 궤적에서 좌우 또는 상하로 휘는 정도를 적당히 감안해 미트를 대면 되지만 너클볼은 기본 궤적 자체가 없다는 말.
김정민은 “보통은 볼이 흔들리면서 들어오는데 마지막에 어디로 떨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몸쪽이든 바깥쪽이든 코스를 미리 정해놓고 너클볼을 주문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김정민은 “일단 너클볼을 선택하면 한가운데 미트를 대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잡는 게 먼저지만…”
투수가 마음 놓고 너클볼을 던지려면 포수가 잘 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자가 없는 경우라면 이따금 포수가 볼을 살짝 놓쳐도 무방할 듯하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투수의 기분을 살려주는 데 그만이라는 말.
김정민은 “투수는 일반적으로 타자 방망이가 부러졌을 때 희열을 느끼는데 포수가 자기 변화구를 잘못 잡을 때도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정민은 “어떤 변화구라도 포수는 잡아야 하지만 너클볼은 가끔 정확히 잡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며 “너클볼을 제대로 던지는 투수라면 자기 볼에 자신감을 갖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너클볼은 결정구”
너클볼은 결정구다. 옥스프링은 22일 삼성전에서 삼진 5개 가운데 3개를 너클볼로 잡았다.
7~8개를 던진 너클볼 대부분을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썼다. 직구 구속이 꾸준히 시속 140㎞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너클볼 위력도 돋보였는데 옥스프링은 이후 등판에서 너클볼 구사율을 높일 전망이다. 일단 타자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